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47화. 봉 할아버지 백일 탈상 미사 중 천국으로 오르시다

wlsgodqn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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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할아버지 백일 탈상 미사 중 천국으로 오르시다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께서 별세하신 후, 나는 할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100일간 미사를 드리며 상주 노릇을 했다. 1990년도 당시 남성의 평균 수명은 62세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들 입을 모아 “봉센은 눈을 뜨시고 5년이나 더 사시고, 90세에 돌아가셨으니 참말로 호상이네.”라고 했지만 내 마음은 허전하기만 했다. 


할아버지께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 눈뜨시고는 매일 같이 찾아뵙지 못한 것, 그리고 내게 무엇이라도 주고 싶으셨던 할아버지의 호의와 정성을 거절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동안 내가 돈 안 받아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보속하는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영혼 구원의 지향으로 매일 최선을 다했다.


찾아오는 순례자들과 불쌍한 이웃에게 더 사랑 실천하고 열심히 기도하며 매일 미사를 봉헌했다. 1990년 6월 15일, 봉 할아버지의 100일 탈상 미사를 성모님 집에서 하게 되었다. 본당 신부님께서 신자들 방(전 비디오 방)에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다. 나는 그때 너무나 고통 중에 있었지만, 할아버지 가시는 길 잘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부모님 탈상하는 셈치고 할아버지 가시는 길 섭섭지 않으시게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분주히 음식을 장만하고 준비했다. 협력자들과 반 모임 회원들과 할아버지 이웃분들이 오셨다. 미사를 드리던 중, 영성체 후 눈을 감고서 조용히 주님을 모시고 할아버지의 구원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환한 빛이 비쳐와 눈을 뜨고 바라보니,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가 빛나는 도복처럼 생긴 하얀 옷을 입고 젊은 청년 모습으로 나타나 나에게 “아짐.”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자세히 바라보니, 할아버지는 연세 드신 노인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젊고 예쁜 모습으로 변모해있었다. 


원래 할아버지 얼굴과 몸에는 점도 많고 물사마귀 같은 것이 많이 나 있었는데, 점은 몇 개 남아 있었지만 물사마귀는 모두 싹 떨어져 깨끗한 모습이셨다. 손도 노화로 오그라져서 조금 모양이 이상했는데 그것도 다 온전해지셨다. 그리고 걸걸한 할아버지의 쉰 목소리도 젊게 변화해있었다.


그동안 너무나 보고 싶어 그리움에 가득 차 있던 나에게 할아버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씀하셨다. “아짐, 그동안 참말로 고마웠소. 그 수많은 날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주고, 뜰 수 없는 눈까지 떠줬으니 너무 고마웠다오. 천사같은 아짐! 그중에 가장 잘한 것은 나에게 세례받게 하여 하느님을 뵙게 해준 것이었소.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오. 기도하리다.” 하셨다.


내가 얼른 손을 뻗어 할아버지를 잡으려고 하니, 할아버지는 싱긋 웃으며 내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신 후 손을 좌우로 흔들며 천국으로 오르셨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천국으로 가시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렸다. 사실 할아버지는 너무나 착하게 사셨기 때문에 바로 천국에 가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아가씨가 할아버지 집에 와서 지냈다. 어느 날, 내가 댁에 들렀는데 할아버지가 아가씨와 같이 누워계신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놀라서 나와버린 일이 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집에 들르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했었다. 90세나 되신 분이 아가씨와 무슨 일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 여자와 잠깐 그렇게 지낸 것과 눈뜨시고 내가 예전만큼 오지 못한 것으로 감사를 잊으시고 원망하셨기에 백 일 탈상 때에서야 나타나시고 천국으로 오르신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에 너무 예쁘게 사셨기 때문에 빨리 천국으로 가신 것이다. 그러나 연옥에서의 하루는 세상의 1년에서 10년과도 같다고 하니 봉 할아버지가 치르셨을 보속이 얼마나 힘드셨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남은 영생은 천국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을 뵈오며 영복을 누리실 것이니 그래도 너무너무 기뻤다. 할아버지를 완전히 천국으로 보내드리는 탈상 미사를 마치고서 본당에서 온 여러 신자들과, 참석하신 할아버지와 가까운 이웃분들과 조촐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나누었다.
 
탈상 미사에 와주신 모든 분들을 배웅하고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봉 할아버지! 그동안 이 부족한 딸과 함께 사랑을 나누어주셔서 무지무지 감사드려요. 우리 나중에 꼭 천국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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