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나는 더는 견딜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나의 병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무슨 방법이든 총동원하여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다 써봤다. 음식도 돈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도와주시어 살기 위해 민간요법 등 몸에 좋다는 것은 토해내면서도 다 해보았다. 나주에 이사와서도 병원에 가보았다. 택시 안에서 남편이 굳어가는 나를 주물러주며 힘들게 다녀왔지만, 영암 대성병원에서와 똑같은 말을 했다. 어떤 방법도,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 때문에라도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나를 위해 이웃의 여러 사람이 권유하여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시댁과 남편이 싫어하는 굿도 해보았다. 그리고 부적도 사용해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가 달리 몸이 더더욱 안 좋아지는 것을 나날이 느끼던 중이었다.
옆에서 “총각 점쟁이가 아주 꿰뚫어 본다.”고 하며 나에게 가볼 것을 권유하였다. 나는 원래 그런 것을 믿지 않았지만, 너무나 절박한 심정에 어머니와 아이들 때문에라도 가보기로 했다. 힘겨운 몸으로 겨우 찾아갔더니 총각 점쟁이는 외출 중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점쟁이의 어머니가 “아주머니 증세가 심각한 것 같은데, 그의 형은 총각 점쟁이를 가르쳤던 선생이니 그에게 한번 봐 보세요.” 하며 권했기에 그 형에게 점을 보게 되었다. 그는 굿을 하면 꼭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모든 것이 돈 문제가 대두되기에 힘없이 그냥 점집을 나왔다.
그때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잘생긴 청년이 책을 들고 들어왔다. ‘저렇게 젊고 멀쩡하게 생긴 사람도 점을 보러오는구나. 아직 젊은데 무엇이 그리도 답답한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대문을 나오는데 그가 “저어, 아줌마.”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줌마는 수술을 할 때 배를 10cm쯤 쨌군요.”
“예?” “그리고 열 바늘을 꿰맸네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경직이 되다시피 했다. 정확히 10cm쯤 되었고 열 바늘을 꿰맸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해서 눈을 번뜩이며 “아줌마는 수술한 배가 터져 나오고, 또 지금 발까지 암이 다 번졌네요.” “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총각 점쟁이였다. ‘진짜 꿰뚫어 보네!’ 나는 너무 감탄하여 ‘이 사람이야말로 나를 살려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는 “금성산 산신령에게 100일간 공을 드리면 살 수 있어요.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산에서 나오는 첫물을 떠서 바치고 공을 드려야 살 수 있어요.”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는 살길이 열렸구나.’ 생각했다. “3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특별히 아줌마는 20만 원만 내면 백일 간 함께 산에 가서 공 드려줄 테니 서두르세요.
혹시라도 누가 같이 가면 부정을 탈 수도 있으니 아무도 없이 꼭 혼자만 해야 해요. 서두르지 않으면 곧 죽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데 틀림이 없는 것도 같았다. 병원에서도 더는 손 쓸 도리가 없다며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이나 먹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후로 어떤 방법을 다 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곧 죽을 수 있다고 한 총각 점쟁이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슬쩍 지나면서 본 것만으로도 나에 대해 그렇게도 잘 알 수 있다니….
너무나 놀랍기만 하여 집에 돌아와 신이 나서 어머니께 암 얘기만 빼고 다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안색이 확 피시며 너무 기뻐하시며 말씀하셨다. “오메! 체곗돈(돈놀이로 쓰는 돈. 즉, 비싼 이자의 사채)이라도 내서 해야지야!” 딸이 살아날 수 있다니 무엇을 마다하겠는가!
어머니께서 돈은 어떻게 해서라도 대주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한 나는 퇴근 한 남편에게 기뻐하며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너무 놀라며 “여보! 정신 차려. 절대 아니야! 그것은 미신적인 행위야, 당신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은 미리 알아낼 수 있어.
절대로 그런 것 할 생각하지 마, 알았지, 응? 내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하고 나를 달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총각 점쟁이는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암 걸린 사실조차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주형이 아빠! 당신은 나 못 낫게 해주지만 그 사람은 낫게 해준다잖아. 나는 우리 어머니 때문에라도 살아야 돼요. 내가 거기 간다고 당신이 버린다면 버림받더라도 가야 돼요! 나는 살아야 해요, 다른 어떤 방법도 없잖아요. 단 한 번만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꼭 한 번이에요. 내가 건강이 회복되어야 당신도 편할 게 아니에요. 이번만, 네?”
총각 점쟁이는 너무 놀라울 정도로 다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물론 친정집이 어떻게 생겼고, 밤나무, 감나무가 어느 쪽으로 몇 그루가 있는 것까지 다 알고 있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약해진 나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이 모든 것을 다 맞춘 총각 점쟁이라면 분명 내 병도 낫게 해주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같은 그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남편에게 애원하듯 부탁한 것이다. 남편도 나를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겠지만 그것은 사이비 종교나 미신적인 행위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극구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부드럽고 자상하게 말했다.
“여보,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내가 알아봐 줄게. 응?”하고 나를 달랬다. 남편은 안타깝고 측은하여 어쩔 줄 모르는 눈길로 바라보며 삐쩍 마른 나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오, 하느님! 어찌하오리까? 저를 구하여주옵소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나는 더는 견딜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나의 병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무슨 방법이든 총동원하여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다 써봤다. 음식도 돈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도와주시어 살기 위해 민간요법 등 몸에 좋다는 것은 토해내면서도 다 해보았다. 나주에 이사와서도 병원에 가보았다. 택시 안에서 남편이 굳어가는 나를 주물러주며 힘들게 다녀왔지만, 영암 대성병원에서와 똑같은 말을 했다. 어떤 방법도,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 때문에라도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나를 위해 이웃의 여러 사람이 권유하여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시댁과 남편이 싫어하는 굿도 해보았다. 그리고 부적도 사용해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가 달리 몸이 더더욱 안 좋아지는 것을 나날이 느끼던 중이었다.
옆에서 “총각 점쟁이가 아주 꿰뚫어 본다.”고 하며 나에게 가볼 것을 권유하였다. 나는 원래 그런 것을 믿지 않았지만, 너무나 절박한 심정에 어머니와 아이들 때문에라도 가보기로 했다. 힘겨운 몸으로 겨우 찾아갔더니 총각 점쟁이는 외출 중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점쟁이의 어머니가 “아주머니 증세가 심각한 것 같은데, 그의 형은 총각 점쟁이를 가르쳤던 선생이니 그에게 한번 봐 보세요.” 하며 권했기에 그 형에게 점을 보게 되었다. 그는 굿을 하면 꼭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모든 것이 돈 문제가 대두되기에 힘없이 그냥 점집을 나왔다.
그때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잘생긴 청년이 책을 들고 들어왔다. ‘저렇게 젊고 멀쩡하게 생긴 사람도 점을 보러오는구나. 아직 젊은데 무엇이 그리도 답답한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대문을 나오는데 그가 “저어, 아줌마.”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줌마는 수술을 할 때 배를 10cm쯤 쨌군요.”
“예?” “그리고 열 바늘을 꿰맸네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경직이 되다시피 했다. 정확히 10cm쯤 되었고 열 바늘을 꿰맸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해서 눈을 번뜩이며 “아줌마는 수술한 배가 터져 나오고, 또 지금 발까지 암이 다 번졌네요.” “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총각 점쟁이였다. ‘진짜 꿰뚫어 보네!’ 나는 너무 감탄하여 ‘이 사람이야말로 나를 살려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는 “금성산 산신령에게 100일간 공을 드리면 살 수 있어요.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산에서 나오는 첫물을 떠서 바치고 공을 드려야 살 수 있어요.”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는 살길이 열렸구나.’ 생각했다. “3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특별히 아줌마는 20만 원만 내면 백일 간 함께 산에 가서 공 드려줄 테니 서두르세요.
혹시라도 누가 같이 가면 부정을 탈 수도 있으니 아무도 없이 꼭 혼자만 해야 해요. 서두르지 않으면 곧 죽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데 틀림이 없는 것도 같았다. 병원에서도 더는 손 쓸 도리가 없다며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이나 먹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후로 어떤 방법을 다 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곧 죽을 수 있다고 한 총각 점쟁이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슬쩍 지나면서 본 것만으로도 나에 대해 그렇게도 잘 알 수 있다니….
너무나 놀랍기만 하여 집에 돌아와 신이 나서 어머니께 암 얘기만 빼고 다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안색이 확 피시며 너무 기뻐하시며 말씀하셨다. “오메! 체곗돈(돈놀이로 쓰는 돈. 즉, 비싼 이자의 사채)이라도 내서 해야지야!” 딸이 살아날 수 있다니 무엇을 마다하겠는가!
어머니께서 돈은 어떻게 해서라도 대주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한 나는 퇴근 한 남편에게 기뻐하며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너무 놀라며 “여보! 정신 차려. 절대 아니야! 그것은 미신적인 행위야, 당신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은 미리 알아낼 수 있어.
절대로 그런 것 할 생각하지 마, 알았지, 응? 내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하고 나를 달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총각 점쟁이는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암 걸린 사실조차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주형이 아빠! 당신은 나 못 낫게 해주지만 그 사람은 낫게 해준다잖아. 나는 우리 어머니 때문에라도 살아야 돼요. 내가 거기 간다고 당신이 버린다면 버림받더라도 가야 돼요! 나는 살아야 해요, 다른 어떤 방법도 없잖아요. 단 한 번만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꼭 한 번이에요. 내가 건강이 회복되어야 당신도 편할 게 아니에요. 이번만, 네?”
총각 점쟁이는 너무 놀라울 정도로 다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물론 친정집이 어떻게 생겼고, 밤나무, 감나무가 어느 쪽으로 몇 그루가 있는 것까지 다 알고 있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약해진 나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이 모든 것을 다 맞춘 총각 점쟁이라면 분명 내 병도 낫게 해주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같은 그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남편에게 애원하듯 부탁한 것이다. 남편도 나를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겠지만 그것은 사이비 종교나 미신적인 행위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극구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부드럽고 자상하게 말했다.
“여보,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내가 알아봐 줄게. 응?”하고 나를 달랬다. 남편은 안타깝고 측은하여 어쩔 줄 모르는 눈길로 바라보며 삐쩍 마른 나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오, 하느님! 어찌하오리까? 저를 구하여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