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52화. 내가 태어나서 자네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했다네

wlsgodqn
2022-11-12
조회수 1787



 내가 태어나서 자네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했다네

‘이사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돈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어느 새댁이 나를 찾아와 다정스레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 새댁에게 “어떻게 오셨어요?”하고 물었다. 그는 나에게 “혹시 이사 가야되지 않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서 물으며 그녀와 대화를 이어갔다. “아니, 왜요?” “우리 집으로 이사 왔으면 해서요.” “아니, 어떻게 우리가 이사해야 되는 줄 아셨어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오면 좋겠어서 아는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여기 아기 엄마가 엄청 착한데 이사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찾아와 봤어요.”


“집이 어딘데요?” “서내동이에요.” “저는 좀 더 외진 변두리로 가려고 해요.” “그냥 우리 집으로 와요. 우리 집은 넓고 텃밭도 넓게 있어요.” 텃밭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했다. 마음 같아선 더 수고하지 않고 그 집을 가보고도 싶었지만 비쌀 것 같아 주저했다. 돈이 없기에 가장 외진 곳을 찾을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채소는 안 사 먹어도 텃밭에서 나는 것으로 두 집 나눠 먹기 충분해요. 오물세도 안 내도 돼요. 시골에서 합수를 다 퍼가거든요. 그리고 펌프를 쓰니까 물세도 안 나와요. 그러니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살아요. 네? 그리고 집 앞에는 가게도 있어서 뭐 사고 싶으면 멀리 안 가도 돼요.”
 
새댁의 얘기만 들으니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처지의 내게 그보다 좋은 조건이 없을 듯했다. “아, 그래요? 우리 애들 아빠도 너무 좋아하겠어요.” 하고는 그 집을 가 봤더니 정말 두 집이 살기에 아담하면서 마당도 넓고 텃밭도 넓고 너무 좋아 보였다.


특히 남편은 가꾸는 식물들이 많은데 이를 관리하기 위한 넓은 마당이 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내 관심사는 온통 그이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이었기에 그이가 집에 마음을 붙일 조금의 요소라도 내겐 중요한 것이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


‘그동안 옆방 눈치 보느라 숨죽여 지내며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던 우리 아이들도 이젠 모처럼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웃으며 소리치고 뛰어놀 수 있겠지?’ 그래서 남편과 함께 가서 보고 만족하여 그 집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집은 4만 원 전셋집이라 수중의 돈으로는 만 원이나 부족했다.
 
그래서 또 광주 이모님께 부탁해야 했다. 갚을 길은 막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돈은 마련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이사 가야 된다는 걸 할 수 없이 주인집 할머니께 말씀드릴 차례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어 말씀드리니 할머니는 대번에 탄식하시며 내 손을 꼭 붙들고 통곡하셨다.
 

“이제 나는 자네 없는 세상을 어찌 살면 좋당가? 나는 자네 만난 뒤 천사 같은 자네 보는 낙으로 살았다네. 내가 태어나서 자네를 만나 처음으로 행복했다네. 내 자식보다 더 자네한테 의지했는데...”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애통하게 우셨다. 나도 너무 가슴이 아파 할머니 손을 잡고 울었다.
 
“어이,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해? 자네 없이 나 어떻게 살아가?” 할머니는 눈물범벅이 되어 땅을 치며 펑펑 우셨다. 나는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삭막한 현실 속에 방치되어 다시 홀로 남겨질 할머니가 불쌍해서 울고, 할머니는 나를 보내야 하는 막막함과 절박한 아픔으로 우시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나 자네 이사 가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네. 그전에 안 죽으면 어쩐디야?” 우시는 할머니께 여러 가지 말로 위로해 드렸지만, 할머니의 비통한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도와주는 이 없이 혹사시키는 가족들의 학대 속에 몰래 눈물 흘려야 하는 할머니의 불쌍한 처지를 생각하면 내가 곁에서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더 이상 도와 드리지 못하게 된 것이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너무 안쓰러워 혼자 남겨질 할머니를 위해 내 사랑의 마음을 다해 마지막으로 좋아하시던 술과 몇 가지 안주를 사다 할머니와 나만 아는 곳에 넣어 드렸다. 그리고 글자를 모르시는 할머니께 몇 가지 비상약을 챙겨드렸다.


파란 종이와 하얀 종이와 빨간 종이에 싸서 구분해 챙겨드리면서 당부했다. 파란 종이의 약은 머리 아플 때 잡수시라고 머리를 그려드리고, 하얀 종이의 것은 배 아플 때 잡수시라고 배꼽을 그려드리고, 감기 걸리시면 빨간 종이의 것을 잡수시라고 입에서 기침하는 모습을 그려드렸다.
 
말씀드리는 내내 할머니는 얼마나 통곡하고 우시는지... 나를 보내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가 아니라 너무너무 애통해하시며 대성통곡하시는 할머니의 소리는 이웃집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우리 아이들까지도 함께 울고 아랫집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뛰어 올라왔다.
 
나와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다시 꼬옥 안은 채 울고 또 울었다. 부디 혼자 남겨진 할머니께 내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줄 도움이 될 사람을 보내주십사 하고 간절히 염원했다. 너무 슬퍼 어쩔 줄 몰라 하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아픈 마음으로 우리는 서내동 상하 방으로 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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