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46화. “지어서는 못 한당께. 그렁께 성모님이 택하셨지.”

wlsgodqn
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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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 “지어서는 못 한당께. 그렁께 성모님이 택하셨지.”


할아버지의 집을 다 헐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어 보이는 뒷집 사람들의 모습에 “아짐, 이 집을 나 죽기 전에 아짐 앞으로 이전해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뒷집에서 가로채 갈 것이요. 아주 나쁜 사람들이라우.” 하며 늘상 집 때문에 염려하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나는 할아버지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뒷집 사람들은 앞 못 보는 할아버지가 생존해 계실 때 물 한번 떠다 준 일이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부터 할아버지 댁의 하수도까지 다 막아버렸던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장례식 날 약삭빠르게 일을 처리한 것이다.


그들의 인면수심한 언행 앞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너무나 기가 막혔던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먼지 묻은 십자가와 성모님상과 할아버지의 영정을 모시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곳에서 발걸음을 떼었다. 이 일로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이 되니 죄송함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가 십자가와 성모상과 영정을 가지고 뒷집을 나오니 할아버지네 앞집에 사시던 세레나 할머니가 오셨다. “아이고, 봉센이 죽으면 그 집을 율리아 씨 준다는 말을 늘상 입에 달고 살등만, 도대체 뭔일이다요? 어찌 그럴 수가 있당가이. 어찌 안 받았소? 아, 준다고 할 때 못 이기는 체하고 받아놨다가 나중에 교회에라도 바쳤으면 좋았을 것을 쯧쯧쯧... 


괜시리 엄한 놈 좋은 일만 시켜부렀네이.” 하고 안타까운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나도 그들의 몰인정함이 무척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한 사람들일지라 할지라도 주님께서는 우리가 단죄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했다. 난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며, 세레나 할머니가 입으로 죄지으시지 않도록 예수님의 사랑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말씀드렸다. 



“세레나 할머니! 그분들은 신앙도 없고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요. 우리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시고 ‘아버지!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들을 용서하소서’하고 기도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우리도 그들이 회개하도록 그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드립시다. 아셨죠?” 했다. 



그랬더니 세레나 할머니는 “아이고, 지어서는 못 한당께. 그렁께 성모님이 택하셨지.”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그 후에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셨다. 내가 돈에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었다면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어차피 남의 차지가 될 것이 뻔한 할아버지의 집을 내 명의로 이전 해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할아버지를 정말 작은 예수님 모시는 셈치고, 돌아가신 아버지인 셈치고, 단순한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또 베풀고 싶었던 것이기에 정말 눈곱만큼도 그 집을 갖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집을 교회에 기증한 셈치고, 돈에 눈이 먼 뒷집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할아버지의 영위를 깨끗이 닦아서 성모님 경당 사무실 방에 모시고 연도를 바쳤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저는 마냥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죄인이나이다. 인정 없고 인색하고 완악한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용서해 주소서.” “그래, 사랑스러운 내 아기야! 나는 내게 향한 지고지순한 너의 그 사랑 안에서 나의 사랑을 저버리고 거부하는 영혼들로부터 받는 고통들을 잠시라도 잊을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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