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799화. 가장 싫어하는 구더기를 치우며 주님의 찢긴 성심을 기워드리고자

wlsgodqn
2024-09-09
조회수 493


799. 가장 싫어하는 구더기를 치우며 주님의 찢긴 성심을 기워드리고자


구더기가 유독 많이 기어다니는 그 고무 들통 뚜껑을 열자, 안에는 대변이 거의 한가득 차 있었고 구더기가 서로 뒤엉켜 우글우글했다. 그 집에는 화장실이 없었기에 할아버지가 연탄재를 부수어 고무 들통에다 넣고 거기다가 대변을 보셨기 때문이었다.



냄새도 말도 못 하게 역겨웠다. 하지만 얼른 좋은 향기를 맡은 셈치고 봉헌하면서 할아버지의 상처와 나쁜 악습들까지도 다 빼내주시라고 생활의 기도를 바쳤다. 사실, 얼마나 오래되어 썩을 대로 썩은 대변의 냄새보다 더 힘든 것은 우글대는 구더기들이었다. 나는 구더기라면 질색이었다. 



겨우 네 살배기였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나와 젖먹이 동생 순덕이만 두고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나가시면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니 아궁이에 불을 더 많이 때고 가셨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순덕이는 뜨거운 방에서 다리에 화상을 입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를 찾으러 가신 어머니도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다.


그때 죽어가던 순덕이의 상처에 구물거리던 징그러운 구더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나는 순덕이를 끌어안고 울고 또 울었었다. 그리고 결혼 후 둘째 낳고 셋집 살 때는 죽은 쥐와 구더기가 천정에서 쏟아져 내려 너무 놀라 쓰러진 적도 있었다. 들통 속 구물대는 구더기를 보니 너무너무 소름 끼쳤다. 



하지만 ‘그래,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지만, 좋아하는 과자를 만지는 셈치고 또 사랑을 받은 셈치고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자. 또한 할아버지의 영육 간의 나쁜 것들도 다 없애주시고 병든 것 치유해 주시라고 봉헌할 때 그것이 바로 주님의 찢긴 성심을 기워드리는 것이 되고, 성모님께서도 위로받으실 것이다.’ 하고 얼른 슈퍼로 뛰어갔다.


나는 비닐봉지를 넉넉히 사 와, ‘예수님, 할아버지의 영혼 육신에 불필요한 것들을 다 깨끗이 치워주시고 이 구더기 수만큼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죄인들까지도 회개시켜 주세요.’하고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구더기와 쓰레기들을 비닐봉지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마당의 오물 범벅인 물먹은 흙도 다 쓸어 담았다.



할아버지는 소변은 요강에 보고 하수구에다가 버리시거나 하수구에 직접 소변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하수구까지 막혀 오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넘쳐나니, 마당이 흥건하게 소변과 오물로 질퍽거리게 된 것이었다. 신발도 다 버렸고 냄새가 말도 못 하게 역겹고 엉망진창이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의 죄악을 쓸어 담아 버리는 셈치고 오물을 쓸어 담았던 것이다. 구더기며 쓰레기, 온갖 오물들이 담긴 비닐봉지는 온 세상 죄인들의 가장 큰 악습들을 몽땅 쓸어 버리는 셈치고 쓰레기장에 내다 버렸다. 그릇들도 마루에 놔두니 쥐가 얼마나 그 위로 기어 다녔는지 새카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우리는 그 그릇들도 다 깨끗이 씻고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해드린 뒤 막힌 하수구를 뚫어 보려고 한참을 끙끙대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긴 막대기를 구해와 온 힘을 다 주어 뚫어 보려는데 하수구 뒤쪽이 완전히 막힌 듯 뚫어지질 않았다. 내가 “이상하네. 하수구가 어떻게 이토록 꽉 막혀버렸지?” 



그러자 가만히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우메, 하수구 뚫으려고 했소? 힘들게 수고하지 마시오. 뒷집에서 밑에다 시멘트로 막아버려서 아무 소용이 없다오.” 하시는 것이었다. “예? 왜 뒷집에서 하수구를 막아요?”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기들 집 지으면서 막아버렸다오.”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너무너무 불쌍했다. 


“할아버지, 그동안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예. 누가 나 같은 것을 도와주것소?” 하수구도 막혀버렸고, 집안이 이 지경이 되도록 도움의 손길 하나 없이 홀로 지내시는 가여우신 할아버지! 비쩍 말라 꾀죄죄하여 힘없이 앉아 계신 할아버지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내 눈에는 자꾸만 이슬방울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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