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 할아버지의 눈을 떠드리고자 구약성경의 토비트서를 떠올리며
오랫동안 할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시기를 기도했지만, 밥통에 쥐가 들어가 새까맣게 다져 놓은 밥을 본 때부터 그 생각은 나의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주님께 전보다 더욱 간절히 매달리며 성당에 할아버지를 업고 다니며 기도했다.
“사랑하올 예수님! 제가 받은 은사를 다 거둬가시라고 청했잖아요. 그러나 이번에 봉 할아버지 기도해서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치유의 은사 한 번만 내려주셔요. 그것이 안 되면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 아들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눈을 떠 주셔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으셨다. 그동안 예수님께서는 부족한 나의 기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해주셨다.
병원에 입원하여 낫지 못한 사람조차 낫게 해주시어 퇴원했고 불치병까지도 치유되었는데, 할아버지의 눈을 떠주시라는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으니 애가 탔다. 나는 너무너무 간절하여 ‘어떻게 하면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눈을 떠드릴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기에 바쁜 일상 속 끊임없이 바치는 생활의 기도 중에서도 할아버지 지향이 빠진 적이 없었다.
‘심 봉사의 눈을 떠드리려는 효녀 심청이의 마음이 이렇게 간절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기도뿐 아니라 눈에 좋다는 것은 다했다. 여러 음식과 약도 해다 드리고, 기도하며 입김을 불어넣어 드리면서 별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 나는 애가 닳았다. 그러다 나는 구약의 토비트서를 떠올렸다.
의롭고 자선을 베풀며 살아온 토비트는 뜨거운 참새 똥이 눈에 떨어져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간절한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라파엘 천사를 보내시어 물고기의 쓸개를 바르게 하여 눈을 떠주시지 않았던가! 나는 다시 한번 토비트서를 읽으면서 ‘혹시 할아버지가 물고기 쓸개를 바르시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눈을 뜨실 수만 있다면 나는 못 할 일이 없었다. ‘물고기 쓸개를 어디서 구하지...?’ 당시 나는 회를 전혀 먹지 않았기에 활어 횟집이나 수산물 시장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물고기를 잡으려고 고기 잡는 그물망을 가지고 나주천으로 내려갔다.
이때만 해도 물이 참 맑아서 냇가에서 빨래도 다 할 때였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 개천에 나가 고기 잡으며 놀 때 나는 일을 해야 했기에 해본 적도 없었지만, 주님께 의탁하며 가장 깨끗할 냇가 위쪽으로 가서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에 들어갔다. 요리조리 쏙쏙 그물을 피하는 고기들이 어찌나 빠르던지 나도 모르게 허둥지둥 대었다.
그러나 주님과 성모님께서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며 품 안에 안아 천국으로 데려가려고 하시는 데도 자유의지로 떠나가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는 셈치고 최선을 다했다. 그물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오 자비하신 주님, 성모님 감사합니다! 그 넓은 망토를 펼치시어 길 잃은 영혼들을 품에 안아주소서!
그리고 부디 이 고기로 당신 아들 안드레아 눈을 뜨게 해주소서.” 하며 기도를 바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하여 피라미 같은 고기들을 잡았다.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워메, 젊은 아가씨가 뭔 물고기를 잡는다냐...” 그러나 할아버지 눈을 떠드릴 수만 있다면야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판단은 사랑받은 셈치고 주님 영광을 위하여 기쁘게 봉헌했다. 하천이라 물고기가 크지 않으니 여러 마리를 잡았다. 손질하여 쓸개를 발라낸 후, 익히면 그 효과가 떨어질 듯하여 생것 그 상태로 으깨었다. 할아버지께서 너무 써 하실까 봐 사탕도 준비해갔다.
“라파엘 천사를 보내시어 토비트의 눈을 떠주신 하느님! 부디 이 쓸개를 토비트의 눈을 떠준 그 물고기의 쓸개로 변화시켜주시어 할아버지 눈을 떠주시어요.” 간절하게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할아버지의 눈에도 정성껏 발라드리고, 직접 드시게도 해보았다. 그리고는 “아버지, 혹시 눈이 보이시지는 않나요?” 하고 여쭈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짐.” 나는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희생이 더 필요한가 보다. 예수님께서 분명 이 희생 또한 받아주시어 할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주실 것이다.’ 하고 믿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다 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만 2년간이나 기도했어도 안 됐으니까 이제는 의사에게 보이자.’라고 마음먹었다.
820. 할아버지의 눈을 떠드리고자 구약성경의 토비트서를 떠올리며
오랫동안 할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시기를 기도했지만, 밥통에 쥐가 들어가 새까맣게 다져 놓은 밥을 본 때부터 그 생각은 나의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주님께 전보다 더욱 간절히 매달리며 성당에 할아버지를 업고 다니며 기도했다.
“사랑하올 예수님! 제가 받은 은사를 다 거둬가시라고 청했잖아요. 그러나 이번에 봉 할아버지 기도해서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치유의 은사 한 번만 내려주셔요. 그것이 안 되면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 아들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눈을 떠 주셔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으셨다. 그동안 예수님께서는 부족한 나의 기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해주셨다.
병원에 입원하여 낫지 못한 사람조차 낫게 해주시어 퇴원했고 불치병까지도 치유되었는데, 할아버지의 눈을 떠주시라는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으니 애가 탔다. 나는 너무너무 간절하여 ‘어떻게 하면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눈을 떠드릴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기에 바쁜 일상 속 끊임없이 바치는 생활의 기도 중에서도 할아버지 지향이 빠진 적이 없었다.
‘심 봉사의 눈을 떠드리려는 효녀 심청이의 마음이 이렇게 간절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기도뿐 아니라 눈에 좋다는 것은 다했다. 여러 음식과 약도 해다 드리고, 기도하며 입김을 불어넣어 드리면서 별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 나는 애가 닳았다. 그러다 나는 구약의 토비트서를 떠올렸다.
의롭고 자선을 베풀며 살아온 토비트는 뜨거운 참새 똥이 눈에 떨어져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간절한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라파엘 천사를 보내시어 물고기의 쓸개를 바르게 하여 눈을 떠주시지 않았던가! 나는 다시 한번 토비트서를 읽으면서 ‘혹시 할아버지가 물고기 쓸개를 바르시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눈을 뜨실 수만 있다면 나는 못 할 일이 없었다. ‘물고기 쓸개를 어디서 구하지...?’ 당시 나는 회를 전혀 먹지 않았기에 활어 횟집이나 수산물 시장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물고기를 잡으려고 고기 잡는 그물망을 가지고 나주천으로 내려갔다.
이때만 해도 물이 참 맑아서 냇가에서 빨래도 다 할 때였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 개천에 나가 고기 잡으며 놀 때 나는 일을 해야 했기에 해본 적도 없었지만, 주님께 의탁하며 가장 깨끗할 냇가 위쪽으로 가서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에 들어갔다. 요리조리 쏙쏙 그물을 피하는 고기들이 어찌나 빠르던지 나도 모르게 허둥지둥 대었다.
그러나 주님과 성모님께서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며 품 안에 안아 천국으로 데려가려고 하시는 데도 자유의지로 떠나가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는 셈치고 최선을 다했다. 그물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오 자비하신 주님, 성모님 감사합니다! 그 넓은 망토를 펼치시어 길 잃은 영혼들을 품에 안아주소서!
그리고 부디 이 고기로 당신 아들 안드레아 눈을 뜨게 해주소서.” 하며 기도를 바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하여 피라미 같은 고기들을 잡았다.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워메, 젊은 아가씨가 뭔 물고기를 잡는다냐...” 그러나 할아버지 눈을 떠드릴 수만 있다면야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판단은 사랑받은 셈치고 주님 영광을 위하여 기쁘게 봉헌했다. 하천이라 물고기가 크지 않으니 여러 마리를 잡았다. 손질하여 쓸개를 발라낸 후, 익히면 그 효과가 떨어질 듯하여 생것 그 상태로 으깨었다. 할아버지께서 너무 써 하실까 봐 사탕도 준비해갔다.
“라파엘 천사를 보내시어 토비트의 눈을 떠주신 하느님! 부디 이 쓸개를 토비트의 눈을 떠준 그 물고기의 쓸개로 변화시켜주시어 할아버지 눈을 떠주시어요.” 간절하게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할아버지의 눈에도 정성껏 발라드리고, 직접 드시게도 해보았다. 그리고는 “아버지, 혹시 눈이 보이시지는 않나요?” 하고 여쭈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짐.” 나는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희생이 더 필요한가 보다. 예수님께서 분명 이 희생 또한 받아주시어 할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주실 것이다.’ 하고 믿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다 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만 2년간이나 기도했어도 안 됐으니까 이제는 의사에게 보이자.’라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