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89화. 사이비 종교인 줄도 모르고

wlsgodqn
2023-02-11
조회수 1236


 사이비 종교인 줄도 모르고

그동안 나는 임신기간 동안도, 출산 후에도, 자연 유산된 후 5개월 동안 하혈하면서도 병원 한번 가지 못했다. 다시 어렵게 가진 아이를 강제 낙태 당한 후에 죽었다가 살아났어도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거의 먹지 못한 탓에 나의 몸은 살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그러니 칼슘 섭취도 전혀 안 되어 첫애 낳고부터 지금까지 치아가 계속 아팠지만 치과는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이가 많이 아프고 시려도 시어머니께 돈 해드려야 했기에 그동안 진통제 한 알마저도 못 사 먹고, 그 고통을 아프지 않은 셈치고 봉헌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운데도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혹시라도 돈이 조금 들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봤다. 그랬더니 영산포에서 사사로 치료를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어머니의 부축을 받아 그곳에 찾아갔다. 그곳은 어떤 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었고, 돈 없는 시골 할머니들이 많이 와 있었다.


힘겹게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이곳 의사의 부인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내가 많이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중환자라는 것을 알고, 은밀한 비밀이라며 내게 조용히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 아이가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데, 좋은 곳이 있어 가려고 하니 거기에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무심결에 그 딸아이를 보았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 나무랄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 후에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아이가 완전히 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머머, 어쩜 좋아. 저렇게 예쁜 아이가 저런 모습이 되다니….’


내가 아픈 것보다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한 마음에 나는 견딜 수 없이 애처로웠다. 그 아이에 대한 연민에 마음이 동한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물었다. “그곳이 어디예요?” “지리산에 있는데, 거기에 가면 모든 병이 다 나을 수 있어. 돈은 하나도 들지 않으니 빈손으로 가도 돼.”
 

그녀는 아무도 몰라야 하니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병이 다 치료될 수 있다니, 드디어 내게도 희망이 찾아오는가! 나 하나만을 키우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가슴에 딸의 무덤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그동안 잘살아 보려고 얼마나 노력해 왔던가! 그간 큰 병원은 못 갔지만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침값을 받지 않는 영산포 병원과 용하다는 한의원을 다니면서 침을 맞아봐도 차도가 없었다.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써보아도 소용없던 나에게도 이제 살길이 생겼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니 돈이 없는 나에게 그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 희망으로 한껏 들뜬 나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 말을 들은 그이는 너무 놀라며 나를 붙들고 말했다. “여보, 정신 차려. 그런 곳은 사이비 종교야, 절대로 가면 안 돼!” 그러나 병고로 신음하던 나는 그녀의 제안에 모든 희망을 걸었기에 “아니에요, 당신이 나를 버린다 해도 나는 가야 해요. 딸 하나만을 위해 한 생을 바쳐 오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요.”라고 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던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병이 낫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거기에 가면 모든 병이 나을 수 있다는데 무엇을 못할까. 나는 다음날 일찍 떠나려고 작정하고 짐을 꾸려 놓은 후에 희망에 들떠 누워있었다.


아내의 병을 직접 고쳐 줄 수도 없는 남편은 뜻을 굽히지 않는 아내를 말릴 수 없어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애태울 뿐이었다. 연거푸 한숨만 내쉬며 어쩌지도 못한 채 아내를 측은히 바라보고만 있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이들 때문에 얻어 온 고물 텔레비전이 있어 “당신, 텔레비전이라도 보세요.” 하고 TV를 켰다.
 
그런데 TV를 켜자마자 남편은 “여보, 여보 저것 봐!” 하고 급하게 외쳤다. 남편의 말에 TV를 보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마지막 모든 희망을 걸고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지리산 그곳이 뉴스에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곳의 교주라는 사람이 두 손에 수갑을 차고 잡혀가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눈앞이 캄캄해지며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 더는 갈 데가 없는 내 앞길이 너무 막막해 그만 넋을 잃고 울고 말았다. ‘내가 살 길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나를 사이비 종교로부터 지켜내신 하느님의 손길이었다. 그것을 알 리가 없던 당시, 나에게는 그 상황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했다. 눈물을 삼키며 셈치고 봉헌해보아도 허탈하고 쓰린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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