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95화. 암이란 낯선 친구가 언제부터 동행한 것일까?



암이란 낯선 친구가 언제부터 동행한 것일까? 

터덜터덜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항문에 암 덩어리가 넓게 꽉 들어차 있으니 걸음도 반듯하게 걸을 수가 없었다. 다리를 벌리고 엉거주춤 걷는 나의 추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죽음보다 더 처참하였다. 그래도 집에 돌아가야 하니 어쩌겠는가!
 

남편이 곁에 있어 도와준 셈 치고, 또 아무도 이런 내 모습을 보지 못한 셈 치고 봉헌하였다. ‘도대체 그렇게도 건강했던 나에게 언제부터 암이라는 낯선 친구가 찾아온 것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분명 단기간의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갑자기 예전에 영암 대성병원에서 받았던 검사 결과가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전남대병원에서 급성맹장염 수술 후 거즈가 터져 나와 배에서 끊임없이 피고름이 나와 군서 병원에서 3개월간 치료를 받고, 한의원까지 다니다, 그래도 치료가 안 돼서 영암 대성병원으로 갔었다. 물론 배 속에서 거즈가 나오고 장유착까지 되는 심각한 의료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그 몇 달 만의 일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때의 검사 결과는 이미 많이 심각했다. 안타깝게도 피검사로는 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었으나 그때 간 기능이 많이 안 좋아졌고 간 수치, 염증 수치도 많이 높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신체기능이 많이 저하 되었다고도 했다.
 

간이 나빠졌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 간은 한순간에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망가지고 그 증상도 나타나지 않기에 손 쓸 수 없을 때가 되어서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간이 나빠진 것이 한 해 두 해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이 그토록 안 좋아질 정도로 내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떠올랐다.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대식구 살림인 시댁에 들어가 살며 매일같이 이어지는 중노동과 시부모님의 냉대와 구박으로 임신 2개월에 처음으로 유산을 했던 바로 그때였다.
 

그 후 시어머니 돈 해드리느라 정작 나는 돈이 없어 산부인과는커녕 일반 병원조차 가지 못해 5개월간 계속 뭉텅이로 하혈하며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단방약을 먹고 간신히 하혈은 멈췄지만, 그토록 죽을 것같이 아픈 몸으로 시어머니 돈 대드리느라고 사사로 독한 파마약 냄새를 맡아가며 미용을 하다가 결국 쓰러져 죽을 정도였으니!
 
대소변까지 다 배설할 정도로 완전히 죽어있던 나는 친정어머니가 울며 나를 흔들어 깨울 때 “어서 일어나거라.” 하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왔다. 그런데도 꼼짝도 할 수 없으니, 그 목소리는 “어서 일어나 하던 일을 끝내야지?” 하여 눈이 번쩍 떠지며 간신히 다시 살아났다.

 

그 후부터 나는 약 7년간,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싶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다 암에 걸려서 그런 것이었다면?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또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둘째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을 때쯤부터 갑자기 유두에 하얗게 반점이 생겼다.
 

그러더니 가슴 안쪽까지 힘줄처럼 되어서 아이가 한 번 젖을 빨 때 온몸이 다 빨려 들어가는 듯 너무 아팠다. 그 당시 나는 너무 아파서 ‘혹시 유두암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지 않은가! 그리고 유산 후 하혈하고 죽었던 것과 ‘유두암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시점이 너무나 가까웠다. 물론 그때가 시작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생전 처음 ‘암’이라고 생각할 만큼 내 상태는 전체적으로 심각했었다. 암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디서부터,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또 암이 생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간 겪어온 모든 일을 종합하여 생각해봤을 때 아마 나를 죽음으로 단단히 잡아끌고 있는 ‘암’은 유산이 되어 5개월간 하혈한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목구멍부터 항문, 발가락까지 완전히 퍼져 나올 정도로 말기 중의 말기, 시한부로 사형선고까지 받을 지경의 상태라면, 어떻게 단 몇 달 만의 일이겠는가! 그리고 장정들보다 훨씬 건강하던 젊디젊은 내가, 아무리 아프다 해도 회복도 전혀 되지 않고 그 오랜 세월 죽도록 아팠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죽음이 그 긴 세월 내 안에서 아주 서서히 자리 잡아가며 나를 차지하려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쳤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한 나는 무거운 몸을 군서행 버스에 실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캄캄한 내 머릿속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하느님’ 이 세 글자만이 계속 떠오를 뿐이었다.

 
이제 무엇을 어찌할 수 있으랴. 이미 치료도 아무 소용 없게 되었고, 더는 손쓸 수조차 없는 시한부 인생! 버스 안의 거울에 비친 한 창백하고 파리한 여인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낯설게만 보이는 그 모습. 생기 넘치는 붉은 장미꽃 같은 찬란한 미소를 잉태했던 소녀는 묘연히 사라지고, 이제 병색이 완연하고 핼쑥한 여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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