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84화. “처녀 장가보내줄 테니 아픈 마누라 보내버려.”

wlsgodqn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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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녀 장가보내줄 테니 아픈 마누라 보내버려.”

산 중의 용한 의원님께 치료받은 후 죽음의 고비만 넘겼을 뿐,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기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시댁 어르신들 따라 억지로 다녀온 점집에서의 충격으로 마음까지도 착잡했다. 그러나 나는 고통으로 신음할지언정, 언제나 가족들에게만큼은 사랑과 희망만을 심어주고 싶었기에 건강한 몸으로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건강한 셈치고 아내로서의 모든 의무를 다해냈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이들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 이것은 우리 가정을 지켜내기 위한 나의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이는 갑자기 의형 집에 함께 가서 하룻밤 묵고 오자고 하였다.
 
고통이 심해 자리에 앉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기에 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잔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리였다. 늘 남편의 말에 순명하고 따라주는 나였지만, 이날만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그이에게 말했다. “당신 혼자 갔다 오시면 안 될까요?” “아이, 같이 가지.” “그래요.”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그이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외출할 채비를 했다. ‘빛이 강할수록 그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뜨거운 햇살 뒤편에 감추어진 그늘을 그이는 짐작이라도 할까? 나에게 따르는 숱한 사연들을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기에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이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바로 그 마음을 바꾸어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했다. 내가 결혼해서 온몸이 부서지도록 남편과 시집에 베푼 모든 사랑은 누가 알아주길 바라며 베푼 것이 아니었고, 나는 내 할 도리를 다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하려고 내 마음을 다 비웠지 않는가!
 

미소라는 베일 속에 감추어진 나의 아픔과, 속으로 흘리는 눈물의 속사정들을 그이는 전혀 몰라보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다정한 배려를 받은 셈치고 봉헌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아이들까지 데리고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지내고 잠을 잔다는 것은 정말 큰 희생이 아닐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온 힘을 다 짜내야 했기에 너무나 힘들었지만, 고통을 감추기 위해 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의형 집에 갈 때마다 나는 그이 형수를 도와 같이 밥을 차렸고, 뒷정리와 설거지, 청소 등은 내가 다 해왔다. 힘든 그 모든 일들을 집에서 편히 쉰 셈치고 봉헌하며 내색하지 않고 다 해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온 힘을 다해 그 큰 마당을 다 쓸고,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가족들은 모두 다 안방에 있었다. 부엌과 바로 붙어있는 방에서 의형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만복아! 아파서 비실거리는 저런 마누라 얼른 보내버려라, 내가 처녀 장가보내 줄게.”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숨죽이며 곧이어 나올 남편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런데 남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의형은 한껏 더 목청을 높여 말했다. “여자가 혼자 옹호 받고 커서 저 모양이지.” 머리가 핑 돌며 현기증이 나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방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에 내게 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나는 마치 그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이는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설마 그럼 당신도?’ 이어지는 그이의 침묵이 무언의 동의인 것만 같아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댁 어르신들이 나를 쫓아내기 위해서 강제로 점집에 끌고 간 지가 언제였던가! 이에 대해 남편에게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고 홀로 겨우 마음을 추슬러 다시 시작해 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곳에 와서 또다시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더구나 아내를 향한 비방을 변호해주진 못하더라도 부정하는 말 한마디조차 없는 그이를 보니 안 그래도 약해진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직은 몸도 마음도 지쳐 정말 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랬더라면 이런 말을 다시 듣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여자가 혼자 옹호 받고 커서 저 모양이지.’ 의형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가! 또 우리 어머니께서는 내가 아비 없는 자식, 홀어미 딸이란 소리를 안 듣게 하시려고 나를 얼마나 엄하게 기르셨던가. 나 하나 잘 키워보시겠다고 한평생 수절하며 고생하고 살아오신 애처로운 우리 어머니!


그런 어머니까지 욕되게 하는 그 말에 나는 보이지 않는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런데 숨 막히는 침묵을 깨고 창호지 문 너머로 들려온 의형 큰딸의 말은 또 하나의 비수가 되어 내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저렇게 아픈 딸을 왜 시집보냈을까? 나 같으면 시집보내지 않겠다. 나라면 시집 안 갔지.”

 
그러자 의형이 딸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그러게 말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가슴을 에며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무심코 뱉었을 그들의 말은 간신히 막아둔 둑을 툭 터트리는 방아쇠가 된 기분이었다. 깊은 심연 속에 묻어두었던 지난날의 아픔들이 소용돌이치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비참함으로 쓰린 가슴을 달래며 사랑의 말을 들은 셈치고 봉헌했다. 그러나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아 더는 그 자리에 있기가 어려웠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그 방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가방을 챙겨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남편에게 “저 먼저 갈게요.” 하고 그 집을 나오는데 뒤따라 나온 그이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건강한 처녀에게 장가갈 수 있으니 안심이에요, 광주 어머님도 건강한 며느리를 원하셨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당신은 참 좋은 형님을 두셨어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내를 욕되게 하며 처녀 장가를 보내준다는 말에도 침묵했던 그이의 의중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제 내가 죽더라도 당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건강한 처녀에게 장가갈 수 있으니 말이에요.” 사실 나는 그이로부터 ‘아니’라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은 “여보오!~ 당신은 농담으로 한 말 가지고 뭘 그래?” 하고 오히려 나를 타박하듯 말했다.

 
“그 말이 농담이라고요?” 씁쓸한 미소 너머로 표현할 길 없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어찌 그것이 농담일 수 있겠는가. 건강하고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에겐 농담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며 죽을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는 나에게 그것은 결코 농담일 수 없었다. 무심코 하는 한마디의 말! 그것은 고난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며 영혼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인지?
 
나는 이런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이들이 냇가에서 조그만 돌을 개구리에게 장난삼아 던지며 놀고 있을 때, 그 돌에 맞은 개구리는 상처로 피 흘리며 그 아이들에게 호소했다. “얘들아, 너희는 그 조그만 돌을 재미로 던지지만, 그 돌에 맞은 내 동료들은 아파하며 죽어가고 있단다.”
 
가여운 개구리 이야기를 생각하며 피멍 들고 짓이겨진 내 아픈 가슴을 또다시 쓸어내렸다. ‘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힘없어 쓰려지려는 이 딸을 일으켜 세워주소서.’ 흘러내리는 이슬방울은 염치도 없이 멈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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