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91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wlsgodqn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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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출혈이 조금씩 시작됨을 느꼈다. ‘오... 안돼... 아가...’ 부디 이번만큼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경찰서에 도착했다. 조사가 시작되어 형사가 요구하는 질문들에 대답하며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내 나이와 신분이 확인되고, 그이가 법적으로 내 남편인 것들을 포함하여 사실관계가 모두 확인되었다.
 
장시간 당한 극심한 폭행으로 전신이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출혈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에 아이가 끝내 버텨내지 못했음을 직감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꼭 쥐었다. 조서를 다 꾸미고 나자 청년은 완전히 태도가 바뀌어지며 너무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내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누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누님이 나이도 저보다 훨씬 위인데 너무 예쁘고 어리게 보여, 한참 밑인 열아홉 살 제 동생 또래로 생각하고 혼 좀 내주려고 그러다가 이렇게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두 분이 부부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유부남을 따라다니는 처녀들과 똑같은 부류로 본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제가 정말 새 출발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내가 벌떡 일어나 “성부와...”하느라고 손이 올라가자 그는 자기를 때리려는 줄 알고 움찔하였다. 경찰서 안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는 때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성호경을 크게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바로 용서해 주었다.


그때는 내가 세례받기 7년 전이었지만, 마음속에는 늘 하느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오명을 쓰고, 잘못 없이 극심한 폭행을 당했으며, 어렵게 가진 소중한 아이까지 잃게 되었다. 그러나 전에 강제로 낙태를 자행한 이들은 돈에 눈이 멀어 일부러 내 아이를 죽였지만 이 청년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방법은 정말로 잘못되었지만 어려 보이는 나를 유부남을 따라다니는 불륜녀로 생각하여 혼내주고자 했던 것이니 이는 바로 어려 보인 내 탓인 것이다. 우리 부부는 실제 나이보다 나이 차이가 훨씬 많이 나 보였기에 가는 곳마다 오해를 사곤 했다.


한번은 전남 장성에 있는 내장산 백양사에 함께 갔는데, 사람들이 우릴 두고 부부로 보지 않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쑥덕거려서 그이가 진짜 남편이라고 해명을 했을 정도였다. 가정 파괴범을 처벌해야 한다는 오인으로 시작된 청년의 폭행은 무고한 내 아기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번만큼은 꼭 지켜주고팠던 내 아기. ‘소중한 아기를 잃은 엄마의 처절한 아픔을 그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해서 아이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젊고 예쁘게 보인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니 내 탓이었다.


그렇게 내 탓으로 받아들이니 그가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이 청년이 새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내가 치른 그 무참한 희생과 고통도 사랑받은 셈치고 이 청년을 위해 진정 기쁘게 봉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불쌍히 여겨 한 가정을 살리는 마음으로 기꺼이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후부터 늦은 밤에 이르도록 잔혹한 폭행을 당한 나의 입에서 쉽게 용서한다는 말이 나오자 파출소 직원들은 일순간에 동작을 멈추고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이마 옆에다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이 사람 정신이 돈 거 아니야?” 하고 소곤대며 실소를 터트렸다.

 
그들의 생각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남편이 있었어도 옷이 다 찢기도록 질질 끌려다니며 폭행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가 용서해 달라는 한마디에 바로 그를 하느님 이름으로 용서했으니 하느님을 몰랐던 그들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란 것을…. 이 일로 임신 3개월이 된 아이가 유산되었다는 사실을 만약 그들이 알았다면 아마도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여 태아를 죽게 한 그 청년은 어찌 되었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며 그를 용서했으니 아이는 이미 잃었을지라도 내 마음은 주님 안에 풍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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