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19화. 진흙 속으로 빠져들다가 결국 전신이 잠겨버리다



진흙 속으로 빠져들다가 결국 전신이 잠겨버리다

나는 전에는 어려운 순간마다 계속 아버지를 찾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도 찾고 하느님도 찾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하느님만 찾게 되었다. 나는 “하느님! 꼭 함께 해주셔요.”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미끄러운 돌을 딛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물 안엔 잡거나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데다가 물이 말라 그동안 안 썼기에 이끼가 잔뜩 끼어 더 위험하고 미끄러웠다. 나는 조심조심 이쪽 돌, 저쪽 돌을 손으로 잡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돌 틈 사이에 생긴 작은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서 잡고, 다른 손은 반대편 우물 벽에 그렇게 한 다음 손끝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양 손바닥으로 우물 벽을 힘껏 밀어 몸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 뒤, 발가락 끝을 더 밑에 있는 돌 틈 사이에 넣고 발바닥에 힘을 주면서 조금씩 내려갔다. 나는 그렇게 간신히 내려가면서도 하느님께 온전히 의지하여 장난감 가지고 놀이하는 셈 치고, 또 운동하는 셈 치고 내려간 것이다.
 
그리고 힘들어할 아기에게 “아가야, 힘들지? 미안해. 근데 우리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거란다. 할머니가 물 길으러 다니시기가 얼마나 힘드시겠니? 우리 사랑받은 셈 치고 힘들어도 잘 봉헌하자. 응?” 하고 속삭였다. 그러자 마치 응답이라도 하는 듯 아기가 발로 배를 세 번이나 툭툭툭 찼다.


“네~ 엄마~” 하는 아기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돌을 붙잡은 손으로는 배를 만질 수 없으니 아이를 어루만지는 셈 치고 “아가야, 고마워. 우리 함께 잘 해보자.” 하고는 ‘그래, 최선을 다하자. 사랑 실천!’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것이든 맘먹으면 무엇이든지 사랑으로 해내지 않았는가!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일이었지만 내 사랑을 다해 잘 해보려고 굳게 결심했다. 그토록 어렵게 우물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겨우 발을 디뎠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몸이 진흙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의 일에 나는 너무나 놀라 “어어~어어어~윽? 아가야 미안해! 아가야 미안해!”하고 소리쳤다.
 

이는 오랫동안 물과 함께 흘러내린 진흙이 우물 바닥에 두껍게 쌓여 수렁처럼 된 것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배까지 잠겨 버렸다. 지하 7m 우물 속 진흙 수렁은, 캄캄한 데다가 소름이 돋을 만큼 너무 차가워 몸이 오들오들 떨려왔다. 나는 그렇다 해도 4개월 된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하니 진저리가 쳐졌다. 찬 곳에 들어갔다가 아기가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되었다.
 

임신한 몸이라 그런 지 체온이 더 급격히 내려가는 것 같았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어두운 진흙 수렁 속에서 나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한참을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쳤다. “오, 나의 하느님, 내 아버지시여! 저와 제 아이를 지켜주소서. 이 차갑고 어두운 수렁에서 건져 주셔요.” 나는 너무 먹지 못했기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아기를 생각하며 정신을 차리고자 애썼다. 나는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가 쪽에 있는 돌을 잡을 수 있었다. 간신히 돌을 붙잡고 배가 진흙 속에 잠기지 않도록, 조금 더 올라가 돌을 딛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했다. 진흙을 퍼담을 수 있는 높이까지만 올라갔다.
 
다리는 차가운 진흙 속에 빠진 채 돌벽을 양쪽 발로 힘을 주어 딛고 있었다. 그 상태로 힘들게 허리를 숙여 양동이에 흙을 퍼 담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돌에서 발이 미끄러져 다시 진흙 속으로 빠져들다가 결국 전신이 잠겨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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