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04화. 두 달 반의 진통을 하면서도 온갖 집안일을 다 했다.


두 달 반의 진통을 하면서도 온갖 집안일을 다 했다.

나는 먹지 못하고 진통하면서도 빨래며 아궁이에 불 때서 밥을 하는 등 온갖 살림을 다 해야 했다. 까무러칠 듯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건강한 셈 치고 봉헌하며 최선을 다했다. 진통이 계속되었지만 2분 간격으로 올 때는 한약을 먹지 않고, 1분 간격으로 진통이 올 때는 ‘이제는 나오려나?’ 싶어 한약을 먹으려고 입에만 댔다 하면 진통이 멈추길 반복하였다.


그래서 나는 애꿎은 한약만 달이고 또 데우기만 하다가, 밤에 잠도 못 자고 두 달 반이 넘어가니 너무너무 힘들고 지쳐갔다. 그러나 그마저도 잠을 잔 셈 치고, 건강한 셈 치고 봉헌하면서 아버지와 하느님께 부디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길 청하면서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해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주와 군서를 왔다 갔다 하시던 어머니가 나를 도와주기 위해 아예 우리 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두 아이를 돌봐주시며 내 병간호에 힘써주셨다. 나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진통만 계속되면서 아이는 낳지 못하니 빨래터에서 아낙네들이 한 부정적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하신 친정어머니는 몹시 걱정하시며, 아이들을 봐주신다고 나에게 산부인과에 다녀오라고 하셨다. 남편과 함께 광주 산부인과에 가는데 광주행 버스를 타려면 군서터미널까지 1km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하느님, 아이가 나와야 되는데 지금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산부인과에 가보려고 해요. 제가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세요.’하고 청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진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광주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내 상태를 설명하니 원장은 너무 놀라 “세상에! 이런 상태로 도대체 어떻게 견딜 수 있었습니까? 큰일 나기 전에 지금 바로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낳도록 합시다.” 했다.
 
원장은 한시가 급하다며 당장 유도분만을 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 집에 가서 준비하고 올게요.” 하였다. 왜냐하면 허락없이 유도분만을 했다가는 시어머니가 또 “혼자 옹호받고 커서 그런다.” 하시며 친정어머니를 욕보일까 봐서였다. 나의 대답에 원장은 너무 놀라 말했다.

  

“안 됩니다. 시간이 없어요. 산모와 아기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금방 다녀올게요.” 했다. 그때 남편이 “원장님 말대로 하면 어때?” 권했지만 내 임의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이 순간에도 딸을 걱정하며 도와주고 계신 불쌍한 우리 어머니께 행여라도 모욕이 돌아가는 것이 내겐 극심한 고통과 생명의 위험보다도 가장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광주 어머니께 순명해야 돼요. 그래서 어머님께 꼭 허락을 받아야 해요.” 했다. 내가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원장은 한숨을 푹 쉬며 “안 되는데... 정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다녀오세요. 일분일초가 급합니다.” 했다.
 
그 시절엔 전화도 없었기에, 나는 극심한 진통을 계속하면서 광주 시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셈 치고 봉헌하면서 시어머니 허락을 받기 위해 병원을 나와 어렵게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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