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들려온 음성
1974년도 8월 15일, 미사가 끝난 후 남편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 묵상 중에 갑자기 눈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는데, 나도 그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로부터 눈부시게 환한 빛이 비추어지더니 거대한 황금 덩어리가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왔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감미로운 향기가 순식간에 그 공간을 메웠다. 숨이 멎을 듯 황홀한 그 광경에 압도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그곳에서 기도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 놀라서 그곳을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들 틈에서 얼결에 뒷걸음질 쳐 도망가려는데 그 황금 덩어리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신발을 신을 새도 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다. 황금 덩어리는 오직 나만을 따라왔는데, 나는 산을 거쳐 들로, 들을 거쳐 다시 산으로 넘어져 가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달렸다. 너무 힘에 겨워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어떤 남자가 내 앞에서 잘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를 붙잡고 따라가면 나를 따라 오는 금덩어리를 피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그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내 손이 닿자마자 그는 나를 확 뿌리쳐 버렸다. 그 바람에 나는 앞으로 철퍼덕 넘어졌다. 다급하여 뒤를 돌아보니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그 황금 덩어리는 나를 향해 곧장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아픔도 생각할 겨를 없이 잽싸게 일어나 다시 앞을 향해 달렸다. 귀에 들릴 정도로 숨소리가 가빠졌다. “헉헉헉.” 정신없이 달리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도, 함께 도망치던 사람들 그 어느 누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너무 두려워 온몸에 힘이 풀리려 했지만, 떨려오는 두 손을 다시 꼭 쥐고 사력을 다하여 앞을 향해 달렸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지나 언덕바지를 향해 달리자, 탁 트인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광활한 하늘 아래 끝없는 망망대해만 놓여있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벼랑 끝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은 이미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온몸은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요동치는 내 심장과는 달리 새파란 바닷물이 출렁임은커녕 미동도 없이 잔잔했다.
앞으로 한 발만 더 내디뎌도 낭떠러지요, 뒤로는 거대한 황금 덩어리가 나를 쫓아 다가오고 있어 그대로 맞닥뜨릴 것이니 진퇴양난이 아니고 또 무엇인가! 그런데 나는 두려움에 전력을 다해 도망쳐 왔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파랗게 물든 눈부신 하늘 아래 펼쳐진 탁 트인 장관 속에서 나는 외려 평화로움을 느꼈다.
거친 호흡이 잦아들었다. 나는 기도 손을 한 채 살며시 눈을 감았다. ‘오, 주님! 이제 제가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님 뜻대로 하소서.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면 주시는 대로, 잡아 먹히면 잡아 먹히는 대로, 또 살려주시면 살려 주신대로 온전히 그대로 따르겠사오니 그대로 이루소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강렬한 한 줄기의 빛살이 나를 향해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뒤쪽에서 빛나는 황금 덩어리가 내 머리 위로 곡선을 그리며 넘어오더니 곧장 나의 작은 가슴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향기로운 바람이 살랑이며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헙!”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나도 모르게 황금 덩어리가 들어온 가슴에 두 손을 올렸다. 내려다보니 가슴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리저리 만져보아도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아니, 그 큰 황금 덩어리가 내 가슴으로 쏙 들어왔는데 아프지도 않고 아무런 티도 없다니...! ’ 그 순간에 압도되어버린 나는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그때 하늘에서 매우 다정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너의 그 인내심과 착함과, 너의 그 사랑에 찬 마음을 보고 너에게 나의 전 재산, 즉 나의 유산을 전하노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 왜 그래?” 하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남편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과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낯익은 성당의 배경과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의 예수님은 평소보다 더 다정스럽게 보였다.
방금 전 하늘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했다. 아직까지도 맨발로 달리던 두 발의 통증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것은 꿈도 아니었고 환상도 아니었다. 나는 남편에게 기도와 묵상 중에 내가 체험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은 웃으며 “좋은 일이 당신에게 있겠네.”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나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맴도는 그 말씀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것이 바로 현시라는 것을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1980년, 성당에 다시 나가게 되어 집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할 때 “성경을 가까이하여라. 성경은 바로 살아있는 나의 말이니라.” 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날 황금 덩어리가 가슴속으로 들어왔을 때 들었던 음성과 나의 삶 속에서 이제까지 여러 번 들어왔던 그 모든 말씀들이 바로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
1974년도 8월 15일, 미사가 끝난 후 남편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 묵상 중에 갑자기 눈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는데, 나도 그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로부터 눈부시게 환한 빛이 비추어지더니 거대한 황금 덩어리가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왔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감미로운 향기가 순식간에 그 공간을 메웠다. 숨이 멎을 듯 황홀한 그 광경에 압도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그곳에서 기도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 놀라서 그곳을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들 틈에서 얼결에 뒷걸음질 쳐 도망가려는데 그 황금 덩어리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신발을 신을 새도 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다. 황금 덩어리는 오직 나만을 따라왔는데, 나는 산을 거쳐 들로, 들을 거쳐 다시 산으로 넘어져 가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달렸다. 너무 힘에 겨워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어떤 남자가 내 앞에서 잘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를 붙잡고 따라가면 나를 따라 오는 금덩어리를 피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그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내 손이 닿자마자 그는 나를 확 뿌리쳐 버렸다. 그 바람에 나는 앞으로 철퍼덕 넘어졌다. 다급하여 뒤를 돌아보니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그 황금 덩어리는 나를 향해 곧장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아픔도 생각할 겨를 없이 잽싸게 일어나 다시 앞을 향해 달렸다. 귀에 들릴 정도로 숨소리가 가빠졌다. “헉헉헉.” 정신없이 달리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도, 함께 도망치던 사람들 그 어느 누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너무 두려워 온몸에 힘이 풀리려 했지만, 떨려오는 두 손을 다시 꼭 쥐고 사력을 다하여 앞을 향해 달렸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지나 언덕바지를 향해 달리자, 탁 트인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광활한 하늘 아래 끝없는 망망대해만 놓여있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벼랑 끝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은 이미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온몸은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요동치는 내 심장과는 달리 새파란 바닷물이 출렁임은커녕 미동도 없이 잔잔했다.
앞으로 한 발만 더 내디뎌도 낭떠러지요, 뒤로는 거대한 황금 덩어리가 나를 쫓아 다가오고 있어 그대로 맞닥뜨릴 것이니 진퇴양난이 아니고 또 무엇인가! 그런데 나는 두려움에 전력을 다해 도망쳐 왔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파랗게 물든 눈부신 하늘 아래 펼쳐진 탁 트인 장관 속에서 나는 외려 평화로움을 느꼈다.
거친 호흡이 잦아들었다. 나는 기도 손을 한 채 살며시 눈을 감았다. ‘오, 주님! 이제 제가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님 뜻대로 하소서.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면 주시는 대로, 잡아 먹히면 잡아 먹히는 대로, 또 살려주시면 살려 주신대로 온전히 그대로 따르겠사오니 그대로 이루소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강렬한 한 줄기의 빛살이 나를 향해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뒤쪽에서 빛나는 황금 덩어리가 내 머리 위로 곡선을 그리며 넘어오더니 곧장 나의 작은 가슴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향기로운 바람이 살랑이며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헙!”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나도 모르게 황금 덩어리가 들어온 가슴에 두 손을 올렸다. 내려다보니 가슴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리저리 만져보아도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아니, 그 큰 황금 덩어리가 내 가슴으로 쏙 들어왔는데 아프지도 않고 아무런 티도 없다니...! ’ 그 순간에 압도되어버린 나는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그때 하늘에서 매우 다정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너의 그 인내심과 착함과, 너의 그 사랑에 찬 마음을 보고 너에게 나의 전 재산, 즉 나의 유산을 전하노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 왜 그래?” 하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남편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과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낯익은 성당의 배경과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의 예수님은 평소보다 더 다정스럽게 보였다.
방금 전 하늘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했다. 아직까지도 맨발로 달리던 두 발의 통증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것은 꿈도 아니었고 환상도 아니었다. 나는 남편에게 기도와 묵상 중에 내가 체험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은 웃으며 “좋은 일이 당신에게 있겠네.”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나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맴도는 그 말씀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것이 바로 현시라는 것을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1980년, 성당에 다시 나가게 되어 집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할 때 “성경을 가까이하여라. 성경은 바로 살아있는 나의 말이니라.” 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날 황금 덩어리가 가슴속으로 들어왔을 때 들었던 음성과 나의 삶 속에서 이제까지 여러 번 들어왔던 그 모든 말씀들이 바로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