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65화. 마루를 꽝꽝 두들기며 격노하시던 시어머니

wlsgodqn
2023-06-17
조회수 1103



마루를 꽝꽝 두들기며 격노하시던 시어머니


병원을 계속 다녀도 터진 수술 자리가 더 악화되기만 해 자리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지만, 이제 더는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몸이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도 돈이 없는 데다, 친정어머니는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돌보시느라 꼼짝을 못 하시니 큰 병원엔 갈 엄두도 못 냈다.



게다가 친정어머니의 경제적 도움 없이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없는 형편에 시어머니 매달 돈 대드리지, 시동생들 가르치느라 또 매달 많은 돈이 들어가야 했다. 그뿐인가! 그렇게 돈을 드리고 나면 우리 여섯 식구도 살아가야 하니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돈이 얼마 들지 않는 동네병원이지만 매일같이 나의 병원비까지 들어가다 보니 친정어머니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벌어오시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아이들조차 챙기지 못하고 누워있을 수밖에 없으니, 막막함으로 내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했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자주 들러 돈을 가져가시는데, 남편 월급날이면 어김없이 돈을 받으러 늘 광주에서 군서까지 200리 길을 찾아오셨다. 그래서 계속 빚까지 내어가며 시어머니께 돈을 대드리다 보니, 결국 생활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매달 형제들이 시어머님을 위하여 조금씩 모아 넣던 곗돈과 시어머님 용돈과 다섯째 시동생에게 우리가 직접 보내는 돈, 그리고 그 외에 시어머니가 다섯째 시동생에게 더 보냈다는 돈을 시어머니께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월급날이 되니 어김없이 시어머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그날따라 친정어머니가 친정에 가고 안 계셨기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시어머니는 아침 일찍 오셨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부엌에서 넷째 아이 줄 분유를 타기 위해 물을 데우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다급히 부르시는 시어머니의 목소리에 아이 우유 주는 것도 제쳐 놓고 서둘러 시어머니께 갔다.

 

그날도 시어머니는 오시자마자 “아야, 빨리 돈 주라.” 하시기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이렇게 죽어가는데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시어머니를 통해 시동생에게 부탁하는 것 외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 말 꺼내기가 너무 어려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 큰맘 먹고 어렵게 사정하였다.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수술했던 배의 상처가 3개월 만에 터져 배 속에서 거즈가 나왔어요. 그래서 병원을 계속 다니다 보니까 지금은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머니, 다음 달에 보너스 나오는데 그때 두 달 치를 함께 드릴게요.


 


그러니 서울 시동생에게 보내셨다는 돈과 어머니의 용돈, 그리고 어머님 위해 들어가는 곗돈 등, 둘째 시동생에게 이번 한 달만 대신 내주면 다음 달에 보너스 나올 때 꼭 갚는다고 부탁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달만 그렇게 해주시면 다시는 이런 부탁 안 드릴게요. 네? 어머니.”하고 간곡히 말씀드렸다.


마음을 졸이며 조심스레 드린 말이 끝나자마자 시어머님은 노기를 띠시며 주먹으로 마룻바닥을 사정없이 쾅쾅 두들기시며 호통을 치셨다. “너희들, 나 아니면 끝도 못 마쳐야! 정말 징하다. 맨날 아파가지고!” 몇 달째 너무 아파 아무것도 못 먹고 토만 하면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는 방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 큰 소리에 너무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나는 결혼하여 신혼여행도 가보지도 못했고, 결혼하자마자 시댁에서 결혼 잔치하느라 임신 8개월의 몸으로 그 뒤치다꺼리를 다 해야 했다. 시어머니는 결혼 잔치가 끝나자마자 바로 아들 결혼 빚부터 갚으라고 재촉하셨다. 내가 친정에서도 빚 내어 결혼을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너희 집 빚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내가 너희 결혼할 때 진 빚을 갚아라.” 하시지 않았던가!

 

돈이 없어 미용실을 내놨는데 5일 후에 나주로 내려오셔서 빨리 결혼 빚 갚을 돈을 달라고 또 재촉하셨다. 그래서 “어머님, 어머님이 쓰신 결혼 빚 갚으려고 지금 미용실을 내놨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셔요.” 했더니 “더 기다릴 수가 없다. 빨리 돈을 내놔라.” 하셔서 할 수 없이 미용실을 급매로 헐값에 팔아 결혼 빚부터 갚아야 했다.



남편은 월급도 주지 않았기에, 그로부터 나는 만삭의 몸으로 여기저기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사사로 머리하여 시댁에 돈 대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댁의 모든 빚을 빚 내어 갚기 시작했다. 계속 시댁에 돈 대드리고, 그 뒤 다섯째 시동생 가르치고, 또 그 밑의 시동생 둘을 학자금 대출받아 대학 보내며 매달 갚아나갔다.

 

그렇게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도 사랑받은 셈 치며 정말 기쁘게 봉헌해오던 나였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나는 단 한 번도 직장에 다니는 시동생들이나 그 누구의 도움도 받아보지 못하고 빚내어 시동생들을 가르쳤다. 그때는 공무원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공무원인 남편은 한 달에 몇만 원 정도를 받았다.


 

우리가 다섯째 시동생에게는 매달 보내는데 시어머님은 다섯째 시동생에게 보냈다고 자주 10만 원에서 20만 원씩을 달라고 해서 수없이 돈을 받아가셨다. 결국, 내가 건강을 잃기 시작하여 몸이 아픈 와중에서도 굶어가면서, 또 우리 아이들까지도 제대로 못 먹일지언정, 그동안 시어머니의 어떠한 무리한 요구에도 단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이 달라고 하시는 대로 어떻게든 다 해드렸다.

 

그렇게까지 시댁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나인데, 이번엔 너무나 상황이 어려우니 정말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말씀드린 것이었다. 돈을 그냥 보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검찰청에 다니는 둘째 시동생에게 한 달만 빌리면 다음 달에 갚는다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 것이었다. 돈을 못 해드리는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 난생처음으로 부탁드린 것이니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오히려 더 화가 나셔서 아픈 나에게 터무니없는 여러 말로 불화살을 계속 쏟아부으셨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신 시어머니는 사정없이 큰 소리로 “아이구, 참말로 그냥! 홀어머니 밑에서 혼자 옹호받고 컸으니 저 모양이지...”

 

 

하시는 등 이밖에도 온갖 욕을 다 하시며 방문을 박차고 나가셨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져 나온 시어머니의 격분한 말씀에 너무 놀라 쇠약해진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거기다 친정어머니께서 또 나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들으시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이제까지 그렇게도 피나는 노력을 했건만….


 

나는 걷지도 못했지만, 역정을 내시며 화가 나서 가시는 시어머니를 혼신의 힘을 다해 빨리빨리 기어서 따라가, 기어이 치맛자락을 꼭 붙들었다. 더는 시어머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월급날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어머니, 진정하시고 집으로 들어가셔요. 돈을 해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리셔요, 네?”


 

그제서야 시어머니는 걸음을 멈추시고 집으로 들어가 마루에 앉으셨다. 나는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억제할 길이 없었지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시어머니께 보이지 않으려 애써 감추었다. 마루에 앉아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계시는 시어머님을 뒤로한 채, 절박한 심정으로 기어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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