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66화. 시어머니 돈 마련위해 시골길 피 흘리며 기어가다

wlsgodqn
2023-06-19
조회수 1090


시어머니 돈 마련위해 시골길 피 흘리며 기어가다

우리 집은 산 밑이라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어디에서 그 많은 돈을 구해야 할까?’ 너무나 막막하여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흐려지는 시야를 닦아내며 ‘윤홍선, 무너지지 말자. 시어머니께 사랑받은 셈 치고 다시 한번 사랑의 힘을 발휘해 보자.’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느님, 나의 아버지! 시어머니께 돈을 마련해 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어요. 제게 힘을 주시어요.’ 기도드리고는 먼저 아랫집에서 빌려봐야지.’ 하고 우리 집주인이 사는 아랫집으로 기어갔다. 시어머니 드릴 돈을 빌린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죄송해요. 제가 이렇게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이 있으면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며 부탁드렸다. 

그러자 “우메, 시상에!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병원 간다는데 빌려줘야지.” 하시더니 있는 돈을 동전까지 다 내주셨다. 기꺼이 모든 것을 내주시는 주인집 아주머니께 너무나 감사했지만, 그 돈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동네 아랫집들로 가봤는데 다들 돈이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돈이 많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 시골 사람들이 무슨 돈을 집에 쟁여두고 있겠는가!
 
게다가 내가 사는 이 동네는 모두 농사짓고 사는 시골 사람들이어서 돈 빌리기가 더 힘들었다. ‘늦어지면 또 광주로 올라가셔야 하는 시어머니가 화가 많이 나실 것인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고통 중에 정신마저 아득해졌지만, 죽을힘을 다해 아랫마을로 기어 내려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였기에 겨우겨우 기어가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얼른 숨었다. 또다시 기어가다가, 인기척이 나면 또 숨었다가 다시 기어가기를 반복했다. 흙바닥을 기니 올라오는 흙먼지에 얕은 기침을 해가며, 옷도 다 흙먼지투성이에, 손과 무릎은 다 쓸리고 잔돌, 모래들까지 박혀 너무 아팠다.


그러나 기다리실 시어머니 생각에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어 털어내지도 못했다. 입은 옷이 땀으로 다 흠뻑 젖도록 쉬지 않고 기면서 여러 집을 찾아다니며 어렵게 돈을 빌렸다. 시어머니 드린다는 말은 하지도 못하고 “제가 이렇게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조금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어렵게 부탁드리니 그분들도 조금 있는 돈을 기꺼이 다 내어주셨다.
 
무척 감사했지만,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 그것을 다 합쳐도 시어머니께 맞춰드리기에 턱없이 부족했기에, 다시 길을 나서 돈을 빌리려 한참을 기어 다녔다. 도대체 몇 집이나 들러서 돈을 빌렸을까? 그렇게 여러 집을 다녔는데도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매 순간 엄습해오는 고통으로 힘이 없던 나는, 전신을 떨면서도 거친 시골길을 기고 또 기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과 무릎이 다 까져 피까지 흘렀지만 한 손 한 손 뻗어 땅을 짚을 때마다 하느님께 절실히 기도했다. “하느님, 저에게는 이 돈이 얼마나 많은 눈물과 고뇌와 속이 다 타들어가는 쓰라린 희생을 동반한 것인지요. 저의 이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시어머니에게 흘러 들어가 시어머니의 마음이 아름답게 승화되도록 변화시켜주셔요.”하고 간절히 청했다.


이토록 처절한 고통과 아픔까지도 사랑받은 셈 쳐보지만, 여러 가지로 나의 처지가 너무나 힘겨워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얼마나 많은 이슬방울을 죽을힘을 다하여 기어다니던 그 시골 길목 길목마다 흩뿌렸을까? 그러던 중 나는 꽤 먼 거리에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 부인 집이 생각나, 사력을 다해 기어갔다. 먼 거리였기에 여러 사람을 마주칠 뻔했다.
 
 
혹시 누가 보이면 도로 옆 풀 뒤에 얼른 숨고, 기어가다가 누가 보이면 또 숨으면서 어렵게 찾아갔다. 거짓말은커녕 아쉬운 소리 한 번 못 하던 내가 시어머니 위해서는 계속 아쉬운 소리와 거짓말도 해야만 했다. 경찰네 집에 도착해서, 그 부인에게 창피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 제가 너무 아파서 지금 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그러니 돈이 있으면 좀 빌려주시겠어요? 금방 갚아드릴게요.” 경찰 부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세상에나, 어쩜 좋아. 젊은 새댁이 정말 안 되었네. 조금만 기다려요.” 하더니 금방 내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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