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700화. 수녀원을 나가기 위해 싸놓은 보따리를 당장 풀겠다고 하다

wlsgodqn
2024-05-16
조회수 707

 


700. 수녀원을 나가기 위해 싸놓은 보따리를 당장 풀겠다고 하다


내가 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창백했던 수녀님의 얼굴은 금방 화색이 돌면서 홍조를 띄더니, 끝내는 엉엉 울면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저는 40여 년 전, 그러니까 수도원 초창기였는데 그 당시에는 몇몇이 모여서 살 때라 수녀복도 입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일들을 해서 먹고 살았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담배 농사도 하고 다른 농사도 지었는데 제가 농약을 치다가 농약 중독이 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 되었어요. 그때부터 몸이 쇠약해졌고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오랜 세월 고통스럽게 살아왔습니다. 그런 몸으로 병원 식당을 책임 맡아 하려니 너무 힘이 들어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어요. 



사실 저는 오늘 수녀원을 나가려고 보따리를 싸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율리아 자매님의 기도라도 한 번 받아야지, 나가서 살아도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자매님을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율리아 자매님을 통하여 저를 오늘 새로 나게 해 주셨습니다. 다 싸 놨던 보따리 풀겠습니다. 


제가 나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율리아 자매님을 만날 수 있도록 안배해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근 40년 동안 수녀 생활을 했는데, 이제까지 그렇게 좋은 몫을 주님께서 주셨지만 저는 ‘왜 이런 일만 나한테 시키는가? 언제까지 밥이나 해서 날라야 하나?’ 나를 무시하고 잡일만 시킨다 생각하고 원망하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평신도이신 자매님도 그렇게 사시는데 주님을 정배로 삼고 살았다는 제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감사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불평불만으로 살아왔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많은 수녀들이 잘 못 살고 있는데 이제야 정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며 목이 메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시는 것이었다.


나는 수녀님의 손을 따뜻이 꼬옥 잡으며 말했다. “수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활짝 열고 나에게 돌아올 때 내 너희의 과거를 묻지 않고 너희에게 축복의 잔을 내리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는 수녀님의 마음을 아셨으니 축복의 잔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때는 늦지 않았으니 우리 사랑받은 셈치고 모든 것을 아름답게 봉헌하며 함께 새로 시작합시다.” 했더니 수녀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네. 저도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어요. 율리아 자매님,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셨다. “수녀님을 너무나 사랑하신 예수님께서 부족한 저를 도구로 쓰신 것이니 감사는 오로지 주님께만 드리셔요.” 하며 우리는 함께 울며 웃었다.



우리는 함께 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약속하고, 수녀님은 주어지는 소임이 어떤 소임이든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예수님의 정배이자 수도자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오, 나의 주님! 나의 님이시여! 제가 받는 고통은 바로 희망 있는 고통이니 어찌 행복한 고통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필요하실 때 고통도 주시고 건강도 허락해 주시니 세상 그 어떤 저울로도 가늠할 수 없는 당신의 심오한 사랑에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오. 당신의 모든 자비와 사랑, 오로지 당신께 돌려드리오니 당신 홀로 영광 받으소서.”



“오 내 사랑, 내 작은영혼아! 특별히 불림 받은 내 자녀들이 불성실할 때 그들은 내 성심을 깊이 찔러대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지만 그러나 회개하여 다시 나에게 달아들 때면 나는 한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서 모든 갈증이 해소되고 나의 마음은 흡족하기 이를 데 없어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부활의 삶을 살도록 인도할 것이다.”


“오 내 사랑, 내 님이시여! 언제나 당신 사랑 안에 경건한 정서로 승화되기만을 원하오니 천박하기 그지없는 제 마음에 오시어 님을 모시는 궁전이 되게 하소서. 아멘.”


 

수녀님은 그날 살아오면서 받은 모든 상처뿐만 아니라 40년 된 농약 중독에 의한 후유증까지 치유 받고 그 후 자기에게 맡겨진 모든 일을 생활의 기도로 봉헌하며 수도생활을 기쁘게 하실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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