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16화. 앞 못 보는 노인을 세례받게 해드려도 질시의 시선이

wlsgodqn
2024-09-28
조회수 239
 앞 못 보는 노인을 세례받게 해드려도 질시의 시선이

할아버지가 세례를 받던 날, 아침 일찍부터 막내 필립보와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아버지! 딸 왔어요. 오늘 드디어 세례받으시는 날이에요.” 하며 인사를 드리고, 막내 필립보도 “할아버지! 축하드려요.” 하며 함께 기뻐했다. 가지고 온 음식들을 드시게 하고 양치까지 시켜드리고 새 옷을 입혀서 성당까지 업고 갔다. 


가슴에 꽃도 달아드리고, 이 득문(요한)회장님을 대부로 세워 미사 도중에 세례를 받게 해드렸다. 앞 못 보는 맹인의 몸으로 그 어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외롭게 사시던 할아버지!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 내가 가르쳐 드린 대로 고해성사를 보시고 성체를 처음 영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주님께 부르짖었다. “오 자비하신 주님! 봉 할아버지를 당신 아들 안드레아로 새로 나게 해주셔서 무한 감사드리나이다. 부디 세례성사의 빛으로 불쌍한 봉 할아버지의 영적 눈을 떠주시고, 영혼 육신의 신약인 당신의 거룩하온 살과 피로써 할아버지 영육 간의 모든 상처 온전히 치유해주소서. 그리고 할아버지의 착한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해주소서.” 


이 얼마나 큰 기쁨이요 보람이었던가? 하느님을 모르는 영혼들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하느님을 전하고 알리는 것보다 값진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만 있다면 내가 못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마치 내가 세례받은 그 날로 되돌아간 듯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주일마다 할아버지를 업고 성당을 다녔다. 나는 당시 허리는 24인치였고 몸무게는 53kg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사랑의 힘으로 하니 무겁다는 생각도 안 들고 너무너무 기쁘기만 했다. 고통 중일 때는 가다가 힘이 들면 함께 걷고, 그러다 또 업고 하면서 주일미사에 참례하실 수 있도록 해 드렸다. 


그런데 일부 신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분명 속셈이 있을 거야.” 하며 손가락질하고 싸늘한 조소를 보냈다. 그러나 나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그들에게 미소로 응답하면서, 그들의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며 마음에 두지 않았다. 도리어 내가 있음으로 인하여 그들이 죄짓는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비난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성당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 주일 교중미사를 가기 위해 내가 댁에 가면, 미리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항상 할아버지를 깨끗한 새 옷으로 입혀서 성당에 다녔다. 오랜 세월 혼자서는 돌아다니는 것을 꿈도 못 꾸시던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성당까지 가게 되시다니, “아짐 덕에 이렇게 성당도 다니니 참말로 고맙소.” 하며 행복해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기뻐하시는 것만으로 그 이상 더 기쁠 수가 없었기에, 판단 받는 것은 모두 예수님의 사랑 받은 셈치고 그분들의 회개를 위해 봉헌했다. 


주님 안에 한 형제, 자매 되어 살아계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나눈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정말 내 친아버지처럼 느껴져 나는 더욱더 정성을 다해 모셨다. 나는 “할아버지, 이제 외로워하지 마세요. 이제는 제가 딸이에요. 손주들도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식사도 많이 드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만 열심히 하셔요.”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워낙 기도를 못 해서 어떻게 한대요? 묵주기도도 잘 못해요.” 하며 걱정하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알게 된 처음부터 성모님께 보호를 청하며 할아버지 손에 묵주를 쥐여 드렸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그 착한 마음을 하느님은 잘 아시니까 묵주를 항상 손에 꼬옥 쥐고 계셔요.


그러다 생각날 때마다 ‘예수님, 저 기도할 줄 몰라요. 그렇지만 예수님! 사랑해요. 성모님! 사랑해요. 예수님 뜻대로만 살게 해주세요.’하고 말씀드리셔요. 그리고 주모경은 제가 올 때마다 같이하고 묵주기도도 같이하면 되지 않겠어요?” 하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화색이 돌더니 말씀하셨다.
 
“아, 좋아요.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하며 영세를 받고 신자가 되었으니 기도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스러웠던 짐을 내려놓으셨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기도하며 주님, 성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주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천사 같은 할아버지 계속 지켜주세요.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웃으로부터 위로받기는커녕 상처만 받아왔으니 이제 제가 할아버지를 예수님 모시는 마음으로 보살펴 드릴게요. 기쁨 속에서 주님을 뵈옵게 해주시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내 작은영혼아! 고맙구나. 가장 미소한 이에게 베푸는 모든 것은 바로 상처 난 내 마음의 위로요 단순하고 착한 작은 영혼을 애타게 기다리며 사랑에 목마른 내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단비와도 같은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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