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빚쟁이들 앞에 무릎을 꿇다
화가 나 씩씩대는 많은 빚쟁이들, 놀란 미용사들과 손님들, 어질러진 물건들로 어수선한 미용실 중간에 서 있는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손님들 앞에서 이 무슨 창피인가!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시댁의 도움이나 남편의 도움이라고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나! 이제까지 험난한 외길을 살아오면서 나는 오직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만 모든 것을 시작하고 해결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시댁까지도 다 도와 드렸다. 모든 수단과 방법, 사랑과 헌신을 총동원하여 나는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갈지언정, 갚아달라고 하시는 그 많은 빚을 다 갚아드리며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런 일까지 일어나다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시어머니는 다른 자녀들에게나, 생판 남들에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 물심양면으로 돈이며 다른 많은 것들을 쓰시며 지극정성으로 도우셨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 원 한 푼 도와주시기는커녕 언제나 큰일 벌려 놓으시고, 큰며느리라며 뒤처리는 모두 내가 하도록 하셨다.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셈 치고 봉헌해 온 시집와서부터의 그 긴 세월을 어찌 다 말로 할 수가 있겠는가? 이번 일로 아팠던 내 마음은 더더욱 아팠지만, ‘그래, 이 세상 자녀들에게 피와 물을 다 쏟으시면서까지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예수님은 어떠하셨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죄로, 그리고 세상 자녀들의 죄로 피 흘리고 계신데, 이야말로 예수님의 성심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아니겠는가!’ 생각하였다. 그래서 ‘오늘 하루 일한 것은 그리운 소록도 나환우들에게 이발과 파마해주며 봉사해준 셈 치고’ 빚쟁이들에게 그날 번 돈을 몽땅 털어주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죄인의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여 달래 간신히 돌려보냈다. 그들이 이렇게 우리 미용실에서 패악을 부린 것도, 내가 미용실을 하는 내 탓 아니겠는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그리도 멀고 멀었는지...
나는 지칠 대로 지쳐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마음과는 다르게 두 눈에선 속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눈물 한 방울마저도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흘리신 눈물에 함께 합하는 마음으로 생활의 기도를 바치면서 닦으며 시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셈 치고 봉헌하니 발걸음은 어느 사이 가벼워졌다.
집에 들어가며 ‘혹시 시어머니가 계시나?’ 찾아보았지만 안 계셔서 친정어머니께 “혹시 시어머니 오셨어요?” 물어보니 “안 오셨는데?” 하셨다. 우리 집으로 간다고 하셨다는 시어머님은 아예 오신 적도 없었던 것이다. ‘빚쟁이들한테 쫓기던 시어머님이 빚을 내가 갚게 하려고 빚쟁이들을 나주로 또 유도하셨구나.’ 모든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속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남편이 너무나 가련하고 측은하고 불쌍해 보였다. 그이에게 “형제가 많다 하여도 외롭기 그지없는 당신!”이라고 하며 부둥켜안는데 눈물이 확 쏟아져 내렸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보,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웬일이야?” 하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혈압이 높은 남편이 충격받지 않도록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갑자기 지난 일이 생각나서 눈물이 쏟아져 당신께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었네요. 미안해요.”라고 남편이 맘 쓰지 않도록 둘러댔다. 결국 이 빚쟁이들의 모든 빚은 내가 갚아드렸다. 사실 이후로도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셨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어렵게 빚내어 시작한 미용실은 성황리에 잘 되었다. 그러나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고, 또 자꾸 일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 빚까지 갚느라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인데 돈을 빌려 미용실을 시작한 지 1년 되었을 때다. 시어머니께서는 또 찾아오시어 당시로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금액인 1,300만 원을 내게 요구하셨다.
작은이모님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난감해하는 나에게 “아야, 너 그거 어쩐다냐? 그 많은 돈을 또 어떻게 대드린다냐?” 하시면서 많이 걱정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시어머니께서 무슨 사정이 있으셔서 그러시겠죠. 그래도 해드려야지 어쩌겠어요.” 했다. 이모님은 너무나 놀라 한참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때 나주에서 100만 원이면 살만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1,300만 원도 갚아드리고, 그 외에도 수없는 빚을 갚아드렸다. 말기암을 치유 받자마자 이로 인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여러 고생을 해야 했지만, 이 모든 일은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받아들이며 시어머니의 사랑을 가득 받은 셈 치고 봉헌하니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고 시어머니께 더 잘해드리리라고 생각했다.
시어머니의 빚쟁이들 앞에 무릎을 꿇다
화가 나 씩씩대는 많은 빚쟁이들, 놀란 미용사들과 손님들, 어질러진 물건들로 어수선한 미용실 중간에 서 있는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손님들 앞에서 이 무슨 창피인가!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시댁의 도움이나 남편의 도움이라고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나! 이제까지 험난한 외길을 살아오면서 나는 오직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만 모든 것을 시작하고 해결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시댁까지도 다 도와 드렸다. 모든 수단과 방법, 사랑과 헌신을 총동원하여 나는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갈지언정, 갚아달라고 하시는 그 많은 빚을 다 갚아드리며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런 일까지 일어나다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시어머니는 다른 자녀들에게나, 생판 남들에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 물심양면으로 돈이며 다른 많은 것들을 쓰시며 지극정성으로 도우셨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 원 한 푼 도와주시기는커녕 언제나 큰일 벌려 놓으시고, 큰며느리라며 뒤처리는 모두 내가 하도록 하셨다.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셈 치고 봉헌해 온 시집와서부터의 그 긴 세월을 어찌 다 말로 할 수가 있겠는가? 이번 일로 아팠던 내 마음은 더더욱 아팠지만, ‘그래, 이 세상 자녀들에게 피와 물을 다 쏟으시면서까지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예수님은 어떠하셨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죄로, 그리고 세상 자녀들의 죄로 피 흘리고 계신데, 이야말로 예수님의 성심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아니겠는가!’ 생각하였다. 그래서 ‘오늘 하루 일한 것은 그리운 소록도 나환우들에게 이발과 파마해주며 봉사해준 셈 치고’ 빚쟁이들에게 그날 번 돈을 몽땅 털어주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죄인의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여 달래 간신히 돌려보냈다. 그들이 이렇게 우리 미용실에서 패악을 부린 것도, 내가 미용실을 하는 내 탓 아니겠는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그리도 멀고 멀었는지...
나는 지칠 대로 지쳐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마음과는 다르게 두 눈에선 속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눈물 한 방울마저도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흘리신 눈물에 함께 합하는 마음으로 생활의 기도를 바치면서 닦으며 시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셈 치고 봉헌하니 발걸음은 어느 사이 가벼워졌다.
집에 들어가며 ‘혹시 시어머니가 계시나?’ 찾아보았지만 안 계셔서 친정어머니께 “혹시 시어머니 오셨어요?” 물어보니 “안 오셨는데?” 하셨다. 우리 집으로 간다고 하셨다는 시어머님은 아예 오신 적도 없었던 것이다. ‘빚쟁이들한테 쫓기던 시어머님이 빚을 내가 갚게 하려고 빚쟁이들을 나주로 또 유도하셨구나.’ 모든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속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남편이 너무나 가련하고 측은하고 불쌍해 보였다. 그이에게 “형제가 많다 하여도 외롭기 그지없는 당신!”이라고 하며 부둥켜안는데 눈물이 확 쏟아져 내렸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보,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웬일이야?” 하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혈압이 높은 남편이 충격받지 않도록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갑자기 지난 일이 생각나서 눈물이 쏟아져 당신께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었네요. 미안해요.”라고 남편이 맘 쓰지 않도록 둘러댔다. 결국 이 빚쟁이들의 모든 빚은 내가 갚아드렸다. 사실 이후로도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셨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어렵게 빚내어 시작한 미용실은 성황리에 잘 되었다. 그러나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고, 또 자꾸 일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 빚까지 갚느라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인데 돈을 빌려 미용실을 시작한 지 1년 되었을 때다. 시어머니께서는 또 찾아오시어 당시로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금액인 1,300만 원을 내게 요구하셨다.
작은이모님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난감해하는 나에게 “아야, 너 그거 어쩐다냐? 그 많은 돈을 또 어떻게 대드린다냐?” 하시면서 많이 걱정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시어머니께서 무슨 사정이 있으셔서 그러시겠죠. 그래도 해드려야지 어쩌겠어요.” 했다. 이모님은 너무나 놀라 한참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때 나주에서 100만 원이면 살만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1,300만 원도 갚아드리고, 그 외에도 수없는 빚을 갚아드렸다. 말기암을 치유 받자마자 이로 인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여러 고생을 해야 했지만, 이 모든 일은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받아들이며 시어머니의 사랑을 가득 받은 셈 치고 봉헌하니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고 시어머니께 더 잘해드리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