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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523화. 나를 방문해온 두 여신도

wlsgodqn
2023-08-31
조회수 802



나를 방문해온 두 여신도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도 없는 극심한 고통 중에 자리에 누워있었다. 내 병은 점점 깊어져 급기야는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어 움직이기도 힘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내 몸을 다 갉아 먹고 있을 악성종양인 암이 전신에 가득 차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땅에 닿은 곳이면 몸이 완전히 굳어가, 어머니와 장부가 번갈아 가며 이쪽, 저쪽으로 내 몸을 뒹굴려 마사지를 해주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어린 큰딸도 눈물로 엄마 곁을 지키며 고사리손으로 나를 주물러주곤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비참한 상황.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육신의 아픔보다도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는 끊임없이 묵상하며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다. 그래도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옆에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되어 극심한 고통 중에도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을 가여운 사람들을 생각하니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내 곁에 가족들이 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내게 매순간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들을 가족들을 위해 봉헌하고 있었다.



얼마 후가 될지는 모르나, 딸을 잃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서, 또 아내와 엄마를 잃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드리면서 내가 더 괴롭고 아플 테니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 슬픔을 경감시켜주시라고 하느님께 끊임없이 청원드렸다.

 

뿐만 아니라, 나처럼 임종의 고통에 처해 죽어가면서도 돌봄 받지 못할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하느님께 내 고통을 바쳐드리며, 성당에서 만난 십자가의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매 순간순간 나를 위협하는 임종의 극심한 고통을 처절히 봉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아파 누워있는 내게 예전에 나주 살 때 다닌 나주 교회의 두 신도가 방문하였다. 그들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며 굉장히 위로해주었다. 나는 꼼짝도 못 하게 너무나 힘든 상태였지만, 마음 써주는 그들의 사랑이 고마워,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다.



그들은 웃으며 “얼른 나으셔요.”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우리 방에서 바깥 대문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그들이 대문을 열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33세의 한창나이에 너무 안됐다. 병은 나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저렇게 누워만 있으면 어떻게 해.”


“그러게 말이야. 아- 젊디젊은 나이에 목숨이 아깝고 인생이 불쌍하다. 그렇지만 저렇게 자리에 누워만 있으면서 사람 구실도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어주는 것이 산 사람들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이지, 쯧쯧쯧...” “맞아, 맞아. 죽지도 않고 저렇게 살아있으면 산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신체기능이 거의 다 상실되었지만, 청각은 오히려 예민하게 살아있었기에 밖에서 자기들끼리 조용조용 이야기해도 내게 다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 위대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병들어 누워만 있는 내가 산 사람들에게 걸림돌이라는 것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물론 암에 걸려 죽어가면서까지도 최선을 다해 딸로서, 죽어가면서도 어머니 가슴의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해, 또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몫을 다하려 얼마나 발버둥 쳐 왔던가?


남편 생홀아비 만들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엄마 없는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여러모로 부단히도 눈물겹게 노력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제까지 나를 돌봐주시던 어머니조차 지칠 대로 지쳐 장딴지도 다 붓고, 가래톳도 서고 온몸이 힘드시다.


 


나는 이제 사람 구실 하기는 틀렸으니 나 하나만 이 세상에서 없어져 준다면 남편과 많은 사람이 편해질 텐데…. 왜 이를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걸림돌이 된 줄도 모른 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지내왔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너무나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 존재를 다 바쳐 사랑으로 불태워 도움이 되고자 했건만 이제는 되려 짐이 되고 만 비참하고 불쌍한 나의 처지! 그 순간 견딜 수 없이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오열을 금치 못했다.


 


‘불쌍한 내 어머니의 가슴이 나를 묻는 무덤이 되게 할 수 없어 어떻게든 잘살아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건만, 영영 일어날 수 없다면 내 한목숨 희생으로 아낌없이 바쳐 모두를 편하게 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당시 자살이 죄인 줄 몰랐음)

 

그런데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시린 눈물이 솟구쳐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전에, 나는 외사촌 동생 길영이와 꿩 잡는 사람들한테서 “철물점에서 꿩 잡는 약인 청산가리를 살 수 있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신 기회를 틈타 죽을힘을 다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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