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77화. 엄마 잃은 아이처럼 엉엉 우시던 시외할머니를 보내고

wlsgodqn
2023-07-08
조회수 898


엄마 잃은 아이처럼 엉엉 우시던 시외할머니를 보내고

 뜻밖의 헤어짐의 소식에 우리는 눈물을 멈출 줄을 몰랐다. 할머니는 나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서러워, 엄마를 잃고 우는 어린아이처럼 “아가, 이제 나는 어쩌란 말이냐. 너 없이는 이제 도저히 나는 안 되는디.” 하시며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도록 엉엉 우셨다. 나도 그런 할머니를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 눈에서 빗줄기처럼 흐르는 눈물을 감출 생각도 못 한 채, 나는 할머니께 “할머니이~, 우리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잠시 헤어지지만, 제가 모시러 갈 때까지 몸 건강히 잘 계셔야 해요. 외숙모가 힘들게 해도 저랑 다시 같이 살 것을 생각하시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셔요. 식사도 꼭꼭 잘 챙겨 드시고요.
 

그리고 술 드시고 싶으실 땐, 저랑 곧 같이 살 거니까 술 마신 셈 치고 조금만 참아보셔요. 제가 나중에 맛있는 안주랑 해서 술상 많이 봐 드릴 테니까요. 할머니, 할머니를 끝까지 제가 모실게요. 약속해요. 우리 꼬옥 다시 만나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아셨죠, 할머니?” 하며 우리는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할머니는 “우메, 우메, 아가! 그렇게 하겠다만 내가 이제 너 없이 단 며칠간이라도 어찌 살아간다냐? 아가, 나는 너 없이는 이제 하루도 못 살아야.” 하시며 펑펑 우셨다. “아가,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아흔여섯 되도록 살면서 이제까지 너같이 예쁘고 착하고 좋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단다.

그런데 내가 무슨 잘한 것이 있간디, 이 늘그막에 어찌 너같이 선하고 귀한 것을 만났을꺼나이? 잠시 잠깐 헤어지는 것이 이토록 맴이 아픈디, 이제 너 없이 나는 어쩐단 말이냐. 너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동기간이 그렇게 많은 곳에 시집와 그 많은 시동생 다 돌보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 했지. 그뿐이냐?


내 딸이다만, 네 시어미가 그렇게 너에게 결혼 빚부터 해서 맨날 돈 달라고 해도 그렇게 다 해주고…. 네 시어미가 돈 필요하면 대번에 너한테 찾아갔던 거 내가 알고 있단다. 다는 모르지만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내가 보면서도 말은 못 하고,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집살이시켜도 너는 얼굴 한 번 찡그린 적 없고 보름달같이 환한 미소만 가득하더라. 또 네 시아버지한테는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잘했더냐? 네 사랑과 정성으로 불치병인 중풍이 3개월 만에 완치되지 않았더냐. 하루종일 시부모 수발하고 그 많은 식구 돌보느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숨돌릴 틈도 없었을텐데.
 
갓난쟁이 애기도 있어 피곤할 텐디이, 그 늦은 밤중에도 일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이 늙은 할미인 나한테 왔잖냐. 내가 무엇이간디 그렇게 좋은 이야기 해주고 위로해 줌서 어깨랑 다리도 주물러주고, 맛있는 거 해다주고, 사다주고, 여기 와서는 또 얼마나 잘해줬다냐. 아가, 네가 사랑으로 해줘서 이렇게 몸도 건강해졌는디...
 

너는 내 사랑하는 딸이고, 소중한 동무란다. 아가.” 하시더니 내 손을 잡으시고 엉엉 우셨다. “할머니, 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걸요. 할머니가 너무너무 좋아서 할머니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저야말로 할머니가 안 계시면 안 돼요.” 나는 방 두 개를 얻으면 바로 할머니를 모셔 오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억장이 무너지도록 슬퍼하시니 내 맘 또한 산산이 부서지듯 너무 아파왔다. 그래서 나는 비록 비좁은 단칸방 하나에 온 식구가 어렵게 지낼지라도, 이삿짐 정리만 되면 반드시 모셔오기로 결심하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할머니, 방 두 칸짜리 얻으려면 시간 걸리니까 우선 이삿짐만 다 정리되면 모시러 갈게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오냐, 오냐. 꼭 그래라이.” 하시며 얼굴이 활짝 피어올랐다. 그러다 “그래도 그때까지 어찌 기다린다냐.”하고 다시 우셨다. “이삿짐 정리 금방하니 얼른 모시러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돼요. 그러니 그만 우셔요. 네?” “응, 꼭 나 데리러 와야 해. 나 이제 너 없으면 절대 못 살아야. 아가, 내가 너를 만난 지 10년이 다 된 세월인디 너는 항상 한결같았어.
 
형제간 많은 데서 큰 살림 하면서도 네 시댁만 해도 너는 그 많은 식구에, 내 손주들 둘에다가 내 아들 친구의 아들까지 데리고 있으면서도 어찌 그렇게 나에게 잘 해주었다냐...” “할머니,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러니 이제 그만 우셔요.” 했더니 정색을 하시며 “아니야, 예전에도 내가 말했지만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나 천사임이 분명해.” 하시며 또 우셨다.

 
할머니는 울먹이시며 또 말씀하셨다. “그런디 아가, 나 암만 생각해도 이제 그런 너 없이 살 수가 없는데 어떡하면 좋으냐?” “할머니, 그러면 며칠만 가서 계셔요. 이사하고 방 정리만 끝나면 금방 모셔올게요. 아셨죠?” “응, 그래. 빨리, 꼭 빨리 데리러 와야 해. 손꼽아 기다릴 거야.” “예, 할머니.”
 
친정어머니도 오순도순 지내셨던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물지으시고, 우리 아이들도 울며 할머니와 인사를 했다. 할머니를 업고 모산이 집으로 보내드리는 눈물겨운 그 길!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내내 할머니의 흐르는 눈물은 내 등짝을 적시고, 내 눈에서도 계속 이슬방울이 흘러내렸다.

 
당시 나에게는 암이라는 친구가 이미 온 전신에 찾아와 내 몸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몸이 아픈 것보다도 할머니가 나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을 그렇게 힘들어하시니 얼마 동안이라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이 찢어지듯 아프고 무거워, 할머니를 업은 내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나는 온몸이 고통스러웠지만, 내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할머니셨기에, 먼 길 가시는데 행여나 힘드실까 봐 편한 셈 치고 기쁘게 봉헌하며 업어드렸다. 나는 할머니를 업은 채로 버스를 타고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또 할머니를 업고 걸어갔다. 할머니께 뽀뽀해드린 후 꼭 안아드리고 나서 시외갓댁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시외숙모님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리며 “외숙모님, 저희 집 방 정리만 되면 모셔갈게요. 조금만 모시고 계셔주셔요. 힘드셔도 할머니 잘 좀 부탁드릴게요.” 울고 계시는 할머니를 뒤로한 채 시외숙모님께 부탁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하지만 “하느님, 우리 할머니, 시외가댁에 계시는 동안 며느리이신 시외숙모가 잘 보필할 수 있도록 우리 시외숙모님 마음을 변화시켜주셔요.”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나의 무거운 발걸음까지도 시외숙모님에게 할머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주시길 청하며 봉헌했다.

 
몸이 안 좋은 나는 어렵게 짐들을 꾸려 쉬운 일 하는 셈 치고 이사를 했다.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았지만, 이삿짐을 빨리 정리하고 시외할머니를 모셔오려고 부지런히 짐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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