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08화. “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wlsgodqn
2024-09-19
조회수 315

808. “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 제막식을 위해 마닐라로 떠나기 전, 나는 봉 할아버지께서 나 없는 동안 잡수실 것을 다 장만해 가서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제가 잠깐 외국에 다녀와야 해요. 2주 후에 올 것인데 그때까지 잡수셔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너무너무 놀라시면서 “우메, 아짐 그게 무슨 말이요.” 하셨다.



“할아버지, 저는 안 와도 가족들이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셔요.” 하자 할아버지는 “그동안 내가 아짐 못 보고 죽으면 어떡하오.” 하고 우시며 걱정을 하셨다. 나는 “아이, 할아버지, 안 돌아가셔요. 그동안 할아버지 건강하시라고 기도 많이 할 테니 할아버지도 기도 많이 하세요. 이 딸이랑 있는 셈치시면서 조금만 기다리셔요.”하고 안심시켜드렸다. 


이 당시 나는 할아버지를 세례받게 해드리려고 주의 기도와 성모송 등 기도문들을 외우실 수 있게 가르쳐 드리던 때였다. “할아버지, 기도가 어려우시면 하느님 아버지! 성모님! 그렇게라도 부르셔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닐라로 떠나면서 친정어머니께 그동안 할아버지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눈물 흘리며 걱정하시는 봉 할아버지를 두고 가는 마음이 너무 아파 해외 일정 내내 할아버지께서 무사히 잘 계시도록 성모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간 미용실과 성당 활동으로 바쁜 생활 중에도 매일 밤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고통이 극심할 때는 간혹 늦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항상 “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했소.” 하며 나를 늘 기다리셨었기에 나는 더욱 애가 탔다. 귀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하자 “아이고, 아짐! 왜 이제 왔소!” 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는 눈이 뚱뚱 부어 울고 계셨다. 



나는 마음이 아파 “할아버지, 왜 그렇게 많이 우셨어요?” 하니 할아버지는 “아짐, 나는 이제 아짐이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나 하느님한테 ‘아짐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그 기도밖에 못 했소. 묵주 들고도, 밥을 하면서도 ‘아짐 빨리 오게 해주세요.’ 했소.” 할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 



그러면서 “13일간을 못 봐서 아짐 보고 싶어 눈이 짓물러 버리는 줄 알았소.”라고 하시는데 할아버지가 얼마나 천진난만한 천사처럼, 아니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는지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오, 주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보살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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