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 “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 제막식을 위해 마닐라로 떠나기 전, 나는 봉 할아버지께서 나 없는 동안 잡수실 것을 다 장만해 가서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제가 잠깐 외국에 다녀와야 해요. 2주 후에 올 것인데 그때까지 잡수셔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너무너무 놀라시면서 “우메, 아짐 그게 무슨 말이요.” 하셨다.
“할아버지, 저는 안 와도 가족들이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셔요.” 하자 할아버지는 “그동안 내가 아짐 못 보고 죽으면 어떡하오.” 하고 우시며 걱정을 하셨다. 나는 “아이, 할아버지, 안 돌아가셔요. 그동안 할아버지 건강하시라고 기도 많이 할 테니 할아버지도 기도 많이 하세요. 이 딸이랑 있는 셈치시면서 조금만 기다리셔요.”하고 안심시켜드렸다.
이 당시 나는 할아버지를 세례받게 해드리려고 주의 기도와 성모송 등 기도문들을 외우실 수 있게 가르쳐 드리던 때였다. “할아버지, 기도가 어려우시면 하느님 아버지! 성모님! 그렇게라도 부르셔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닐라로 떠나면서 친정어머니께 그동안 할아버지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눈물 흘리며 걱정하시는 봉 할아버지를 두고 가는 마음이 너무 아파 해외 일정 내내 할아버지께서 무사히 잘 계시도록 성모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간 미용실과 성당 활동으로 바쁜 생활 중에도 매일 밤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고통이 극심할 때는 간혹 늦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항상 “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했소.” 하며 나를 늘 기다리셨었기에 나는 더욱 애가 탔다. 귀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하자 “아이고, 아짐! 왜 이제 왔소!” 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는 눈이 뚱뚱 부어 울고 계셨다.
나는 마음이 아파 “할아버지, 왜 그렇게 많이 우셨어요?” 하니 할아버지는 “아짐, 나는 이제 아짐이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나 하느님한테 ‘아짐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그 기도밖에 못 했소. 묵주 들고도, 밥을 하면서도 ‘아짐 빨리 오게 해주세요.’ 했소.” 할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
그러면서 “13일간을 못 봐서 아짐 보고 싶어 눈이 짓물러 버리는 줄 알았소.”라고 하시는데 할아버지가 얼마나 천진난만한 천사처럼, 아니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는지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오, 주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보살펴 주소서. 아멘.”
808. “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 제막식을 위해 마닐라로 떠나기 전, 나는 봉 할아버지께서 나 없는 동안 잡수실 것을 다 장만해 가서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제가 잠깐 외국에 다녀와야 해요. 2주 후에 올 것인데 그때까지 잡수셔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너무너무 놀라시면서 “우메, 아짐 그게 무슨 말이요.” 하셨다.
“할아버지, 저는 안 와도 가족들이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셔요.” 하자 할아버지는 “그동안 내가 아짐 못 보고 죽으면 어떡하오.” 하고 우시며 걱정을 하셨다. 나는 “아이, 할아버지, 안 돌아가셔요. 그동안 할아버지 건강하시라고 기도 많이 할 테니 할아버지도 기도 많이 하세요. 이 딸이랑 있는 셈치시면서 조금만 기다리셔요.”하고 안심시켜드렸다.
이 당시 나는 할아버지를 세례받게 해드리려고 주의 기도와 성모송 등 기도문들을 외우실 수 있게 가르쳐 드리던 때였다. “할아버지, 기도가 어려우시면 하느님 아버지! 성모님! 그렇게라도 부르셔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닐라로 떠나면서 친정어머니께 그동안 할아버지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눈물 흘리며 걱정하시는 봉 할아버지를 두고 가는 마음이 너무 아파 해외 일정 내내 할아버지께서 무사히 잘 계시도록 성모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간 미용실과 성당 활동으로 바쁜 생활 중에도 매일 밤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고통이 극심할 때는 간혹 늦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항상 “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했소.” 하며 나를 늘 기다리셨었기에 나는 더욱 애가 탔다. 귀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하자 “아이고, 아짐! 왜 이제 왔소!” 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는 눈이 뚱뚱 부어 울고 계셨다.
나는 마음이 아파 “할아버지, 왜 그렇게 많이 우셨어요?” 하니 할아버지는 “아짐, 나는 이제 아짐이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나 하느님한테 ‘아짐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그 기도밖에 못 했소. 묵주 들고도, 밥을 하면서도 ‘아짐 빨리 오게 해주세요.’ 했소.” 할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
그러면서 “13일간을 못 봐서 아짐 보고 싶어 눈이 짓물러 버리는 줄 알았소.”라고 하시는데 할아버지가 얼마나 천진난만한 천사처럼, 아니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는지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오, 주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보살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