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81화. 쇠꼬챙이라는 분으로부터 난생 처음 받아본 사랑

wlsgodqn
2023-07-13
조회수 1108


쇠꼬챙이라는 분으로부터 난생 처음 받아본 사랑

내 몸은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었지만 나는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어떻게 아시고 “새댁, 젊은 사람이 정말 고생하네. 자네는 몸도 약한데 말이야. 지금은 다 둘만 낳아 잘 살자고 하는데 이렇게 애들을 넷이나 낳아 참말로 고생이 많구먼. 우리가 애들을 좀 봐주겠네.” 하셨다.
 
농사 일을 하시는 중에도 내외분이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봐주셨다. 나는 그간 방을 얻을 때마다 아이들이 많아서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쇠꼬챙이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히려 이렇게 사랑으로 아이들을 봐주시다니! 덕분에 다섯째 시동생이 사법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농사를 지어 도움을 주시겠다던 친정어머니는 안심하시고 농사일에 전념하실 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께서 오시면 꺄르르 웃으며 “하부지!”하고 먼저 가서 안길 정도로 할아버지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역시 외출할 때만 빼고는 한 살짜리 막내는 보행기 태워 봐주시고, 세 살 된 셋째 아이는 데리고 일도 하시고 놀아주기도 하셨다. 내가 아이를 못 봐서 그러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너무 예뻐해 그렇게 하신 것이다.


밭에 나가실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셨는데, 셋째는 세발자전거에 넷째는 유모차에 앉혀놓고 돌보아주시며 일을 하셨다. 큰아이들도 예의 바르고 너무 착하다면서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고 예뻐하셨다. 또 과자도 자주 사주고, 간식을 손수 만들어주기도 하셨다. 나는 한평생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난 기분으로, 우리는 서로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게 되었다.


비록 몸은 너무 아파도 오랜만에 사람 사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의 마음도 부족한 나에게로 향하였으니 내 건강이 회복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지혜롭고 얌전한 셋째 아이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펄펄 끓는 라면 냄비에 손이 들어가 데여서 사정없이 울어댔다. 

자지러지게 울면서 아파서 “으~ 으~” 앓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아파주고 싶은 애달픈 심정이었다. 안집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외출하신 데다 집에는 전화도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방법도 없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하니 집에 항상 소주가 준비되어 있어 얼른 소주에 손을 담가주니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렇게 아이를 업고 잠을 재우려는데 손이 소주에서 나오기만 하면 또다시 자지러지게 울었다. 안아주려고 하니 더 크게 울어 어찌하지 못하고 계속 업어서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외출했다가 자정쯤 들어오신 주인 할아버지 내외분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놀라“새댁, 무슨 일인가!” 하시며 우리 방으로 들어오셨다. 아이의 덴 손을 보시고 깜짝 놀라 마음 아파하시며 서둘러 감자를 찧어서 데인 손에 붙인 후 싸매주셨다. 그제야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나는 자신의 아이가 다친 것처럼 신경 써주시는 두 분의 모습에 너무나 감동했다.

 

내가 한평생 우리 친정어머니 아니고서야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봤는가! 아니, 우리 어머니께서 나를 사랑하신 방식은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않도록 늘 엄하게 매를 들고 사셨으니, 실로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두 분은 그 늦은 밤에도 아이를 돌보아 주겠다고 데리고 가시면서 다정하게 말씀 하셨다.

“새댁, 너무 고생했네. 애기가 이렇게 데여서 얼마나 놀라고 고생했는가? 애기는 우리가 봐줄 테니 조금이라도 편히 쉬게나.” 하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다정하고 친절한 말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만 해왔는데 이런 사랑을 직접 받아보다니...

 
조건 없이 베풀어 주시는 할아버지 내외의 따뜻한 사랑에 그간 힘겨운 삶에 지쳤던 내 마음마저도 녹아내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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