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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57화. “내가 차라리 자네를 몰랐었더라면 좋았을걸”

wlsgodqn
2022-11-18
조회수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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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차라리 자네를 몰랐었더라면 좋았을걸”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된 어느 날,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전에 살던 집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새댁,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자네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견딜 수 없었다네.” 하시며 할머니는 나를 보자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너무나 놀랍고 반가워서 “할머니, 어서 오셔요.” 하며 얼른 방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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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기도 전에 할머니는 치마를 올리시더니 허리춤에서 허겁지겁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는 흐느껴 우셨다. “자네가 수제비 좋아하는디 끓여주고 싶어도 못 해줘서 늘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수제비 끓여주려고 이렇게 밀가루를 가져왔다네.” 나는 고마우면서도 가족들의 온갖 핍박 속에 어렵게 사시던 할머니 처지가 떠올라 너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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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울고 말았다. “할머니, 그냥 오시지. 할머니 마음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다음에는 그냥 오셔요, 네?” 그런데 할머니는 또 옷 속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손녀의 감시망을 피해서 몰래 가져오느라 그러신 것이다. “이것 적지만 반찬에 넣어 먹으소이.”라며 비닐종이에 조금씩 싸 온 볶은 깨와 고춧가루를 내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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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홀로 가정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중노동에 치여가며 일하면서 몰래 이것들을 빼내 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비록 작은 것들이었지만 할머니의 그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왔다. 연로하신 할머니는 바쁜 살림을 하며 몸이 불편하신 와중에도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여 결국 시간을 빼서 손녀 몰래 무작정 외출을 나왔다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 간 집을 잘 모르셨기에 물어 물어서 어렵게 찾아오셨다는 할머니. 젊은 사람이라도 어디로 이사 간 줄 모르면 찾기 힘들었을 텐데... ‘어찌 그 연약한 노인이 이 먼 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오셨을까?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할머니에게 어디로 이사 간다고 말씀이라도 드렸으면 찾아오시기가 더 쉬웠을 텐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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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부엌으로 나가 신이 난 듯 수제비를 끓여주시는 할머니 앞에서, 나는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어서 먹어보소.”하고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셨다.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 정말 맛있어요.” “아이고, 많이 먹어, 자네가 맛있게 먹으니께 내가 너무 기쁘고 행복해부네.”
 
할머니는 눈물로 촉촉해진 눈으로 말씀하셨다. “자네가 내 곁을 떠난 뒤, 나는 자네가 보고 싶어서 매일 매일 울다시피 했다네. 어려울 때나 고통스러울 때, 몸이 아프고 슬플 때 오직 자네만이 나의 힘이 되어 주었고 희망과 기쁨을 주었었네. 그런데 자네 없는 집은 썰렁하고 허전할 뿐이라네….” 그러더니 엉엉 우시며 덧붙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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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자네를 몰랐더라면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허전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시더니 울음을 터트리시더니 엉엉 소리내어 우시고 나도 울었다. 그러자 우리 아이들도 덩달아 울었다. 평생을 사랑으로 키워낸 자식과 손녀, 증손주들에게 오히려 학대받으며 사랑에 굶주렸던 할머니, 할머니에게 나는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유일한 휴식처가 되었던 것이다.
 
할머니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나도 할머니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할머니가 너무 가여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따뜻한 밥이라도 해드리고 술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곧 가족들 밥하러 가셔야 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상점에서 소주와 안줏거리만 사서 할머니께 챙겨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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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눈물을 머금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할머니는 내 손을 꼭 붙들고 놓지 못하며 통곡하셨고,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연신 뒤돌아보시던 할머니의 뒷모습. 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할머니가 부디 건강하시기를 아버지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고 또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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