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된 어느 날,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전에 살던 집의 안집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내가 너무 그리워 견딜 수 없어 오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나 놀랍고 반가워서 “할머니, 어서 오셔요.” 하면서 얼른 방으로 모셨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할머니는 치마를 올리시더니 속옷 허리춤에서 허겁지겁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그리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잡고는 흐느껴 우셨다. “자네가 수제비 좋아하는디 끓여주고 싶어도 못 해줘서 늘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수제비 끓여주려고 이렇게 밀가루를 가져왔다네.”
나는 고마우면서도 가족들의 온갖 핍박 속에 어렵게 사시던 할머니 처지가 떠올라 너무 안쓰러웠다. “할머니, 그냥 오시지 그러셨어요. 할머니 마음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다음에는 그냥 오셔요, 네?” 그런데 할머니는 또 옷 속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손녀의 감시망을 피해서 몰래 가져오느라 그러신 것이다.
“이것 적지만 반찬에 넣어 먹으소이.”라며 비닐종이에 조금씩 싸 온 볶은 깨와 고춧가루를 내놓으셨다. ‘노인이 홀로 가정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중노동에 치여가며 일하면서 몰래 이것들을 빼내 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비록 작은 것들이었지만 할머니의 그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오며 눈물이 나려 했다.
연로하신 할머니는 바쁜 살림을 하며 몸이 불편하신 와중에도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여 결국 시간을 빼서 손녀 몰래 무작정 외출을 나왔다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 간 집을 잘 모르셨기에 물어 물어서 어렵게 찾아오셨다 한다. 젊은 사람이라도 어디로 이사 간 줄 모르면 찾기 힘들었을 텐데...
어찌 그 연약한 노인이 이 먼 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오셨을까?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할머니에게 어디로 이사 간다고 말씀이라도 드렸으면 찾아오시기가 더 쉬웠을 텐데 마음이 아팠다. 그저 내가 보고 싶어서, 나를 만나고자 하는 그 사랑의 일념으로 기어이 여기까지 찾아오신 것이다.
그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극구 말려도 할머니는 의욕 넘치게 부엌으로 나가셨다. 신이 나신 듯 금세 가져오신 밀가루로 수제비를 손수 끓여주셨다. 그리고는 상 앞에 마주 앉아 “어서 먹어보소.”하고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셨다.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 정말 맛있어요.”
할머니는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내게 말씀하셨다. “자네가 내 곁을 떠난 뒤, 나는 자네가 보고 싶어서 매일 울다시피 했다네. 어려울 때나 고통스러울 때, 몸이 아프고 슬플 때 오직 자네만이 나의 힘이 되어 주었고 희망과 기쁨을 주었었네. 그런데 자네 없는 집은 썰렁하고 허전할 뿐이라네….” 할머니는 또 울음을 터트리셨다.
기댈 곳 없이 힘든 삶 속에서 할머니는 나를 휴식처라고 생각하셨었다. 나와 사랑을 나눴던 그 시간들이 너무 그리워 견딜 수 없다고 하시며 할머니는 “차라리 내가 자네를 몰랐더라면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허전하지는 않을 텐디….” 하시더니 엉엉 우셨다.
모든 사랑을 다해 사랑으로 키워낸 손녀와 손주들에게서 오히려 학대받고 시달리며 사랑에 굶주렸던 할머니! 나는 또다시 할머니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할머니가 너무 가여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았으나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안타깝기만 했다. 따뜻한 밥이라도 해드리고 술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곧 가족들 밥하러 가셔야 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상점에서 소주와 안줏거리만 사서 할머니께 챙겨드렸다. 우리는 다시 눈물을 머금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할머니는 너무나 아쉬워하시며 내 손을 꼭 붙들고 놓을 줄을 모르셨다. 또다시 통곡하고 우시는 할머니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시간 되는대로 찾아뵙기로 했다. 할머니는 연신 뒤돌아다 보시며 힘겹게 발걸음을 떼셨다. 나는 할머니가 골목 끝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도록 할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된 어느 날,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전에 살던 집의 안집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내가 너무 그리워 견딜 수 없어 오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나 놀랍고 반가워서 “할머니, 어서 오셔요.” 하면서 얼른 방으로 모셨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할머니는 치마를 올리시더니 속옷 허리춤에서 허겁지겁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그리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잡고는 흐느껴 우셨다. “자네가 수제비 좋아하는디 끓여주고 싶어도 못 해줘서 늘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수제비 끓여주려고 이렇게 밀가루를 가져왔다네.”
나는 고마우면서도 가족들의 온갖 핍박 속에 어렵게 사시던 할머니 처지가 떠올라 너무 안쓰러웠다. “할머니, 그냥 오시지 그러셨어요. 할머니 마음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다음에는 그냥 오셔요, 네?” 그런데 할머니는 또 옷 속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손녀의 감시망을 피해서 몰래 가져오느라 그러신 것이다.
“이것 적지만 반찬에 넣어 먹으소이.”라며 비닐종이에 조금씩 싸 온 볶은 깨와 고춧가루를 내놓으셨다. ‘노인이 홀로 가정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중노동에 치여가며 일하면서 몰래 이것들을 빼내 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비록 작은 것들이었지만 할머니의 그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오며 눈물이 나려 했다.
연로하신 할머니는 바쁜 살림을 하며 몸이 불편하신 와중에도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여 결국 시간을 빼서 손녀 몰래 무작정 외출을 나왔다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 간 집을 잘 모르셨기에 물어 물어서 어렵게 찾아오셨다 한다. 젊은 사람이라도 어디로 이사 간 줄 모르면 찾기 힘들었을 텐데...
어찌 그 연약한 노인이 이 먼 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오셨을까?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할머니에게 어디로 이사 간다고 말씀이라도 드렸으면 찾아오시기가 더 쉬웠을 텐데 마음이 아팠다. 그저 내가 보고 싶어서, 나를 만나고자 하는 그 사랑의 일념으로 기어이 여기까지 찾아오신 것이다.
그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극구 말려도 할머니는 의욕 넘치게 부엌으로 나가셨다. 신이 나신 듯 금세 가져오신 밀가루로 수제비를 손수 끓여주셨다. 그리고는 상 앞에 마주 앉아 “어서 먹어보소.”하고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셨다.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 정말 맛있어요.”
할머니는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내게 말씀하셨다. “자네가 내 곁을 떠난 뒤, 나는 자네가 보고 싶어서 매일 울다시피 했다네. 어려울 때나 고통스러울 때, 몸이 아프고 슬플 때 오직 자네만이 나의 힘이 되어 주었고 희망과 기쁨을 주었었네. 그런데 자네 없는 집은 썰렁하고 허전할 뿐이라네….” 할머니는 또 울음을 터트리셨다.
기댈 곳 없이 힘든 삶 속에서 할머니는 나를 휴식처라고 생각하셨었다. 나와 사랑을 나눴던 그 시간들이 너무 그리워 견딜 수 없다고 하시며 할머니는 “차라리 내가 자네를 몰랐더라면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허전하지는 않을 텐디….” 하시더니 엉엉 우셨다.
모든 사랑을 다해 사랑으로 키워낸 손녀와 손주들에게서 오히려 학대받고 시달리며 사랑에 굶주렸던 할머니! 나는 또다시 할머니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할머니가 너무 가여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았으나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안타깝기만 했다. 따뜻한 밥이라도 해드리고 술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곧 가족들 밥하러 가셔야 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상점에서 소주와 안줏거리만 사서 할머니께 챙겨드렸다. 우리는 다시 눈물을 머금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할머니는 너무나 아쉬워하시며 내 손을 꼭 붙들고 놓을 줄을 모르셨다. 또다시 통곡하고 우시는 할머니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시간 되는대로 찾아뵙기로 했다. 할머니는 연신 뒤돌아다 보시며 힘겹게 발걸음을 떼셨다. 나는 할머니가 골목 끝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도록 할머니를 위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