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91화. 호남 로케트 공장에 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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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로케트 공장에 취직하다

1961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나의 중학교 진학을 강하게 반대하며 막으셨던 작은외숙은 어머니와 나에게 통보하셨다. “내일부터 홍선이는 광주 로케트 공장에서 일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가거라.” “예?” 우리와는 전혀 상의도 없이 결정된 일이어서 너무 당혹스러웠다. 어머니가 “아직 어린데 공장이라니요?” 하고 깜짝 놀라 안 된다고 하셨지만 외숙은 너무나 완강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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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외숙은 우리의 의사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하여 광주 로케트 공장에 취직시켜 버리셨다. 나는 외숙이 중학교에 보내주신 셈치며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가난했던 그 시절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니었기에, 10대 청소년들도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는 없었다.
 
사실 작은외숙은 우리 어머니가 버신 돈을 다 가져가신 것으로도 모자라, 나의 월급으로 중학생이 된 동갑 동생 점영이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곳은 건전지를 만드는 호남 로케트 공장으로, 나는 가장 어린 공녀가 되어 일하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모두가 함께 잠을 자고 공동으로 밥을 먹었다.
 
난생처음 완전히 어머니와 떨어져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공장 생활은 처음이기에 긴장되었지만, 나는 아버지께 “아버지 기왕에 왔으니 부디 이곳에서 제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하고 청했다. 어머니와 함께한 셈치고, 좋아하는 일 하는 셈치고 용기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본래 가장 어린 나에게 주어진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내 월급을 작은 외숙이 다 가져가시리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어디서든지, 또 무엇이든지 배워 우리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순종하며 해나갔다. 그런데 어떤 남자 어른이 그런 나를 보고 “야, 니가 이거 해라. 내가 그거 할게.” 하며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나에게 맡겼다.
 
내가 하던 쉬운 일을 자기가 하겠다고 하여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아,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가보다.’ 생각하고 단순하게 시킨 대로 했다. 내가 새로 맡게 된 일은 여러 가지 색깔이 칠해져 있는 낡은 양철을 모아 암모니아수로 지우는 일이었다. 당시 한국은 모든 물자가 귀해 양철 조각도 버리지 않고 그렇게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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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암모니아수로 그림이나 글씨가 써진 것들을 지워야 하기에 장갑을 껴야 하는데도 장갑을 주지 않았고, 나는 돈이 없어 살 수도 없었다. 그러니 그냥 맨손으로 해야 했기에 손도 많이 아프고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쉬운 일 하는 셈치고, 내가 맡은 일을 하기 위해서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
 
하루에 해야 할 양이 있으니 빨리해야 하는데 미세하게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바로 야단을 맞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손이 아플 것을 무릅쓰고 암모니아수가 묻은 양철을 맨손으로 세게 닦기 시작했다. 금속도 부식시키는 암모니아수는 피부에 심각한 화상을 유발한다. 어느새 여린 내 손은 점점 피부가 얇아져 빨갛게 되더니, 여기저기 쩍쩍 갈라져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맛있는 과자를 만지는 셈치며 최선을 다해 나에게 주어진 일을 다 해냈다. 그러나 피가 나도 약 한 번 발라보지 못한 손으로 일을 하니 고통은 계속 가중되어만 갔다. 너무 아파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기에 흐르는 이슬방울을 닦아내면서 어머니가 약을 발라주신 셈치고 봉헌했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묻지도 못해 늘 주눅이 든 채 언제나 움츠러들어 있었다. 또 그 공장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내 또래는 하나도 없었다. 나에게 일을 맡겨놓고 어떻게 하라고 관심을 가지고 일러주는 이도 없는 데다 어느 누구도 어린 나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게 일을 잘 알려준 셈치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셈치면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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