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 김대건 신부님의 손에서 뜨거운 순교의 얼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필리핀 도착 바로 다음 날인 5월 22일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동상 제막식이었다. 한국에서 김수환 추기경님, 윤공희 대주교님, 김남수 주교님도 참석하신다고 했다. 롤롬보이의 신자들은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공경심이 가득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존경받으시는 김대건 신부님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감격의 이슬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거리거리마다 김 신부님 동상 제막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 붙어 있었고, 신자들은 안드레아 신부님의 초상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는데 나도 몇 벌 받게 되었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오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율리아, 내일 가장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주교님께 선물 증정을 율리아가 하도록 준비했으니깐, 알았지?”
“신부님! 저는 너무 부족해요. 그러니 다른 자매님을 시키면 안 될까요?” “율리아보다 더 나은 사람이 어디 있냐? 순명해, 알았지?” 하시기에, 나는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순명하는 마음으로 “네, 알았어요. 신부님.”하고 대답했다. 다음날 제막식 때 신부님의 말씀대로 색동저고리와 빨간색 치마를 곱게 입고 나갔다.
나는 성지에 도착해서부터 흰 천으로 싸인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제막식이 시작되자 나는 간절히 부르짖었다. “김대건 성인이시여! 한 말씀 하소서. 부족하온 이 죄녀, 신부님을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하나이다. 하오니 불타오르는 제 영혼 안에 고결하온 당신의 그 순교의 얼을 심어주소서.
부족한 이 죄녀가 84년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날 도초 공소에 가서 당신을 전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당신께서는 주님과 함께 저를 많이 도와주시어 얼음장보다 더 단단하게 얼어붙었던 섬사람들의 마음을 봄눈 녹듯 녹여주셨지요. 김대건 신부님 사랑해요!” 나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김대건 성인의 동상을 싸매두었던 천이 끌러져 내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굳어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깊은 황홀경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동상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생생하게 살아 계신 김대건 신부님께서 황금빛 광채에 싸여 흰 장백의에 빨간 영대를 걸치시고 갓을 쓰신 채 늠름하게 서 계신 것이 아닌가!
신부님은 마귀 쫓는 빨마가지를 들고 계셨는데 그 곁에는 천사들이 옹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김대건 성인께서 아주 다정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렁차고도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우리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특은 받은 복된 딸이여! 오류로 물든 이 세상이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여 환난과 핍박을 당한다 할지라도 항상 지름길로 인도하시는 천상의 엄마를 따라서 순교의 정신으로 똑바로 나아갈 때 내세에서는 나와 같이 영원한 천상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게 되리니
작은 자의 사랑의 길이 비록 어렵고 고통스럽고 고독하고 비좁은 험한 십자가의 길일지라도 순교로써 주님 위하여 바치도록 어서 나의 손을 잡기 바라오. 나도 천상의 엄마와 함께 그대를 도울 것이오.” 하고 신부님께서 손을 내미셨다. 나는 그 순간 재빠르게 성인의 손을 잡았다. 신부님의 손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맞잡은 손을 통하여 전달된 그 뜨거운 기운은 내 온몸 전체로 구석구석 퍼져나가며 나의 영혼과 육신을 불타는 순교의 얼로 달구고 있었고 나는 환희에 벅차 아무 말도 못 한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대건 성인은 어느덧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 가뿐히 오르셨고 그곳엔 성인의 동상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때 오 신부님께서 다급하게 “율리아, 율리아! 뭐 하는 거야, 빨리 나와서 주교님께 선물을 증정해야지.” 하시는 것이었다. 아직은 채 진정되지 않은 손과 발, 온몸이 떨렸지만 준비된 선물을 증정하고 들어왔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제가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여 따르던 성인의 뜨거운 손을 잡았으니 이제 순교를 약속하겠나이다.” 하고 굳게 다짐했다.
그 날 김수환 추기경님과 윤공희 대주교님을 만났는데 두 분 다 너무나도 반가워하셨다. 윤공희 대주교님은 “율리아가 한국 대표, 아니 광주대교구 대표로 온 거야?” 하시기에 나는 “대표는 추기경님과 주교님이시지요.” 하고 미소로 화답했다. 두 분은 내게 사진을 찍자고 하시어 우선 김수환 추기경님과 윤공희 대주교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윤공희 대주교님과 단둘이도 사진을 찍었다.
806. 김대건 신부님의 손에서 뜨거운 순교의 얼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필리핀 도착 바로 다음 날인 5월 22일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동상 제막식이었다. 한국에서 김수환 추기경님, 윤공희 대주교님, 김남수 주교님도 참석하신다고 했다. 롤롬보이의 신자들은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공경심이 가득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존경받으시는 김대건 신부님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감격의 이슬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거리거리마다 김 신부님 동상 제막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 붙어 있었고, 신자들은 안드레아 신부님의 초상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는데 나도 몇 벌 받게 되었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오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율리아, 내일 가장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주교님께 선물 증정을 율리아가 하도록 준비했으니깐, 알았지?”
“신부님! 저는 너무 부족해요. 그러니 다른 자매님을 시키면 안 될까요?” “율리아보다 더 나은 사람이 어디 있냐? 순명해, 알았지?” 하시기에, 나는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순명하는 마음으로 “네, 알았어요. 신부님.”하고 대답했다. 다음날 제막식 때 신부님의 말씀대로 색동저고리와 빨간색 치마를 곱게 입고 나갔다.
나는 성지에 도착해서부터 흰 천으로 싸인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제막식이 시작되자 나는 간절히 부르짖었다. “김대건 성인이시여! 한 말씀 하소서. 부족하온 이 죄녀, 신부님을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하나이다. 하오니 불타오르는 제 영혼 안에 고결하온 당신의 그 순교의 얼을 심어주소서.
부족한 이 죄녀가 84년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날 도초 공소에 가서 당신을 전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당신께서는 주님과 함께 저를 많이 도와주시어 얼음장보다 더 단단하게 얼어붙었던 섬사람들의 마음을 봄눈 녹듯 녹여주셨지요. 김대건 신부님 사랑해요!” 나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김대건 성인의 동상을 싸매두었던 천이 끌러져 내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굳어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깊은 황홀경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동상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생생하게 살아 계신 김대건 신부님께서 황금빛 광채에 싸여 흰 장백의에 빨간 영대를 걸치시고 갓을 쓰신 채 늠름하게 서 계신 것이 아닌가!
신부님은 마귀 쫓는 빨마가지를 들고 계셨는데 그 곁에는 천사들이 옹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김대건 성인께서 아주 다정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렁차고도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우리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특은 받은 복된 딸이여! 오류로 물든 이 세상이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여 환난과 핍박을 당한다 할지라도 항상 지름길로 인도하시는 천상의 엄마를 따라서 순교의 정신으로 똑바로 나아갈 때 내세에서는 나와 같이 영원한 천상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게 되리니
작은 자의 사랑의 길이 비록 어렵고 고통스럽고 고독하고 비좁은 험한 십자가의 길일지라도 순교로써 주님 위하여 바치도록 어서 나의 손을 잡기 바라오. 나도 천상의 엄마와 함께 그대를 도울 것이오.” 하고 신부님께서 손을 내미셨다. 나는 그 순간 재빠르게 성인의 손을 잡았다. 신부님의 손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맞잡은 손을 통하여 전달된 그 뜨거운 기운은 내 온몸 전체로 구석구석 퍼져나가며 나의 영혼과 육신을 불타는 순교의 얼로 달구고 있었고 나는 환희에 벅차 아무 말도 못 한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대건 성인은 어느덧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 가뿐히 오르셨고 그곳엔 성인의 동상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때 오 신부님께서 다급하게 “율리아, 율리아! 뭐 하는 거야, 빨리 나와서 주교님께 선물을 증정해야지.” 하시는 것이었다. 아직은 채 진정되지 않은 손과 발, 온몸이 떨렸지만 준비된 선물을 증정하고 들어왔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제가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여 따르던 성인의 뜨거운 손을 잡았으니 이제 순교를 약속하겠나이다.” 하고 굳게 다짐했다.
그 날 김수환 추기경님과 윤공희 대주교님을 만났는데 두 분 다 너무나도 반가워하셨다. 윤공희 대주교님은 “율리아가 한국 대표, 아니 광주대교구 대표로 온 거야?” 하시기에 나는 “대표는 추기경님과 주교님이시지요.” 하고 미소로 화답했다. 두 분은 내게 사진을 찍자고 하시어 우선 김수환 추기경님과 윤공희 대주교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윤공희 대주교님과 단둘이도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