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29화. 리어카에 쌀을 싣고 피 흘리며 걷다가 쓰러지다



리어카에 쌀을 싣고 피 흘리며 걷다가 쓰러지다 

나는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눈앞이 캄캄해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를 어쩌면 좋아.’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어설 힘도 없어 앉은 채로 속으로 하느님만 계속 부르며 도와 달라고 계속 청했다.


“사장님, 그러면 쌀 조금은 살 수 있을까요?” “지금은 없는데요. 내일 오시면 새로 찧어서 드릴게요.” “오늘은 쌀을 꼭 사야 해서 지금 정미소 세 군데 째 온 거예요.” “예?” “오늘 쌀을 사서 광주에 보내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잡수시던 쌀이라도 있으시면 그것이라도 주시고 여기서는 다시 찧어서 드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 진즉 사놓지 그랬어요?” “오늘 갑자기 그럴 일이 생겨서 그래요.” 하자 방에서 듣고 있던 부인이 나와서 “여보, 젊은 새댁이 너무 안쓰럽구만. 용산이 댁에서 가져갈 쌀 한 가마니가 창고에 있는데 그것이라도 줍시다.” 했다. “아, 그 쌀 오늘 가져가기로 했잖아.”



“아이, 여보! 새댁 몸도 좋지 않은 것 같고 사정이 딱하니 그 쌀 한 가마니 새댁 주고 오늘 다시 방아 찧도록 합시다.” “그래, 그렇게 하지. 그럼 새댁, 쌀을 리어카에 실어 줄게, 싣고 가시오.” 하여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집이 어디요?” “구림이예요.” “아이고, 몸도 안 좋은 것 같은디 멀리서도 왔네이. 조심해서 잘 가지고 가요.”


“감사합니다.” 하고 또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그 당시에 시골에서는 정미소에 가서 리어카로 직접 싣고 오거나, 지게로 본인이 가서 지고 와야 했다. 그렇게 80kg 쌀을 사서 쌀 한 가마니를 싣고 오는데 출혈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지금처럼 전화만 있으면 시어머니께 버스 정류장으로 나오시라고 하면 되는데 할 수 없이 집에까지 가야 했다.

겨우 집에 도착해 잠시 앉을 새도 없이, 또다시 쌀 한 가마니를 리어카를 끌고 시어머니를 버스 타는 데까지 모셔 드려야 했다. 출혈은 계속되어 시어머니 보시지 않도록 조심히 신발의 피를 털어냈다. 그 힘든 과정 중에 시어머니는 리어카에 손도 대지 않으셨지만, 밀어주신 셈 치고 봉헌하면서 정류장으로 갔다.


광주로 가는 버스에 직접 무거운 쌀 한 가마니를 실어 드리면서 얼마나 힘을 썼는지 몸은 추우면서도 진땀을 뻘뻘 흘렸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시어머니도 계셨으나, 힘들게 쌀을 버스에 싣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흘린 그 땀방울 한 방울도 헛되지 않도록 배가 고파 울고 있는 아이에게 흡수되도록 봉헌했다.


시어머니가 도와주신 셈 치고 봉헌하며 집으로 가려는데 이젠 몹시 지쳐서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몸이 다 녹아내리듯이 아파 한발 움직이는 것조차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출혈도 너무 심해 신발에 피가 가득 차 질커덕 거리는 데도, 몸을 숙여 신발의 피를 붓고 털 수가 없을 정도로 전신이 너무 아파왔다.
 

그렇다고 그대로 갈 수도 없고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불사하고 그대로 한발 한발 어렵게 걷는데, 신발에 피가 가득 차 질컥거릴 때마다 리어카를 멈추어 발을 들어 신발의 피를 털어내야 했다. 끝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득하게 느껴졌다.
 
추위와 고통 속에서 동생 순덕이를 낳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광주 풍향동에서 나주 봉황면까지 33km의 먼 길을 걸어 피난 가셨던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는 자궁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피가 신발에 고여 가다가 신발을 벗어 피를 뿌리고 가다가 또 뿌리시면서도 계속해서 걸어가지 않으셨는가!


그렇게 한평생 온갖 고생을 다 하시며 지금도 나와 내 시댁을 뒷바라지하느라 말 한마디 않으시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북받쳐 올랐다. 그래서 하느님께 간절히 청했다.
 
“하느님! 지금 흐르는 이 피가 하나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고 고생하시는 우리 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신약으로 흘러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리고 지금 집에서 배가 고파도 젖을 먹지 못하고 울고 있는 우리 아기에게 흘러 들어가 배가 고프지 않게 해주셔요.” 하고 간절히 청하며 하느님만을 부르며 걷고 또 걷다가 나는 결국 그 추운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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