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789화. 분열 마귀의 공격임을 알기에 내 탓으로 아무리 용서를 청해도

wlsgodqn
2024-08-28
조회수 550


789. 분열 마귀의 공격임을 알기에 내 탓으로 아무리 용서를 청해도


도초 공소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그날이 피정을 하는 본 날이기에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나는 전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꽃과 물품들을 사고 광주까지 가서 회장님을 모시고 저녁이 다 되어 섬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초 공소에 와서도 쉬지 못하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모기에게 뜯기며 기도만 했기에 너무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그리고 성당 바닥에서 주무셨을 회장님이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오늘 강론을 하셔야 하는데 잠은 잘 주무셨을까? 한여름의 섬이라 모기도 많은데 모기에게 잔뜩 뜯기지나 않으셨을까...?’ 밤새 조용히 숨죽여 기도하다 아침이 되어 부부가 둘 다 깬 것 같았기에 그때야 내가 밖으로 나왔다.


내가 밤새 걱정한 바오로 회장님이 루비노 회장 집으로 오셨기에, 나는 루피나 자매와 함께 밥상을 들고 가서 회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회장님, 잠은 어떻게 좀 주무셨어요?” 그런데 회장님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뭔가 이상했다. 바오로 회장님 눈치 보느라 아침도 한 술도 뜨지 못하고, 먹은 셈치고 먹는 시늉만 했다. 



우선 아침 식사 후 회장님께 다가갔다. “회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해도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회장님께 “회장님, 제가 혹시 뭘 잘못한 것이 있을까요? 제가 부족하여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용서해주세요.” 했다. 



그런데 회장님이 서슬 퍼렇게 눈을 뜨시고는 “율리아,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떻게 루비노 방에서 함께 잘 수가 있어!” 하면서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너무 놀라 무조건 “죄송합니다.” 했다. 그런데도 회장님은 계속 화를 내시면서 나를 얼마나 혼을 내시는지 식은땀이 등 뒤까지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아, 피정을 방해하는 분열 마귀의 장난이구나.’ 하고 바로 깨닫고 “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음에는 밖에서 자겠습니다.” 하며 용서를 청했다. 그러나 회장님의 노기는 가실 줄을 몰랐다. 아무리 용서를 청해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방이 없어 루비노 회장 부부와 아이들까지 있는 방에서 자라고 하여 잠도 자지 않고 기도만 했는데 무엇이 큰 문제이겠는가? 


게다가 지난밤 모기장 속에 있었어도 모기에게 얼마나 뜯기며, 잠든 루비노 회장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어찌 잠시라도 편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나는 ‘아, 내가 있었기 때문에 회장님이 저렇게 화가 나셨구나. 모기에 더 많이 뜯기더라도 밖에서 기도하거나, 차라리 내가 성당에서 기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내 탓으로 받아들이면서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며 계속 용서를 청했다. 그러나 바오로 회장님은 루비노 회장 자는 방에서 내가 같이 잤다고 계속 면박을 주시고 인간적으로 너무 괴롭히셨다. 김대건 성인을 알려야 하는 그 귀중한 시간에, 피정에 신경 쓰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면 계속 화를 내시고 괴롭히시니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함께 일치하여 주님, 성모님의 사랑, 그리고 특별히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정신을 전해야 하는데... 나로 인해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되어 주님께 너무너무 죄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사랑받은 셈치고 공소 피정의 성공을 위해 생활의 기도로 봉헌했지만, 굵은 이슬방울은 하염없이 흘러나오다 못 해, 내 두 눈은 완전히 땡땡 부어버렸다.



그래도 회장님은 내가 울고 있어도 보이기만 하면 눈을 치켜뜨고 “왜 루비노 방에서 잤냐?” 하며 계속 화를 주체하지 못하셨다. 나를 보시는 그 눈이 얼마나 무섭던지 내 가슴이 조여드는 듯했다. 그래도 나는 다정하신 예수님 눈빛인 셈치고 봉헌하며 계속해서 잘못했다고 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몇 시간이 넘도록 계속돼도 루비노 회장이나 루피나 자매는 가만히 있었다. 최선을 다해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한다고 해도 계속 그러시니 결국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너무 괴로웠다. 어디 혼자 있을 곳도 없었기에, 조금 먼 곳에 나락을 훑고 세워놓은 짚더미가 있어 그 속에 들어가서 사랑받은 셈치고 울면서 기도했다.


 

“예수님! 제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당신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요? 오늘 바오로 회장님이 피정 강의를 하셔야 되는데 분열의 마귀가 너무 심하게 괴롭힙니다. 부디 회장님 마음이 풀려 오늘 피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관해 주시고 인도해 주셔요...”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데 루비노 회장이 “어? 회장님! 율리아 여기 있어요!” 하고 소리쳤다. 볏짚 속에서 울며 기도하고 있는 나를 기어이 찾아낸 것이다. 루비노 회장은 자신으로 인하여 내가 이런 일을 겪고 있는데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섭섭하지 않았다.

 

나는 아침부터 계속 야단맞으며 용서를 청하기를 10시간이나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모든 것을 피정의 성공을 위하여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해 왔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린 회장님은 “루비노, 나 강론 안 할 거야. 율리아한테 하라고 해.” 하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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