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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프로젝트💗「주님께서 예비하신 삶」-318화. 잉꼬부부상을

wlsgodqn
2022-10-04
조회수 1087




 잉꼬부부상을 


둘째 아이 출산 예정일이 모레로 다가왔다. 배 속의 아이와 항상 교감하며 대화를 나눠 왔지만 곧 세상으로 나올 아이를 만날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한편으론 시부모님께서 아들을 원하셨기에 딸일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게다가 산부인과 간호사가 나를 볼 때마다 했던 생각하기도 싫은 단어가 떠올라 노심초사했던 지난 시간이 스쳐 갔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응답이라도 하는 듯 아이는 내가 말할 때마다 뱃속에서 힘찬 태동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노닐었다. 나는 배를 어루만지며 ‘아가 고마워, 곧 엄마랑 건강하게 만나자.’ 하고 저녁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퇴근하여 들어왔다. 그러더니 내일 지도소 직원 가족들이 부부동반 친목단합 야유회를 태평사(太平寺)로 가는데 나도 꼭 같이 오라고 했다고 전해줬다.

 


나는 아이 출산 예정일이 야유회 다음날이라 참석은 너무 무리겠다 싶어, 남편에게 함께하고 싶지만 다음 날이 예정일이니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직장에 가서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야유회 당일 아침, 직원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와서 “오늘 사모님이 빠지면 절대로 안 돼요. 꼭 가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저는 아이 출산 예정일이 내일이에요. 오늘 낳을지, 내일 낳을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갈 수가 있겠어요.” 하자 여직원들과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출산 준비까지 다 했어요.” “예?” “만약 아기가 오늘 나온다면 아기 이름을 태평이라고 하자고 이름까지 지어 왔어요.”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그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저는 절대로 갈 수 없어요.” “왜요?” “저는 집에서 큰 아이를 양수가 터진 지 일주일 만에 밤에 낳다가 죽을뻔했는데도 남편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절대로 방에 못 들어오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직원들이 “그러면 우리도 안 가요.” 하더니 그대로 나를 끌어다가 차에 태우려고 했다.

 


직원들 손에 이끌려 차로 가게 되자 나는 야유회에 가서 출산하게 될까 봐서 덜컥 겁이 났다. 나를 데려가려고 완전히 작정하고 온 그들 앞에서 더는 어떻게 고집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그곳에서 출산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겁이 났지만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먹었다. 내가 가지 않으면 혼자 가야 할 남편과 이웃의 화평을 위해 편히 쉬는 셈치고, 그분들에게 “함께 갈게요.”하고 말했다.

 

직원들은 너무 좋아하면서 “사모님 잘하셨어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라고 했다. “그러면 제가 한복으로만 갈아입고 나올게요.”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임신 기간 동안 배가 불러 있으면 항상 큰 옷을 입고 티가 안 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한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가야, 미안해. 엄마가 안 가면 저분들도 안 간대. 너도 들었지?” 하자 아기의 발길질이 평소보다 더 세차게 느껴졌다. 아기의 반응에 너무 놀라 “엄마가 가도 된다는 말이니? 내가 뭐라고 저렇게 나를 데려가기 위해 다 몰려왔을까... 그러니 사랑하는 내 아기야! 딱 예정일인 내일 세상에 나와줘. 응? 알았지?” 하자 다시 아이는 세차게 내 배를 찼다.



‘가도 된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가지 말라는 신호일까?’ 생각하니 아기는 조용했다. 그래서 ‘그럼 다녀올까?’ 하자 또다시 세차게 배를 찼다. 그래서 가도 된다는 아기의 응답으로 받아들이고 차를 타고 태평사로 향했다.

 

야유회 장소에 도착했지만 나는 참여만 하고 온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런 내게 그들은 노래며 여러 가지를 시켰다. ‘예정일이 내일인데 무리를 하면 안 될 텐데... 그러나 아가야, 엄마와 함께 조금만 더 힘내줘.’ 나는 남편에 대한 사랑의 마음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내 한 몸을 희생하여 그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기로 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사랑 실천을 위해 몸을 움직이며 희생을 봉헌하고 있지만 부디 아기를 지켜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하며 나를 온전히 내어놓고 힘든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시키는 것은 할 수 있는 한 모두 따라주며 모든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내가 노래할 때는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들 재창하라고 외치더니 재창이 끝나자마자 3창이라고 또 시켜 다시 노래를 하니 그곳에 모인 모두가 나의 노래를 여러 번 들으면서도 아주 즐거워들 했다. 내 몸은 고될지라도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힘듦도, 아기를 낳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잊고 내 마음도 기쁨으로 차오를 수 있었다.

 

오후 행사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행사 진행자가 나를 불러 앞에다 세웠다. 그리고는 남편을 어떻게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지 한마디 하라고 했다. “저는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부자인 셈치고 삽니다. 혹시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면 일찍 들어온 셈치고, 혹시 외박을 하더라도 남편이 일찍 들어와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부부가 함께한 셈칩니다.

 

 

그리고 화투로 돈을 잃고 들어왔을 때는 걱정하지 말라고 새로 시작하자고 안마해 주고 오히려 사랑으로 다독여줍니다. 잔소리하여 잃은 돈이 돌아올 수 있다면 잔소리해야 되고, 잔소리해서 사랑이 돌아온다면 잔소리도 해야겠지만 잔소리하면 오히려 상처만 나잖아요. 그쵸?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부는 서로 양보하고 믿어주며, 한발 물러서고 사랑받은 셈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갈채가 나왔다.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내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



가정을 지켜내기 위하여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인고의 과정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경들을 일일이 들려줄 순 없었다. 하지만 결혼은 진정 자신을 내어놓고 썩는 밀알이 되어 희생함으로써만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출산 예정일 바로 전날이라 무리가 되었지만, 이곳에 참석한 모두가 서로 자신을 양보하고 내어줌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길 간절히 염원했다.

 

그이와 이웃의 기쁨을 위해 나의 희생을 바치며 그렇게 행사에 참석했는데 마지막 시상식 때 그들은 우리 부부에게 잉꼬부부상을 수여했다. 상을 수여하면서 “언제나 남편의 허물을 감싸주고 함께 뜻을 같이하여 모범을 보인 사모님께 존경을 보내드립니다.” 하는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자 또다시 모두가 일어나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이것이 기립 박수라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음)



감사함과 쑥스러운 마음이 교차했다. 잉꼬부부상을 받고 그이와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나는, ‘그래,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열심히 남편 잘 보필하고 최선을 다해 내 가정을 지키리라.’ 하며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나를 직원 야유회에 기어이 참석시킨 것은 잉꼬부부상을 시상하고자 한 나주 지도소 소장님의 특별지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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