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502화. 우리 모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wlsgodqn
2023-08-08
조회수 1198

우리 모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친정집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절망적인 소식에, 어머니와 나는 둘이서 한마디도 않고 한참을 통곡하였다. 길고 긴 지난 세월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어렸을 때부터의 추억들이 하나둘 새록새록 떠오르니, 내 가슴을 하나하나 후벼파는 듯했다. 초등학교 시절, 작은외갓집에서 지낼 때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을 잘 키워보시고자 며칠씩 장사를 다니시며 열심히 돈을 버셨다.

 

그럴 때마다 홀로 된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한 셈 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너무 그리워, 추운 골방에서 베개가 흥건하게 다 젖도록 울다 잠든 가여운 딸을 위해 어머니는 젊은 과부의 몸으로 집을 짓기로 결심하셨다. 장사로 번 돈을 다 가져가신 작은외숙이 한 푼도 주지 않으셔서 시작부터 얼마나 고생하셨던가!

  

지금이야 포크레인도 있고 많은 장비들이 있어서 집 짓기가 쉬워졌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엔 울창한 산자락에 터를 잡아 산을 깎는 것부터 시작하여 집 짓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도 없이 집을 지어야 하니 집 지을 모든 재료를 어머니께서 발품 팔아 구하셔야 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손수 쌓고 나르며 사랑으로 지어간 우리 집!
 
나도 학교까지 조퇴하고 고사리손으로 신이 나서 어머니를 도우며 힘든 줄도 모르고 최선을 다했었지. 어머니와 내가 이 집을 짓기 위해 들인 사랑과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던가! 닭장도 만들고, 탱자나무도 손수 심으면서 사랑으로 가꿔온 어머니와 나, 단둘만의 아늑한 보금자리. 겨울에는 몹시도 따뜻했었지!

  

황토를 꽝꽝 내리치며 담을 세우면서, 아버지께 우리 삶의 울타리가 되어주시라고 얼마나 간절히 청했던가! 아버지께서 당장에라도 “홍선아! 내 아가!” 하며 돌아오실 것 같았던 우리의 소중한 집. 우리 모녀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은 친정집이, 지붕으로 얹은 스레트를 팔아먹기 위한 작은외숙 손에 불타 고스란히 없어져 버렸다니, 나는 처절하게 하느님을 부르짖었다.

  

“하느님! 너무나 가슴 아픈 이 소식에 죽을 것 같이 괴롭습니다. 지금 저희는 사면초가에 처해 의지할 곳조차 없습니다. 저 하나만을 믿고 의지하고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는 제가 이 세상에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런데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어머니가 사셔야 할 집이 불타고 없어졌으니 어떻게 해요?
 
그러나 우리집이 원래 없었던 셈 치고 하느님께 온전히 다 맡기오니, 우리 집이 활활 다 타오를 때 그 거센 불길을 하느님의 자비의 불길로 바꿔주소서. 그래서 지금 제 영혼과 육신을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암 덩어리들도 완전히 다 태워주시어요. 그리고 제 어머니와 저희 가족들, 영혼 육신의 나쁜 모든 것들도 다 태워주시어 새로 태어나게 해주시어요.”
 
끝없이 기도하며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최선을 다하여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해 보았다. 그러나 하나뿐인 딸이 어머니의 가슴에 무덤이 되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일인데, 내가 없으면 어머니 홀로 머무르실 집까지 없어졌으니 원래 없었던 셈 치기에는 너무 가혹하기만 했다.
 
‘오 하느님, 우리 어머니를 두고 어찌 제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오직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부족한 저를 온전히 맡기나이다.’ 죽음보다도 더 아픈 이 마음. 어떻게든 봉헌해 보고자 모든 노력을 다 하는데도 떠오르는 그곳에서의 추억들과 소중한 시간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마냥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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