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536화. 신혼여행을 떠나다

wlsgodqn
2023-09-14
조회수 1006

신혼여행을 떠나다

남편은 일상생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던 아내가 살아나자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싱글벙글 콧노래까지 부를 정도였다. 그러더니 얼마 후, “당신, 이제 새로 부활했으니 신혼여행이나 다녀옵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여행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나는 너무 놀라 “아니, 신혼여행이라뇨? 결혼했을 때 신혼여행을 가는 것이지, 결혼한 지가 자그마치 십여 년이에요. 그런데 무슨 신혼여행이에요? 만약 간다면 구혼여행이지.” 하고 웃었다. 남편은 “아니야, 여보, 당신은 죽었다가 주님의 은총으로 새로 태어났으니 나와 새로 만나는 것이오. 그러니 신혼여행이지.” 했다.
 
남편은 기어이 여행 준비를 해서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친정어머니는 남편의 말을 듣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김 서방, 정말 잘 생각했네. 나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네, 내가 아이들 데리고 집을 볼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어서 데리고 다녀오소.” 하시며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여행을 가도록 서둘러 보내셨다.


너무나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그간 고생만 시켜드리며 걱정 끼쳐드렸던 지나간 슬픔들이 모두 다 쓸려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 무엇보다도, 이제 건강을 되찾았으니 마음껏 효도할 수 있다는 이 기쁨! 여태껏 아픈 딸을 보며 흘리셔야만 했던 어머니의 수많은 눈물을 보상해드리도록 내 모든 최선을 다하여 효도하리라!


남편과의 여행길, 이제까지 어두웠던 내 마음은 어딘가로 흔적도 없이 다 사라져버렸다. 하늘은 푸르게 빛나고 온갖 만물은 태양 아래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약동하는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이제까지 어둠 속에 묻혀 있다가 세상 구경을 처음 하는 듯, 모든 것이 새롭게 빛났다.
 
온갖 만물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내 마음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 불행이라는 깊고 깊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하느님께서 새 생명을 주시어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어둡게만 보이던 창공은 드높고 밝은 광명 그 자체였다.


해맑고 상쾌한 공기는 마치 매순간 하느님께서 내게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어주시는 듯했다. 형형색색 찬란한 빛깔로 멋을 낸 활짝 피어난 갖가지 꽃들, 강렬한 빛으로 만물을 밝혀주며 자연의 질서에 맞추어 움직이는 태양, 두둥실 떠가는 하늘의 구름! 나는 하느님의 손길과 섭리 안에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이 모든 우주 만물의 조화를 가득히 느꼈다.
 
새 생명이 넘쳐흐르는 나의 마음은 기쁨과 희망과 사랑으로 새롭게 불타올랐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하느님의 쌍둥이들같이 보여 마주치는 사람마다 웃음 가득한 인사가 나왔다.
 
“하느님, 세상 만물에 당신의 생명이 계시옴을 알게 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당신의 창조물이듯,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당신의 생명이 계시오니, 모두를 당신을 사랑하듯 사랑하며 당신을 대하듯 대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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