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 62화. 가뭄으로 뾰족뾰족하게 된 흙의 논에서 집단 폭행당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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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으로 뾰족뾰족하게 된 흙의 논에서 집단 폭행당할 때 

“아버지... 살려주세요...” 영문도 모른 채 점자와 점자의 엄마에게 한참을 폭행당하며 눈물범벅이 된 나는 ‘누군가 나를 구해줄 사람이 없을까?’ 하며 주위를 살짝 보는데 금세 많은 구경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당하는 것을 호기심에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들 중 말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맞으니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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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머니를 떠올리니 ‘이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다시 주위를 살펴보자 큰 외갓집 둘째 오빠가 보였다. 한참을 구타를 당하던 중 다시 오빠를 찾아보니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어른들에게 말해주러 갔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결국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오빠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작은 희망마저 사라져 슬퍼지려 했지만 얼른 오빠가 달려와 나를 도와준 셈 치고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때 점자 어머니가 무언가를 내 손에 쥐여주려고 했다. 힘이 다 빠져버린 내가 잡지 못하자, 내 손에 무언가를 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움켜잡고 치켜들면서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것 보시오! 이 머리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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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구경꾼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같은 반 친구 귀순이가 “홍선이 머리에요. 홍선이 머리에서 나왔...” 하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점자 어머니가 큰 소리로 “거보시오! 홍선이 손에서 나왔다잖아요. 이년이 점자 머리에서 이렇게 많은 머리를 뽑아부렀당께!” 하더니 또다시 폭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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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짓밟고, 머리를 잡아 흔들다가 나를 들어서 뾰족한 논에 또다시 사정없이 내동댕이치더니 발로 탁 차며 “아나 이년아, 애비도 없는 년, 홀엄씨 딸이 뭐가 잘났다고...” 하고 떠나가 버렸다. 어느새 구경꾼들도 다 떠나갔다. 얻어맞은 것보다 “애비도 없는 년”이라는 한마디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마치 내가 잘못하여 어머니를 욕보이는 것 같아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메마른 땅을 적셨다.
 
반죽음이 된 나는 한참을 엎어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극심한 고통을 아버지 사랑받은 셈치며 오직 아버지만을 부르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어른 남자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어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거라.” 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던 나의 어깻죽지를 잡고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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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아버지인가?’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겨우 의식이 돌아왔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던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생각해 보니, 어머니와 함께 물에 빠져 죽어갈 때 “너는 살아야 한다. 안 죽고 싶다고 어서 말하거라. 어서!”라고 하셨던 그 목소리였다.
 
그리고 작은 외숙이 펜치로 내 생어금니를 뽑아 과다 출혈로 죽었을 때 “이제 어서 일어나거라.” 하셨던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보니 이미 모두 다 가버렸고 점자 아버지만이 똥장군을 받쳐 놓고 나를 보고 있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꼼짝할 수 없이 너무 아팠다.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또다시 아버지를 부르며 한참 동안 울 수밖에 없었다. 애써 점자와 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은 셈쳤지만, ‘이럴 때 아버지가 계셨다면….’ 하는 그리움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된다.’ 하는 생각에 어떻게든 일어나고자 있는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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