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715화. 거동이 불편한 말기암 환자를 돕자 쏟아지는 질책

wlsgodqn
2024-06-03
조회수 879
 거동이 불편한 말기암 환자를 돕자 쏟아지는 질책

성령 쇄신 운동을 하던 중, 교구 산 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따라 환자들이 많았는데 나는 항상 그런 불쌍한 환자나 약한 사람들에게 신경을 더 많이 썼다. 기존 봉사자들은 그런 나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늘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해 왔다. 그날은 말기 직장암에 걸려 암이 온몸으로 전이 된 나이 많은 형제님이 뒤편에 홀로 누워 있었다.


나는 ‘왜 이분을 혼자 놔두었을까? 가족은?’ 하다가 내가 돌봐드리기로 결심했다. 보호자도 없었던 그분은 임종을 기다리는 몸으로 치유 받고자 이곳에 오셨지만, 어떻게 오셨는지 신기할 정도로 거의 걸어 다니지도 못했다. 게다가 암으로 인하여 썩는 냄새가 지독하게 나니 다들 피하기 바쁠 뿐, 아무도 그 옆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나 또한 말기암에 걸려 죽을 목숨이었으나 주님께서 살려주셨기에 그분의 고통이 너무나 가슴 깊이 사무쳤던 것이다. 나는 그분이 예수님인 셈 치고, 기쁘게 사랑 실천하기로 했다. 냄새나고 추하다며 남자 봉사자들조차 그분을 외면했기에, 화장실 갈 때가 제일 문제였다. 


그러나 내가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이분의 직장암을 깨끗이 치유해주시고 피정 참가자들 영혼의 추악한 악습도 다 닦아주세요.’ 하고 생활의 기도로 봉헌하며 아기 엉덩이 닦는 셈치고 뒤처리까지 해드리고 똥 묻은 앞쪽까지 다 닦아드렸다. 그런데 평소에도 나를 못마땅해하던 몇몇 봉사자들이 내가 그분을 도와드리는 것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율리아! 너는 다른 봉사를 해야지, 왜 환자 하나에만 매달려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하며 눈을 흘겼다. 나는 그분들이 ‘율리아, 좋은 일 하는구나. 수고한다.’ 해주신 셈치고, 내가 있었기에 분심을 드렸다고 내 탓으로 봉헌하며 깊이 고개 숙여 용서를 청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분이 거동도 못 하시는 환자라 제가 돌봐드리고 싶었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흥, 네 마음대로 해!” 하며 쌩하니 가버렸다. 나는 그 환자에게 다가가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가족도 사랑도 잃어버린 불쌍한 이 형제를 살려 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사오니 주님께서 친히 오시어 성령으로 수술해 주십시오. 이 형제님이 치유받아 살아날 수만 있다면 제가 그 고통을 다 받겠습니다.” 


속으로 기도하다 어느새 엉엉 울고 말았다. 그런데 무의식중에 입 밖으로 나온 이 기도 소리를 듣게 된 어느 봉사자가 “교만하게 무슨 기도를 그렇게 하는 거야? 고통은 응당 주님께서 받으셔야지 왜 율리아가 고통을 받는다고 하냐?” 하며 비난했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일치 안에서 일해야 할 봉사자가 동료 봉사자인 나에게 던지는 퉁명스러운 말투가 문제가 아니었다. 


‘고통은 응당 주님께서 받으셔야 한다.’는 말에 너무너무 놀랐던 것이다. 나의 마음은 그 자리에서 마치 돌덩이 같은 것이 가슴에 응고가 되어 얹히는 듯했다. 주님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잘못한 것이다.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기도했어야 했는데,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형제를 부둥켜안고 절규하다시피 울면서 기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도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내 탓으로 받아들이며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하면서 그 봉사자에게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터 더욱 조심해서 하겠습니다.” 하고 사과를 드렸다.

그 모습을 다 보고 있던 암 환자는 나의 손을 꼭 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미안합니다.” 하고 울고 있었다. 나는 그 형제님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의 고통이 눈물에 씻겨나가기를 간절히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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