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07화. 입으로 물어뜯고, 무딘 호텔 칼로 손에 피를 내어 쓴 순교의 서약

wlsgodqn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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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 입으로 물어뜯고, 무딘 호텔 칼로 손에 피를 내어 쓴 순교의 서약


제막식이 끝나고 난 뒤 오 신부님께 살아계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발현하시어 손을 잡아 순교의 얼을 전해주신 일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은 따뜻이 웃으시며 “그래, 정말 잘했다. 그러나 자매들의 시기 질투가 너무 심해서 네가 다칠까 걱정이니 우선 비밀로 했으면 좋겠다. 알았지?” 하셨다. 얼마나 다정한 친아버지처럼 말씀하시는지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아멘’으로 이 일에 관하여 굳게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아직 해외 일정 중이던 5월 28일, 필리핀 롤롬보이의 큰 성모 성당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성모님께 순교를 약속드렸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늦은 밤 함께 방을 쓰는 이 마리아 자매님이 잠든 틈을 타 화장실로 갔다. 



성모님께 “어머니! 순교를 약속할 수 있게 도와주셔요.”하고 기도하며 내 손을 깨물었으나 충분한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조용히 밖으로 나가 호텔의 칼을 들고 들어와 손을 찔렀다. 그러나 칼이 무디어 잘 들지 않았다. 잘 찔러지지 않으니 손가락을 입으로 물어뜯은 후 그곳을 칼로 다시 찔러도 피가 잘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아팠지만, ‘우리나라의 순교 성인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한다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아주 작은 것이다.’하고 생각하며 눈물 흘리신 성모님의 메시지가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바라며 기쁘게 봉헌했다. 나는 식은땀을 흘려가며 피가 나올 때까지 찌르고 물어뜯고를 계속하여 그 피로 종이에 ‘순교’라는 글자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워낙 칼이 무딘데다 피가 다시 멎곤 했기에 세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순교’라는 글자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깨까지 다 아파왔지만 순교자들의 사랑을 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순교를 약속드릴 수 있음에 내 영혼은 더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전해주신 순교의 뜨거운 얼이 내 안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화장실을 나오니 같은 방을 쓰던 이 마리아 자매님이 뒤척이며 일어났다. 나는 자매님에게도 김 신부님의 순교의 얼이 전해져 순교의 삶을 살기를 주님께 생활의 기도로 봉헌하며, 피를 낸 손으로 그 자매님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오메, 율리아! 내 손에 뜨겁게 전기가 온다! 온 전신과 가슴까지 뜨거워진다이!”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이 죄인 용서하소서!” 하고 울며 통회하는 그녀와 손을 잡고서 나도 함께 울며 기도했다. 그날 우리는 순교 성인들의 정신을 본받아 살아갈 것을 서로 약속했다. 나는 성모님께 한 시라도 순교의 약속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청하며, 피로 약속한 순교의 다짐을 예수님의 대리자이자 나의 영적 지도신부님이신 오기선 신부님께 드렸다. 


오기선 신부님을 통해 예수님과 성모님께 봉헌한 것이다. 신부님은 “그래, 내가 잘 보관하마.” 하고 피로 쓴 그 순교의 서약을 가져가셨다. “오, 사랑하올 나의 주님!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부족한 이 죄녀 오로지 당신의 것이나이다. 오로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며 당신께 온전히 저를 바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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