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513화. 안집 할머니의 전언

wlsgodqn
2023-08-19
조회수 1098




 안집 할머니의 전언


다섯째 시동생의 사법고시 합격 후 시어머니가 다녀가신 다음 날, 친구 미라 엄마가 찾아왔다. “유형이 엄마, 집에 있어?” 하는 반가운 목소리에 나와보니, 너무나 그립고 그리운 얼굴인 미라 엄마가 서 있었다. “미라 엄마! 어떻게 알고 왔어!” 나는 그리운 옛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아픈 것도 까맣게 잊고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기쁜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전에 내가 나주에 살 때 개신교 집사 집에 함께 세 들어 살면서 정을 나누던 아주 소중한 이웃이었다. 미라 엄마는 나를 너무 좋아하여 내가 배가 고파 있을 때 우리 집에 찐빵도 해다 주고, 내가 돈 벌러 친정 가고 없을 땐 나 대신 그이에게 밥도 해주었다.

 

그들은 가난했기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면서도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남편에겐 매일 시장 봐서 새 밥상을 차려주었다. 그리고 시동생을 가르치기 위해 돈을 벌려고 전전긍긍하는 나에게 골동품 자개 일을 가르쳐주어 돈도 벌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러나 나와 친하게 사는 모습을 시기 질투한 집주인에게 쫓겨난 그녀!



내가 나주로 다시 이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나의 사정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때 마침 안집 할머니가 나에게 오셨다. “색시, 시아제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며?” 나는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고 남편도 말할 사람이 아닌데 안집 할머니가 이 소식을 알고 계셔서 조금 놀랐다.



“어머, 세상에나, 어떻게 아셨어요?” “자네 시어머니가 그러더구만.” “예? 시어머니가 어제 잠깐 들렀다 금방 가셨는데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응, 어제 오시자마자 우리 집 먼저 들러 나에게 아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자랑하고 자네 방으로 들어가시던데?” “아... 예, 시동생이 공부를 잘했어요.”

 


그때 옆에 있던 미라 엄마가 얼른, “큰형수가 공부를 가르쳤어요.”라고 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았기에, 미라 엄마도 그 이상은 몰랐다. 나는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하게 귓속말로 미라 엄마에게 말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러자 안집 할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우메, 어쩔꼬? 근데 자네 시어머니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얘들이 쪼끔 보태주고, 큰 것은 다 내가 했어라우.’ 그러데.”라고 하시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이사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처음 보는 안집 할머니에게 벌써 그렇게 아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자랑하고 싶으셨을까? 굳이 그렇게 말씀하심은 할머니에게 칭찬받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가르쳤다고 자랑이라도 할까 봐 먼저 말씀을 하신 것일까?’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른 ‘그래, 나는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궁금해하지 않아야지.’ 하며 시어머니께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했다. 나는 그렇게도 힘들게 돈을 여기저기서 빌려 가며 학비를 대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시동생들 가르친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

 

예전에 나주 교동에서 같이 살며 내 사정을 알게 되어 골동품 자개 일을 내게 가르쳐주고 함께한 미라 엄마만 알았을 뿐이다. 나는 그동안 매달 보내는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어머니는 공무원인 남편 월급이 만 원 정도일 때도 시동생에게 보낸다며 자주 10만 원에서 20만 원씩 가져가셨다. 그러나 그 돈을 시어머님 이름으로 시동생에게 보내셨든지, 아니면 시어머님이 쓰셨든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시동생들 셋을 가르치기 위하여 힘겹게 보낸 돈들은 이미 나의 희생과 사랑으로 시어머님께 순종하기 위하여 아낌없이 다 바쳤으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래, 그러실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시어머님을 더욱더 사랑해 드리자.’ 하고 다짐하며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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