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92화. 온몸의 기능이 상실되어 갔지만

wlsgodqn
2023-07-25
조회수 976


 온몸의 기능이 상실되어 갔지만

영암 대성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써봐도 효과는커녕 온몸의 고통은 더 극심해져 갔다. 강한 진통제도 아예 듣지 않았던 것이다. 목이 다 부어 목 안에 좁쌀처럼 무언가 가득 돋아 침조차 삼킬 수도 없는 데다, 억지로라도 먹으려 하면 음식이 전혀 받지 않아 먹지도 못했다. 오랫동안 대변을 볼 수가 없으니 속이 완전히 뒤틀린 듯 엄청난 고통이 계속되었다.

죽을 뻔한 고비 속에 아기들을 낳으면서도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고, 그 어떠한 극심한 고통도 잘 봉헌해온 나였지만, 이 당시만큼은 너무나 괴로워 가만히 있어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절로 줄줄 흘렀다. 숨 쉬는 순간순간이 죽음 그 자체였기에 도저히 이대로는 더 견딜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어 또다시 영암 대성병원으로 갔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위해 나는 기필코 살아야만 한다.’ 나는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어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홀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걷는 고통의 그 길!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지만 편하게 택시 타고 가는 셈 치고,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한참을 걸어 버스를 탔다. 보통 사람이면 금방 가고도 남을 길이었지만 나에겐 너무나 버거운 길이었다.



수없이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죽을힘을 다해 간신히 병원에 도착했다. 진료실로 들어간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삭이며 원장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원장님, 저 어떻게 좀 해주세요, 더는 못 견디겠어요. 제발 대변이라도 좀 나오게 해주세요.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만 같아요. 원장님, 저 살아야 해요, 꼭이요.”

 

하지만 원장은 그런 나를 딱하다는 듯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또 오셨네요. 그때 제가 충분히 설명해 드렸잖아요. 약을 잡수셔도 듣지 않을 것이고,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래도 애걸복걸하다시피 부탁했다. “원장님, 그래도 제발 무엇이라도 좀 해주셔요.” 원장님은 한숨을 크게 쉬며 “아휴, 소용없다니까요.”


“제발 부탁드려요. 아이들 넷을 두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휴... 그럼 검사라도 해봅시다.” 원장은 정말 내키지 않는 듯, 마지못해 간호사를 불러 나를 여러 가지 기본적인 검사와 피검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여러 번 본 익숙한 얼굴의 수간호사가 나에게 친절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대학병원은 가보셨어요?” “아니요.” 어떻게 돈이 없어서 못 갔다고 말할 수 있겠으며, 나를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갔다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수간호사는 안타까이 바라보더니 나를 붙들고 검사실로 데리고 가서 “혈압 체크할게요.” 하며 혈압계를 팔에 끼워 혈압을 측정했다. (당시에는 수동혈압계만 있었음)
 

수간호사는 처음 측정을 하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다..., 혹시 다른 쪽 팔에 해봐도 될까요?”하고 몇 번을 다시 팔을 바꿔 혈압을 쟀다. 그러다 결국 “음... 혈압이 나오지를 않아요. 피검사를 한번 해볼까요?” 하며 채혈 준비를 해서 왔다. 수간호사는 보통 채혈하는 팔 오금 위쪽을 혈관이 나올 수 있도록 묶어 압박을 가했다.
 
혈관이 나올만한 곳을 한참을 때려가며 혈관을 찾았지만, 잘 모르는 내 눈에도 혈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간호사는 그렇게 오랫동안 씨름하다가 도저히 혈관이 나오지 않으니 또 그렇게 다른 쪽 팔을, 팔이 안 되니 손목, 다리, 발목, 등등... 피를 뽑을 만한 모든 곳에서 혈관을 찾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했다.


혈관이 있을 법한 곳을 몇 번이고 주삿바늘로 찔러보기도 했지만, 전혀 혈관이 나오지 않고 엄청나게 아프기만 했다. 그러나 고생하며 미안해하는 수간호사가 안쓰러워 나는 하나도 안 아픈 셈 치고, 미소와 함께 “저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네요. 죄송해요.” 하고 용서를 청했다.

 
오랜 시간 애쓰던 수간호사는 간호사 둘을 더 불러서 혈관을 찾아보도록 했지만, 결국 혈관을 찾지 못했다. 수간호사는 “제가 그래도 병원에서 몇십 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혈관 잘 찾는다고 자부했는데, 이렇게까지 안 된 것은 정말 처음이네요. 죄송해요.” 하며 사과하고 의사와 원장님을 불러왔다.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의사와 원장까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내 혈관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간신히 혈관을 찾은 것 같아 그들은 “어!!!”하고 기뻐하며 주삿바늘을 찔렀지만, 주삿바늘이 다 들어가기도 전에 실같이 얇은 혈관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결국 나는 아무 검사도 받지 못한 채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원장을 만나게 되었다.

 
심각한 표정의 원장을 보고 나는 불안했지만, 가족을 위해 반드시 살아야 하니,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애원했다. “원장님, 피검사는 못 했지만 그래도 제 증상 들어주시고 무엇이라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대변은 계속해서 나오지 않고 요새는 소변까지도 보기가 힘들어요.” 원장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나를 진찰대에 올려놓고 배를 이곳저곳 눌러보았다.
 
 
원장이 배를 누르는 곳마다 너무나 아파서 나도 모르게 “윽!”,“으윽!”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런 내 반응을 보면서 검진을 마친 그는 나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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