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쉴 사이 없이 바쁘면서도 나는 ‘어떻게 하면 시아버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등등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봐도 시아버님의 마음은 냉랭하기만 하였다. 오로지 사랑을 드리며 온갖 정성으로 애쓰는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멸시와 냉대뿐이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의 사랑이 시아버님께 받아들여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서러운 눈물을 감추며 또다시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면서 노력했다. ‘꼭 시아버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되리라.’ 다짐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사랑받은 셈치고를 계속 되뇌며 애를 쓰던 어느 날 밤, 그날도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의 걱정이 대단하였다. “뭔일이다냐. 이때까지 안 들어오고?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계속 시계를 확인하게 되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사고가 나서 어디 쓰러져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통행금지가 있었던 때라 밤 12시 통금 시간을 넘기면 기다리기를 포기해야 하는데도, 그이가 너무 걱정되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이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시외할머님까지 재워드리고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되었다.
혼자 나가기엔 무서워 잠든 아이를 등에 업었다. “아가 미안해. 아빠가 이 늦은 시간까지 안 들어오시니 엄마랑 같이 좀 나가볼까?” 아이를 업고 밖에 나가 문 앞을 서성이며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그이에게 아무 일이 없게 해주세요.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이가 돌아오는 방향을 향해 서서 그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짙은 어둠 속 저 먼 곳에서 어떤 물체가 이상하게 흔들흔들하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뭘까? 내가 잘못 본 건가?’ 두 눈을 씻고 다시 보니 그 물체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그이가...?’ 황급히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어머!” 그이가 분명했다. 잔뜩 술에 취한 남편이 비틀거리며 오고 있었던 것이다. 비틀거리는 그이를 낑낑대며 부축해 겨우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이의 얼굴은 피투성이에 바지는 무릎과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손으로 막고 있던 입술 새로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먼저 아기를 뉘어 놓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침착하게 물수건으로 남편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얼굴은 많이 다쳐 상처가 더 심했다. 얼굴에 난 상처에 쓸 소독약이 없어 물로 소독하고 치료했다.
‘저는 지금 물로 이 상처를 닦아내고 있지만 그이의 아픈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도 깨끗이 씻어 주시고 회복시켜 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며 얼굴에 난 상처에 약인 셈치고 물을 다시 바르면서 ‘약이 없어 깨끗한 생수를 바르니 약의 효과가 그대로 이루어져 깨끗이 치유되게 해주세요.’ 하고 염원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이를 처음 만났던 순간과, 결혼 후 거의 들어오지 않던 그이를 기다려온 숱한 지난 밤들,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그이의 휴식처가 되고자 이 모습 저 모습으로 꾸미며 눈물을 감추고 그이를 맞이하던 날들과, 아버님 병간호를 위해 시댁에 들어와서 지내며 그이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짧은 순간의 찰나 속에,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지난 세월이 영겁의 시간과도 같이 아득해지는 듯하더니 ‘똑’ 하고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 속에 이내 사라졌다. 그래도 이렇게 내 곁에 와 주었지 않은가. 그이가 안쓰럽고 가여웠다.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 그이의 얼굴에 깨끗한 물을 마저 살살 발라주었다.
그리고는 따듯하게 데운 물로 수건을 적셔 온몸을 닦아주고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온몸을 주무르고 안마해 주면서 다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나는 다정스레 그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주셔서 고마워요. 더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 다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해요, 네?”
그이는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미안해.”라고 했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이의 손을 꼬옥 잡고 말해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힘내셔요. 당신 곁에는 언제나 제가 있어요.” 그이는 몸을 안마해 주며 부드럽게 풀어주니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드는 듯했다.
잠이 깬 아이를 그이 옆에 재우고서 곤히 잠이든 아이와 그이를 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우. 그이가 술을 많이 들었으니 이제 속을 잘 풀어줘야겠구나. 이유가 무엇이든 가장인 그이가 건강해야 한다.’ 나는 어느새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부엌으로 나갔다. 시댁 식구들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녹두를 삶고, 쌀을 불리고, 검은깨가 없어서 참깨와 함께 불린 쌀을 갈고, 거른 녹두와 함께 미음을 조용조용 만들었다. 시아버님께 드릴 음식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대가족 아침 식사 준비와 많은 학생 도시락을 싸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놓으려면 서둘러야 했기에 눈 붙일 사이도 없었다.
수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잠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함이 고될지라도 그래도 나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시아버님이 계시고, 그이가 있고, 아이가 있었다. 그렇다. 내가 있으므로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며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시부모님께도 혼자 계실 내 어머니께 해드리는 마음으로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하나뿐인 딸 시집보내느라 고생하신 내 어머니께 남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것이다. ‘시아버님도 회복시켜드리고, 사랑 가득한 가정을 이루어 내 어머니께도 꼭 효도하고, 호강시켜 드리리라.’
언젠가 이루어질 소망의 그날을 꿈꾸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사랑으로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내 마음은 풍요로웠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이 유난히도 따듯했다. 밝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물을 향해 물을 길으러 가는 나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고 있었다.
“남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것이다.”
wlsgodqn님 은총의 글 올려주심에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wlsgodqn님과 그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시고 항상 영육간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주여 영광과 찬미를 영원히 받으소서~ 성모님 기쁨만 가득하소서~ 아멘! 알렐루야~ ♡♡♡
잠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함이 고될지라도
그래도 나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시아버님이
계시고, 그이가 있고, 아이가 있었다. 그렇다. 내가
있으므로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며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시부모님께도 혼자 계실 내
어머니께 해드리는 마음으로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아멘!!!아멘!!!아멘!!! 감사합니다 !!!
냉대와 무시를 일삼는 시아버지
매일 술마시고 대책없이 늦게 들어오는 남편
대가족 식구들..아이를 돌봐야 되는처지
소같이 일해야 되는 일상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시집살이...이것이 사람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아~~정말 불쌍하게 살아오신 엄마..
그럼 모진 고된삶 속에서 흐트러짐 하나없는 맑은엄마..
얼굴은 늘 꽃이피고 웃음이 가능할수 있는 엄마...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주시는 엄마보며 오늘또
힘을내어 봅니다~~~!!
사랑합니다 엄마💖💖💖🌷🌷
수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잠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함이 고될지라도
그래도 나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시아버님이 계시고, 그이가 있고, 아이가 있었다.
그렇다. 내가 있으므로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며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
언젠가 이루어질 소망의 그날을 꿈꾸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사랑으로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내 마음은 풍요로웠다.
이 대목이 많이 와닿습니다. 묵묵하게 해야 할 일을 사랑으로 하시면서
감사가 마르지 않았던 엄마의 삶... 그리고 이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그저 사랑 가득한 가정을 이루기를 소망하며 감사하고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하는 그런 삶을 저도 살고 싶습니다. 저의 강한 자아는 자꾸만 불편함을
그냥두질 못하지만, 주님께서 친히 이끄시어 그런 삶을 살게 해주세요. 아멘.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온 남편
온종일 쉴 사이 없이 바쁘면서도 나는 ‘어떻게 하면 시아버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등등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봐도 시아버님의 마음은 냉랭하기만 하였다. 오로지 사랑을 드리며 온갖 정성으로 애쓰는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멸시와 냉대뿐이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의 사랑이 시아버님께 받아들여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서러운 눈물을 감추며 또다시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면서 노력했다. ‘꼭 시아버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되리라.’ 다짐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사랑받은 셈치고를 계속 되뇌며 애를 쓰던 어느 날 밤, 그날도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의 걱정이 대단하였다. “뭔일이다냐. 이때까지 안 들어오고?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계속 시계를 확인하게 되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사고가 나서 어디 쓰러져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통행금지가 있었던 때라 밤 12시 통금 시간을 넘기면 기다리기를 포기해야 하는데도, 그이가 너무 걱정되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이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시외할머님까지 재워드리고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되었다.
혼자 나가기엔 무서워 잠든 아이를 등에 업었다. “아가 미안해. 아빠가 이 늦은 시간까지 안 들어오시니 엄마랑 같이 좀 나가볼까?” 아이를 업고 밖에 나가 문 앞을 서성이며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그이에게 아무 일이 없게 해주세요.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이가 돌아오는 방향을 향해 서서 그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짙은 어둠 속 저 먼 곳에서 어떤 물체가 이상하게 흔들흔들하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뭘까? 내가 잘못 본 건가?’ 두 눈을 씻고 다시 보니 그 물체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그이가...?’ 황급히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어머!” 그이가 분명했다. 잔뜩 술에 취한 남편이 비틀거리며 오고 있었던 것이다. 비틀거리는 그이를 낑낑대며 부축해 겨우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이의 얼굴은 피투성이에 바지는 무릎과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손으로 막고 있던 입술 새로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먼저 아기를 뉘어 놓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침착하게 물수건으로 남편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얼굴은 많이 다쳐 상처가 더 심했다. 얼굴에 난 상처에 쓸 소독약이 없어 물로 소독하고 치료했다.
‘저는 지금 물로 이 상처를 닦아내고 있지만 그이의 아픈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도 깨끗이 씻어 주시고 회복시켜 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며 얼굴에 난 상처에 약인 셈치고 물을 다시 바르면서 ‘약이 없어 깨끗한 생수를 바르니 약의 효과가 그대로 이루어져 깨끗이 치유되게 해주세요.’ 하고 염원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이를 처음 만났던 순간과, 결혼 후 거의 들어오지 않던 그이를 기다려온 숱한 지난 밤들,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그이의 휴식처가 되고자 이 모습 저 모습으로 꾸미며 눈물을 감추고 그이를 맞이하던 날들과, 아버님 병간호를 위해 시댁에 들어와서 지내며 그이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짧은 순간의 찰나 속에,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지난 세월이 영겁의 시간과도 같이 아득해지는 듯하더니 ‘똑’ 하고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 속에 이내 사라졌다. 그래도 이렇게 내 곁에 와 주었지 않은가. 그이가 안쓰럽고 가여웠다.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 그이의 얼굴에 깨끗한 물을 마저 살살 발라주었다.
그리고는 따듯하게 데운 물로 수건을 적셔 온몸을 닦아주고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온몸을 주무르고 안마해 주면서 다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나는 다정스레 그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주셔서 고마워요. 더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 다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해요, 네?”
그이는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미안해.”라고 했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이의 손을 꼬옥 잡고 말해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힘내셔요. 당신 곁에는 언제나 제가 있어요.” 그이는 몸을 안마해 주며 부드럽게 풀어주니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드는 듯했다.
잠이 깬 아이를 그이 옆에 재우고서 곤히 잠이든 아이와 그이를 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우. 그이가 술을 많이 들었으니 이제 속을 잘 풀어줘야겠구나. 이유가 무엇이든 가장인 그이가 건강해야 한다.’ 나는 어느새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부엌으로 나갔다. 시댁 식구들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녹두를 삶고, 쌀을 불리고, 검은깨가 없어서 참깨와 함께 불린 쌀을 갈고, 거른 녹두와 함께 미음을 조용조용 만들었다. 시아버님께 드릴 음식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대가족 아침 식사 준비와 많은 학생 도시락을 싸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놓으려면 서둘러야 했기에 눈 붙일 사이도 없었다.
수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잠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함이 고될지라도 그래도 나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시아버님이 계시고, 그이가 있고, 아이가 있었다. 그렇다. 내가 있으므로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며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시부모님께도 혼자 계실 내 어머니께 해드리는 마음으로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하나뿐인 딸 시집보내느라 고생하신 내 어머니께 남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것이다. ‘시아버님도 회복시켜드리고, 사랑 가득한 가정을 이루어 내 어머니께도 꼭 효도하고, 호강시켜 드리리라.’
언젠가 이루어질 소망의 그날을 꿈꾸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사랑으로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니 내 마음은 풍요로웠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이 유난히도 따듯했다. 밝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물을 향해 물을 길으러 가는 나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