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 앞 못 보는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쥐와 밥을 나눠 먹다
드시던 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신 채, 내가 와서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니 억장이 무너졌다. 눈이 보이지를 않아 전혀 알 길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밥이 그 모양이 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그냥 잡수셨던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아궁이에 연탄을 넣을 수도 없었고 석유 곤로도 쓸 수가 없었기에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나무로 불을 때서 혼자 밥을 지어 잡수셨다. 그런데 시궁창이나 아궁이 속, 심지어는 대변이 들어있던 고무 들통 안에까지 들락거렸을 쥐들이 밥통 속에까지 들어가 밥을 먹고 다녔으니 이제까지 할아버지는 쥐와 함께 먹고 산 것이 아닌가!
이것만큼은 할아버지가 멀쩡한 밥을 드신 셈치고 봉헌할 수 없었다. 기나긴 세월 동안 그 어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너무나 불쌍하고 애처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버지! 이젠 진짜 딸이 되겠어요!” 할아버지의 목을 부둥켜안은 채 대성통곡을 하니 영문을 모르시던 할아버지도 어안이 벙벙해서 말했다.
“아짐 왜 울어요. 울지 말아요.” 하면서 함께 우셨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 빵 맛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나는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면서도 얼른 할아버지께서 그런 밥을 드신 것으로 탈이 나지 않으시도록 예수님께 간절히 청하며 속으로 생활의 기도를 바쳤다.
“예수님! 성모님! 부디 할아버지가 쥐와 함께 드셨던 그 밥을 예수님의 오상의 성혈과 일곱 상처의 보혈로, 성모님의 눈물로 변화시켜주소서. 그리하여 아무런 탈이 없게 해주시고, 그런 밥을 드셔서 혹시라도 여태까지 몸에 안 좋은 것이 남은 것이 있다면 주님께서 모두 말끔히 치유해주시고 내보내 주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나는 울다가 할아버지께 여쭸다. “아버지, 혹시 밥맛이 이상하지는 않던가요?” 하고 묻자 “밥맛이요? 맛이 변하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기는 했어요. 하지만 배가 고프니까 할 수 없이 먹었지요. 왜 무슨 이상이 있어요?” 하셨다. 나는 “아니요. 어쩔 땐 밥맛이 이상할 때도 있어요.” 하며 둘러대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파서 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쥐들이 온갖 더러운 오물들을 다 묻혀 놓고 똥과 오줌까지 다 싸놨으니 그 밥맛이 오죽했겠는가? 불쌍한 할아버지가 그간 드셨을 밥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순간 결심했다. ‘반드시 할아버지의 눈을 떠드리리라.’
“오, 하느님! 부디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이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당신 아들이 되었으니 이 착한 아들이 하루라도 빛을 보고 죽게 해주세요. 제가 어떤 일이라도 하겠어요. 네? 제발 도와주셔요.” 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있던 루비노 회장도 옆에서 눈가가 붉어져 말을 했다.
“율리아! 나는 율리아가 행하는 실천적 사랑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사실 나는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서 머리로는 알고 입으로는 말하나 실천하는 삶이 아니었어. 그런데 율리아는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생활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나는 지금 율리아로부터 하느님의 참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있어. 고마워.”
그는 좋게 받아들인 듯 보였지만, 나는 그의 약함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꼭 그렇게 되기를 염원했다. 봉 할아버지 세례받기 위해 목욕시켜드리던 날, 소변 보러 간다고 나가서 3시간이 넘어서야 돌아오지 않았는가! 나는 그가 더욱 깨어나 방금 한 말을 삶으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지향을 담아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말해주었다.
“회장님, 말은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말들보다 사실을 사랑하고 생각보다 수족의 동작을 중하게 여겨, 힘들어도 항상 사랑받은 셈치고 해야 해요.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합시다.” 그때 다정한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 사랑, 내 작은 아기야! 너는 바로 내 사랑 그 자체이니라.”
819. 앞 못 보는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쥐와 밥을 나눠 먹다
드시던 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신 채, 내가 와서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니 억장이 무너졌다. 눈이 보이지를 않아 전혀 알 길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밥이 그 모양이 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그냥 잡수셨던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아궁이에 연탄을 넣을 수도 없었고 석유 곤로도 쓸 수가 없었기에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나무로 불을 때서 혼자 밥을 지어 잡수셨다. 그런데 시궁창이나 아궁이 속, 심지어는 대변이 들어있던 고무 들통 안에까지 들락거렸을 쥐들이 밥통 속에까지 들어가 밥을 먹고 다녔으니 이제까지 할아버지는 쥐와 함께 먹고 산 것이 아닌가!
이것만큼은 할아버지가 멀쩡한 밥을 드신 셈치고 봉헌할 수 없었다. 기나긴 세월 동안 그 어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너무나 불쌍하고 애처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버지! 이젠 진짜 딸이 되겠어요!” 할아버지의 목을 부둥켜안은 채 대성통곡을 하니 영문을 모르시던 할아버지도 어안이 벙벙해서 말했다.
“아짐 왜 울어요. 울지 말아요.” 하면서 함께 우셨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 빵 맛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나는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면서도 얼른 할아버지께서 그런 밥을 드신 것으로 탈이 나지 않으시도록 예수님께 간절히 청하며 속으로 생활의 기도를 바쳤다.
“예수님! 성모님! 부디 할아버지가 쥐와 함께 드셨던 그 밥을 예수님의 오상의 성혈과 일곱 상처의 보혈로, 성모님의 눈물로 변화시켜주소서. 그리하여 아무런 탈이 없게 해주시고, 그런 밥을 드셔서 혹시라도 여태까지 몸에 안 좋은 것이 남은 것이 있다면 주님께서 모두 말끔히 치유해주시고 내보내 주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나는 울다가 할아버지께 여쭸다. “아버지, 혹시 밥맛이 이상하지는 않던가요?” 하고 묻자 “밥맛이요? 맛이 변하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기는 했어요. 하지만 배가 고프니까 할 수 없이 먹었지요. 왜 무슨 이상이 있어요?” 하셨다. 나는 “아니요. 어쩔 땐 밥맛이 이상할 때도 있어요.” 하며 둘러대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파서 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쥐들이 온갖 더러운 오물들을 다 묻혀 놓고 똥과 오줌까지 다 싸놨으니 그 밥맛이 오죽했겠는가? 불쌍한 할아버지가 그간 드셨을 밥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순간 결심했다. ‘반드시 할아버지의 눈을 떠드리리라.’
“오, 하느님! 부디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이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당신 아들이 되었으니 이 착한 아들이 하루라도 빛을 보고 죽게 해주세요. 제가 어떤 일이라도 하겠어요. 네? 제발 도와주셔요.” 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있던 루비노 회장도 옆에서 눈가가 붉어져 말을 했다.
“율리아! 나는 율리아가 행하는 실천적 사랑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사실 나는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서 머리로는 알고 입으로는 말하나 실천하는 삶이 아니었어. 그런데 율리아는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생활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나는 지금 율리아로부터 하느님의 참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있어. 고마워.”
그는 좋게 받아들인 듯 보였지만, 나는 그의 약함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꼭 그렇게 되기를 염원했다. 봉 할아버지 세례받기 위해 목욕시켜드리던 날, 소변 보러 간다고 나가서 3시간이 넘어서야 돌아오지 않았는가! 나는 그가 더욱 깨어나 방금 한 말을 삶으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지향을 담아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말해주었다.
“회장님, 말은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말들보다 사실을 사랑하고 생각보다 수족의 동작을 중하게 여겨, 힘들어도 항상 사랑받은 셈치고 해야 해요.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합시다.” 그때 다정한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 사랑, 내 작은 아기야! 너는 바로 내 사랑 그 자체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