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60화. 세례받기 전날 시조부님 돌아가시다

wlsgodqn
2022-11-22
조회수 1119


 세례받기 전날 시조부님 돌아가시다

그렇게도 고대하고 고대하던 세례식이 내일로 다가왔다. 나의 마음은 너무 기뻐 환희로 들떠있었다. 세례식 때 한복을 입어야 했는데 하느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기에 최고 좋은 옷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돈이 없으니 값싼 하얀 천을 떠다가 아주 좋은 옷인 셈치고 봉헌하며 온 마음을 다해 세례 예식에 입을 하얀 한복을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손바느질로 손수 지어 만들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고단한 삶 가운데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된 신앙생활이었다. 드디어 내일이면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어서 내일이 되길 고대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이다. 종손 며느리라 안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렇게 고대하던 세례를 안 받을 수도 없었다. 세례식은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만 있어 이번에 세례를 받지 못하면 다음 부활절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 생각하니 아득하여 너무 다급해졌다.
 
나는 당장에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께 말씀드렸다. “신부님, 시조부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제가 종손 며느리라 안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꼭 세례를 받고 싶어요. 어떡하면 좋죠?” 예비자 교리며 평소 매일 미사도 한번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던 나를 잘 알고 계시던 신부님께서도 안타까워하시며 대답하셨다.


“시조부님이 돌아가셨는데 종손 며느님이 가지 않으면 안 되니 다녀와요.” “그러면 세례는요?” “자매님처럼 열심한 신자에게 세례를 안 주면 안 되지요. 장례식이 끝나고 다녀오는 대로 미사 때 혼자라도 세례를 줄 테니까 마음 편히 잘 다녀오세요.” 신부님의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오! 신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안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내려갔다. 집에서 장례식을 치렀는데 종갓집 대종손의 장례다 보니 조문객이 얼마나 많은지 떡이며 대접할 모든 음식들을 다 만들려면 물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집에는 샘이 없었기에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샘터에서 길어와야 했는데 그해처럼 눈이 많이 온 적이 없었다. 종아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눈이 쌓인 언덕길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물을 날랐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내가 다닌 자리로 단단하게 길이 다져지고 있었다.


나는 그 추운 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다니며 밤을 꼬박 새워 쉴 새 없이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세례받을 생각에 지치는 줄도 몰랐다. 몸을 사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바삐 일하는 나를 지켜보시던 몇몇 집안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셨다.
 
“아니, 혼자 컸는데 어찌 그렇게 일을 잘 한다냐?” “참말로 이렇게 일을 잘한 젊은 사람 첨 보네이.” 내가 “아니에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하자 “오메, 오메, 말을 참 이쁘게도 잘하네이.” 하시기에 “저는 부족하지만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하고 답했다.


“요새 젊은이답지 않게 몸 사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참말로 좋구만이.” “이런 착한 며느리 얻은 모산이댁은 참말로 좋겄네이.” “아니에요. 저는 많이 부족해요.” 어르신들은 또 “워따메 참말로, 혼자 큰 딸이라 일도 못 하고 비실거릴 줄 알았더니 젊은 사람이 이렇게 일을 잘하다니, 친정어머니가 잘 가르쳤구만이….”

 
라고들 하시는데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어머니를 욕되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물은 계속 필요해 틈틈이 물을 길으러 다녀야 했다. 가족들은 많았지만 그중 누구도 쌓인 눈을 치워주거나 물 길어오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다.

 
언덕진 곳이다 보니 안 그래도 위험한데 눈길이 단단하게 다져지니 빙판길이 되어 오르내릴 때 너무 미끄러웠다. 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거나 사기 물동이를 떨어트린다면 그대로 깨져버리고 크게 다칠 것이 자명했다. 나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조심조심 한 발짝씩 내디뎠다.
 
물 긷는 것 말고도 할 일은 많기에 빨리빨리 다녀도 모자란 중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살금살금 걷다 보니 한 발짝씩 떼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었다. 진땀이 흘러내렸다. 몇 번이고 미끄러질 뻔했지만, “하느님, 예수님! 함께 해주셔요.” 하면서 예수님 손잡고 물동이를 드는 셈치니 그렇게도 기쁠 수가 없었다.

 
눈 쌓인 언덕길이 무서워 모두가 물 떠오는 것을 꺼릴 때 솔선수범해서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백 번 이상을 나르면서도 예수님과 함께한 셈치고 봉헌하니 온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모두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나 혼자 할아버지 시신 앞을 지키고 앉아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세례를 받고 드디어 하느님의 친자녀가 되는 거야.’ 가슴이 벅차올랐다. 쉴 사이 없던 고단한 하루도, 육신의 아픔도 모두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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