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88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돼.”

wlsgodqn
2023-02-10
조회수 1320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돼.”

어머니는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내 눈치를 계속 살피시다가, “너 무슨 일 있지?” 하고 물으셨다. 죽음까지 포기하고 돌아온 나로서는 내가 그이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기회는 이때다’ 생각한 나는 남편과 헤어져야만 하는 사정을 간곡히 말씀드리며 매달렸다.
 
“어머니, 죄송해요. 김 서방과 헤어지고 나 어머니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살게요. 내가 미용을 해서 벌면 충분히 살 수 있어요. 허락해 주셔요, 네?” 어머니는 뜻밖에 너무나도 쉽게 “그래라.”라고 하셨다. 이때까지의 번뇌가 무색하리만치 너무 쉽게 허락해 주시는 듯했다. 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막혀 있던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실상 그것은 승낙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그 꼴을 볼 수 없다. 나는 방에 가만히 누워있을 테니까, 이 집에 석유 뿌리고 불을 딱 질러 놓고 그 뒤로는 네 맘대로 해라.” 하시며 밖으로 나가셨다. 그리고는 석유 곤로에 쓰기 위해 사다 놓은 석유 한 말통을 가져와서 내게 주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강경한 어머니의 태도에 나는 더 이상 어떤 타협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도 나 하나만 보며 살아오신 어머니를 더는 속상하게 해드릴 수 없었다. 내가 죽음 앞에서 다시 돌아온 이유도 바로 내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던가. 나는 어머니께 간절히 용서를 청했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길이 너무도 캄캄했다. 암담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나는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어떻게 하나?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그저 막막하고 암담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서둘러 나주로 함께 가자고 하시기에 나는 거역할 수가 없어 도살장에 끌려가듯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갔다. 그이는 나를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말했다.


“여보! 미안해, 이 모든 것 다 내가 부족해서 그래. 이제 우리 함께 힘을 모아 새롭게 시작합시다.” 남편은 아내 없는 하룻밤을 지내면서 나에게 쓴 글을 보여주었다. “여보!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한 고독이요, 즐거운 고통이라는 생각 속에 오직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오늘도 존재하고 있소. 이 시간도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오.
 
당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이 곧 나의 눈물이란 걸 당신은 알고 있지 않소. 눈을 감으나 뜨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으로 내 마음은 가득 차 있소. 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곧 나의 피요, 나의 뛰는 심장의 고동이 곧 당신의 맥박이니 내가 곧 당신이요, 당신이 곧 내가 아니요.
 
내가 당신으로 인하여 존재하고, 당신이 곧 나로 인하여 존재하는 이 모든 대자연이 곧 우리를 위하여 존재하지 않으오. 내 사랑하는 당신, 우리의 꿈의 낙원을 이룩해 봅시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나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편은 전날 내가 놓고 간 편지를 읽고는 퇴근 후에 나를 데리러 오려 했었다고 한다.


그간 내게는 너무나 무심하였던 남편…. 그런 남편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보려고 언제 한번은 일부러 말없이 이모 집에서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갔어도 그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만큼 아내를 믿어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만큼은 남편의 사랑과 관심의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감이 달랐는지 내가 돌아온 것을 이렇게 반가워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니 굳이 먹었던 내 마음이 일순간에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많은 것을 바란 적도, 큰 것을 바란 적도 없었다. 그저 따듯한 한마디의 말이 나에겐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을...
 
집안일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청소까지 해놓고 있었던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비록 험난한 결혼 생활이지만 이 글귀에 담긴 마음만은 그의 진심이라고 믿고 다시 사랑의 힘을 발휘하여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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