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760화. 내가 아무리 말해도 할아버지 드릴 돈을 갖다 주지 않았던 형제

wlsgodqn
2024-10-30
조회수 352

760. 내가 아무리 말해도 할아버지 드릴 돈을 갖다 주지 않았던 형제


당시 장부 율리오씨는 나주성당 사목회장이자, 재속 프란치스코 제속 3회 회장, 그리고 40대 남성들로 구성된 대건회 회장이었다.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할 사람이 없다고 신부님이 기어이 시키시니 장부는 순명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대건회 총무는 성모님 집에 와서 심근경색을 치유 받은 박 안드레아 형제가 맡아하며 돈을 관장했다.



대건회에서는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를 돕고자 회비에서 얼마간 돈을 모아 갖다 드리기로 했는데, 총무인 안드레아 형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형수, 이번에 대건회에서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도와드린다고 돈을 좀 모은 것이 3만 원 정도 돼요. 제가 갖다 드릴 거예요.” 나는 “고맙다, 안드레아. 할아버지 꼭 필요한데 잘 쓰실 거야.” 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봉 할아버지는 내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는 성당에서 잘해준 일이 있으면 꼭 내게 말씀을 하셨고,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하듯 내게 뭐든지 말씀하시고 숨기시는 것이 없었다. 불현듯 그 생각이 나서 안드레아 형제에게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다.



“아, 그거요. 형수, 제가 잊었네요. 얼른 갖다 드릴게요.” 하기에 나는 당연히 갖다 줄 것으로 믿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문득 또다시 그 돈이 생각나 안드레아에게 물어보니, “아, 예. 오늘 갖다 드리겠습니다.” 했다. 갖다준다고 세 번이나 말했는데도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음날 내가 일부러 “안드레아, 봉 할아버지께 돈 갖다 드렸어?” 하고 또 물었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또다시 “아니요. 아직 못 갖다 드렸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대답만 하고 계속 가져다드리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빨리 갖다 드려. 할아버지 나이가 많으신데 내일이라도 돌아가시면 어쩌려고 그래?” 하는 말이 나왔다. “예, 형수 오늘은 꼭 갖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갚을 돈이 있거나, 누구한테 돈을 줄 일이 있으면 얼른 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모님집 봉사자인 안드레아 형제의 일이기에 마치 내 일처럼 신경이 쓰였다. 또 다음날 “그 돈 드렸니?”하고 물으니 “아니오.” 하여 나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안드레아, 빨리 할아버지 찾아가서 오늘은 갖다 드려라. 할아버지께서 지금 95세이신데, 그러다가 돌아가시면 그 보속을 어떻게 다 하려고 그래?” 하니 그는 또 “네. 갖다 드릴게요.” 했었다. 그런데 정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온 안드레아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안드레아, 그 돈 드렸지?” 하고 물었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아니오...” 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만큼은 안드레아가 내 말은 잘 들어준 셈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단을 쳤다. “봐라!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그 돈 드리라고 그렇게 여러 번 말했잖아. 그런데 계속 미루다 이제는 그 돈을 드릴 수가 없게 됐으니 어떡할래?” 


그러자, 안드레아는 “형수, 죄송해요.”라고 말은 하면서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한테 죄송한 일이 아니잖아. 할아버지한테 죄송한 일이잖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하지 않은 것은 깨어있지 못했던 것이잖아. 그거 분명히 연옥 보속해야 되는데 세상 살면서 할아버지 위해 많은 보속을 해. 알았지?


그리고 그 돈을 할아버지 몫으로 미사를 해드리고 기도로 봉헌하자.” 했다. 그 당시 봉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셨기에 금방이라도 언제 돌아가실지 몰랐지만, 오늘날엔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대답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고, 항상 깨어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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