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93화.사형선고를 받다

wlsgodqn
2023-07-26
조회수 1000


사형선고를 받다 

여태까지 본 중에 가장 단호한 표정으로 원장님이 말했다. “아주머니, 그동안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더는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큰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을 테니 이제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이나 잡수시고 푹 쉬세요.” 사실 이때, 원장은 최후의 통고를 한 것이었으나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나는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물로 애원했다.
 
“아니, 원장님, 물도 먹을 수가 없어요. 부디, 제발 살려 주세요.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변을 못 보니 뭐가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배가 뒤틀려 너무 아파요. 우선 대변만 볼 수 있어도 좋겠는데, 대변만이라도 볼 수 있도록 어떤 약이라도 좀 지어주셔요, 네?” 그러나 원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원장님... 제발...”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그는 침묵했다. 더는 어떠한 애원도 소용이 없었다. 입이 마르고 속이 바짝 타들어 가는 듯했다. 원장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원장님, 안 되면 진통제라도 다시 좀 처방해주셔요. 좀 강한 것으로요. 전에 약은 전혀 듣지를 않았어요. 제발요.”
 
“...” 원장은 침묵하며 이제 아예 진통제도 처방해주지 않았다. 간호사들까지도 그저 하나같이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느님, 도대체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큰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다니요?’ 사방이 모두 막힌 어둠 속을 헤매는 듯 막막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안녕히 가세요.” 하는 원장의 말에 나는 하는 수 없이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겨우 진정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이 막힐듯한 무거운 침묵 속, 나를 외면한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들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는데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힘겨운 발걸음을 떼며 진료실 문을 나서려던 찰나!


깊은 침묵을 깨는 원장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여린 내 귓전을 울렸다. 나는 얼른 밖으로 나갔지만 그들의 말이 마치 내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 “쯧쯧쯧, 의사 생활 오래 했지만 암이 전신에 저토록 다 퍼져서 직장에서 항문 밖으로까지 저렇게 퍼져나온 사람은 처음 본다. 어떻게 저럴 수도 있나?”
 
“에휴, 혈압이나 정상이라야 인공항문이라도 만들 수 있지. 그래야만 변을 볼 수 있어 무엇이라도 먹을 수 있는데 말이지.” “항문뿐이던가요, 저번에 목 봤잖아요. 완전히 풍선처럼 부푼 데다 암이 목 안에도 가득 차 있었잖아요. 저 살면서 그런 무서운 암은 처음 봤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을 텐데 저렇게 목구멍부터 발가락까지 온 전신에 암이 다 퍼지도록 가족들은 이제까지 큰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고 도대체 뭣들 한 거야? 숨도 쉬지 못하게 아플 텐데. 아니, 그보다 저런 상태면 누워서 신음만 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혼자 다닐 수가 있죠?”
 
“쯧쯧쯧, 혼자 다니는 것 정도겠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어. 방금 진료할 때 배를 좀 눌러봤는데, 몸이 거의 굳었어. 돌덩이같이 딱딱해. 아마 심장, 신장, 간장, 위장, 자궁 등 오장육부가 지금 제 기능을 하는 것이 하나도 없을 거야 그런데 저런 몸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야.


저 정도면 그냥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 먹고 쉬다가 가는 것이 상책이지, 치료도 소용없어.” “목구멍도 다 막혔지, 대변도 볼 수 없게 항문도 다 막혔지. 먹긴 뭘 먹겠어요? 맛난 것은 무슨. 저러면 아예 먹을 수도 없을걸? 거참,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울 텐데, 불쌍해서 어쩌면 좋아.”
 
“애가 넷이나 된다고 했는데 그 애들 불쌍해서 어떡하나?” 그러자 수간호사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떻게 저토록 처참하게 될 수가 있어요?” “그러게 말이어요. 우리한테도 얼마나 예의 바르고 친절했나요? 그리고 자기가 아파서 병원에 한 번씩 와도, 가만히 안 있고 웃으면서 병자들을 늘 도와줬잖아요.”

 
“그래그래 맞아. 그래서 심지어 다른 환자가 간호복도 안 입었는데 수간호사냐고 묻기도 했잖아. 어휴, 어쩌면 좋아. 너무 안 됐다.” 그 뒤로도 무슨 말들을 하는데 마치 모든 감각이 다 차단된 듯 나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가망 없어 어찌할 수 없는 의사들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그들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도저히 치료될 수 없는 심각한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 우둔한 사람...! 나는 왜 진작 느끼지 못하였을까? 의사들은 꼭 살아야 한다고 애원하는 내게 차마 암이 전부 전이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직접 하지 못하고,
 
 
말기가 되어 항문까지 퍼져버린 암을 간접적으로라도 알려주기 위해 기어이 항문을 벌려 가족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었구나.’ 나는 그제야 지난번 병원에 왔을 때의 일들이 모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주사는 바로 항문 밖으로 퍼져나온 암 덩어리나 그런 곳에 놓은 주사였던가?
 
그래서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그토록 아팠던 것이구나!’ 퍼즐이 맞춰지듯 속속들이 들어맞는 상황 속에, 남편에게 결코 나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들어오지 말라고 절박하게 외쳤던 순간도 생각났다. ‘그래서 의사가 그렇게까지 다급하게 남편을 찾으며 들어오게 했구나,
 
 
그런데도 내 남편은 나중에라도 의사에게 환자인 아내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았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잠깐 섭섭한 생각이 들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아니야, 오히려 내 상태를 못 들은 것이 나아. 아내가 말기 암이란 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충격받았을까?’ 하며 바로 남편이 사랑으로 아픈 아내를 걱정하고 신경 써준 셈 치고 봉헌했다.
 
‘암이 말기가 되면 여러 곳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발에까지 퍼져 나올 정도로 그렇게 무섭게 온몸으로 전이되고 있었다니?….’ 죽음이 숨죽인 채 그렇게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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