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698화. 눈도 뜰 수 없고 말도 못하는 고통 중인 내게 기도를 청한 수녀님

wlsgodqn
2024-05-14
조회수 846

 


698. 눈도 뜰 수 없고 말도 못하는 고통 중인 내게 기도를 청한 수녀님


성 요셉 병원에서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에, 장부 율리오씨가 나주로 돌아가지 않고 함께 있어 주었다. 그날따라 나는 고통이 더욱 심해 침상에서 몸부림하며 눈도 잘 못 뜨고, 소리 내어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병원에 계시는 60세가량 되어 보이는 수녀님 한 분이 병실을 찾아와서 내게 면담을 요청하며 기도해 달라고 청하시는 것이었다. 



기도해드리고 싶어도 몸을 가눌 수도 없으니 나는 죄송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니 처음에는 ‘아니, 수녀님이 이렇게 고통 중인 나를 보면서도 기도를 청하시다니…’ 하는 생각이 들려고 했다. 그때 장부가 “수녀님, 죄송합니다. 율리아는 지금 너무 고통이 심해서 옴짝달싹도 못 하고 말도 못 합니다. 정신조차 가물가물한 상황입니다. 어쩌지요?” 했다.



수녀님은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져 “알았어요.” 하고 바로 가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그 수녀님이 수도 생활을 그만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저 수녀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렇게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로 아파 병실에 누워있는 나에게 기도를 청하실까? 


나는 할 수 없을지라도 내 안에 계신 선하신 주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통하여 해주실 거야. 그러니 기도해드리자.’ 생각하고 수녀님의 사랑받은 셈치며 잘 올라가지도 않는 손을 겨우 들어 수녀님을 부르다가, 도저히 소리가 나오지 않아 장부 율리오씨에게 눈짓으로 수녀님을 부르도록 신호를 보냈다.



몸을 가누지 못하니 겨우 수녀님 치맛자락을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어 기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모든 힘을 다 짜내어 수녀님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말도 할 수 없으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예리한 칼로 찌르듯 아파 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 입이 열려 “수녀님,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이 많은가 봐요. 지금 가슴 아프시죠?” 하고 물으니 수녀님은 굳은 표정으로 “아니요?” 하는 것이었다. 이 당시 나는 많은 수녀님들을 면담했었는데, 대부분의 수녀님들은 자신에 대해 감추었다. 그러다 주님께서 내게 보여주시거나 나의 입을 열어주시어, 내가 “이러이러하다.” 하면 그제야 맞다고 고백을 하곤 했다. 



이 수녀님도 그런 경우였다. “수녀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많은데 지금 치유되나 봐요.” 하고 내가 말하는 순간 크레졸과 알콜 냄새가 온 병실 안에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라서 “수녀님,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시나 봐요. 소독 냄새나지요? 소독 냄새는 치유의 은총이에요.” 했다.


그래도 수녀님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아무 냄새도 안 나요.” 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장부가 화장실을 가느라고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 안까지 크레졸, 알코올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난다며 율리오씨가 “와, 알코올 냄새 정말 진하네. 코를 찌를 정도네.” 했다. 그래서 나는 “수녀님, 여기 화장실 쪽으로 가보셔요.



누가 화장실 청소한 적도 없어요. 그런데 소독 냄새, 크레졸 냄새가 엄청 나죠?” 했다. 수녀님은 그제야 “네, 소독 냄새가 많이 나네요.” 하며 가슴에서 목까지 무언가 뜨겁게 차오른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다. 


사실 수녀님은 처음부터 소독 냄새를 맡았지만, 내게 가슴 아픈 일이 없다고 했기에 체면과 이목을 생각하고 안 난다고 했던 것이었다. 나는 기도 중에 강하게 풍기던 소독 냄새를 맡고서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겨 기도를 해드리고 그 수녀님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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