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01화. 더께가 두껍게 낀 요강을 반짝반짝 새것처럼 닦으며

wlsgodqn
2024-09-11
조회수 468


801. 더께가 두껍게 낀 요강을 반짝반짝 새것처럼 닦으며


봉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기 위해 매일 할아버지 집을 다니는데, 그 당시 본당에는 여러모로 나를 시기 질투하는 신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로 인해 그들이 죄짓지 않도록, 할아버지 돕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자 해가 진 후 밤에만 찾아다녔다. 



봉 할아버지한테 매일 다니며 도와드리면서, 온 가족이 총동원되었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가 못 가게 되면 대신 어머니께서 밥과 음식을 가지고 가셔서 봉사해주셨다. 



내가 고통 중이라 어머니도 못 가실 때는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마저 못 갈 때면 우리 미용사에게라도 음식을 만들어서 보냈다. 봉일동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는 일이 우리 가족들에게는 너무나도 크나큰 기쁨이 되었기에, 사랑 실천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쁘게 찾아다녔다. 장부 율리오씨는 봉 할아버지를 돕겠다는 나의 뜻과 일치하여 처음부터 너무너무 잘 도와줬다. 장부는 내가 할아버지를 알게 된 바로 그 이튿날 찾아가게 되었다. 



내가 “주형이 아빠, 하수구 고칠 수 있겠어요?”하고 물으니 장부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지.” 하며 오물로 가득 찬 하수구를 뚫으려 했다. 그러나 어찌나 꽉 막아 놓았는지 결국 장정인 장부도 못 뚫었다. 그래서 본당 남성 단체인 대건회 회장인 남편은 회원들 몇 명과 함께 하수구 뚫을 기계들과 시멘트까지 사 왔다.



하수구를 뚫고 마당도 시멘트로 다 보수해 주었다. 장부와 나는 함께 생활의 기도를 바치고 시멘트 발라가며 할아버지가 생활하시기 편하게 집 곳곳을 다 수리해서 집이 아주 좋아졌다. 내가 처음 방문한 날엔 요강을 비워서 씻어드렸다. 하지만 워낙 안 씻고 오랜 세월을 쓰셨기에 요강에 더께가 엄청나게 많이 끼어 무거울 정도였다. 



너무나 더럽고 냄새가 많이 났기에 ‘머리 하나만 커트해도 요강을 사드리고도 남을 텐데 요강을 새로 하나 사드릴까?’ 하다가 얼른 생각을 바꿨다. 희생보속으로 불쌍한 봉 할아버지의 영혼, 육신의 상처와 아픔을 씻어드리는 마음으로 때에 찌든 놋쇠 요강을 닦기로 했다. 


나는 개천으로 나와 요강에 연탄재를 넣어 맨손으로 닦기 시작했다. 쇠수세미로 닦으면 얼마나 잘 닦여질까마는 그것도 사려면 돈이 드니 쇠수세미로 닦은 셈치고 닦고 또 닦았다. 그러나 잘 닦여지지 않아 요강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를 좋은 향기를 맡은 셈치고 봉헌하며 계속 닦았다. 손으로는 더 안되겠기에 할 수 없이 할아버지 앞집할머니(후일 세레나로 세례받음)에게 짚을 좀 얻어다가 뭉겨 그것으로 닦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렇게 짚수세미로 놋그릇도 많이들 닦을 때였다. 요강을 닦는데 전혀 더럽다고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보속할 기회를 주심에 주님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오! 사랑하올 나의 예수님! 저에게 작은 예수님 봉 할아버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손을 놀릴 때마다 이 요강의 더께가 벗겨지듯이, 불쌍하게 살아오신 봉 할아버지 영혼과 육신의 때도 깨끗이 다 벗겨내주소서. 그리고 저와 이 세상 죄인들의 죄악의 때도 깨끗이 씻어주소서.” 하고 생활의 기도를 바치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요강을 씻었다. 



무거울 정도로 끼어있던 더께가 벗겨지며 놋쇠 요강이 점차 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너무 기뻐서 “아! 예수님 감사합니다! 더러워져 영혼에 두껍게 낀 때까지 이렇게 깨끗이 벗겨주시니 무한 감사드리나이다!” 하며 더 신나서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듯이 닦았다. 몇 시간이나 걸려 그 찌든 더께를 싹 다 벗겨내니 나의 영혼은 너무너무 기뻐 환희로 차올랐다.



“진홍색 같은 붉은 죄악일지라도 눈과 같이 희게 해주시는 예수님! 찌들고 더러운 우리의 죄악의 더께를 이렇게 깨끗이 씻어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그때 내가 느낀 기쁨과 즐거움은 이 세상 무엇에도 비길 수 없으리라. 비록 할아버지께서 볼 수는 없으시지만 반짝반짝 깨끗해져 가벼워진 요강을 갖다 드리며 신신당부를 했다.

 

“할아버지, 앞으로는 대변도 이 요강에 보셔요. 그동안 대변 보시던 고무 들통은 다 깨져서 밖에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렸으니 꼭 요강에 보셔야 해요. 그러면 제가 매일 다니며 비워드릴게요.” “아이고, 아짐 고맙소.” “그리고 이제 하수구도 뚫고 바닥도 시멘트로 했으니 물을 부어도 바닥은 절대로 질퍽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시간을 쪼개어 매일 다니며 치워드렸더니 집에 진동하던 지린내도 금방 가셔서 깨끗해졌다. 하나하나 바뀌어 가는 집안 모습을 할아버지가 보실 수는 없었지만, “우메, 아짐, 뭘 어떻게 한 거요? 집에 냄새가 안 나고 너무 좋아요.” 하며 너무너무 고마워하셨다. 행복해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는 그 흐뭇함을 세상 그 어떤 기쁨에 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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