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94화.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사형선고, 암이라는 이름의 죽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함께 생활하면서, 내 육신을 조금씩 갉아먹어 어느덧 완전히 잠식하고 있었다. 지난번 영암 대성병원에 왔을 때 원장은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아보라고 몇 번이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토록 아파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시어머니 돈 대드리느라 결국 큰 병원에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런데 오늘은, 이제는 큰 병원에 가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진단하지 않았는가! 이제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듯 저려왔다.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한 분뿐인 내 어머니와 자식들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쳤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피눈물 나는 그 모든 노력들도, 죽음 앞에서 어둠 속으로 묻혀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는 참담한 현실 앞에 세상은 온통 암흑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는 것을 느낀 나는,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냐고 묻고 싶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흐르던 눈물을 애써 감추며 원장님께 물었다.
 
“원장님...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다시 진료실로 들어온 나를 흠칫 놀라며 바라본 원장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이고,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어요.” 이것은 완벽한 사형선고가 아니고 또 무엇인가! “아주머니,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잡수시고 편히 쉬세요.” 그래서 나는 “...음식을 전혀 먹을 수가 없잖아요.”


금세라도 다시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억누르며 마지막으로 또 물었다. “정말... 대변을 볼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나요?” 그러나, 가늘게 떨리는 나의 목소리에 돌아오는 답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우리 환자 받아야 되거든요. 도움이 못 돼 미안해요.” 하며 원장은 뒤돌아섰다.
 
원장의 말투에 나는 아무리 애원해도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지막까지 붙잡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모두 한 줌의 재처럼 사라져 흩어진 채, 나는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나는 어쩌다 한 번씩이지만 이 병원을 4년 이상을 다녔다. 그래서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진료실을 나왔다. 그때 수간호사가 원장에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장님, 너무 매정하고 가혹하신 것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병원에 몇 년을 다니신 분인데... 그리고 얼마나 착하신 분이었어요?
 

병자들에게 항상 좋은 말 해주고 희망을 심어주신 분인데, 죽을 때 죽더라도 설사 진통제가 듣지 않더라도 진통제라도 주사해주시지 그렇게 매정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했다. 원장은 크게 한숨을 쉬며 “나도 저분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몰라서 이러는 게 아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안 되는 상황인데 괜히 헛된 희망을 줄 수는 없잖아.
 

이제라도 하루빨리 임종 준비를 하는 것이 저분이나 그 가족에게 최선의 배려인 거야. 그리고 진통제를 놓아본다 해도 혈관 찾느라 서로 힘들고, 설사 주삿바늘이 들어간다 해도, 약이 들어가지도 않고 아프기만 하지 아무 소용없어. 아까 피 검사하려고 혈관 찾느라고 간호사 셋에 의사 둘, 우리 다섯이 전부 얼마나 힘들었어?

 
그런데 그 얇은 혈관까지 터져버려서 피도 못 뽑았잖아. 그런데 뭘 하겠어. 그리고 항문이 완전히 막혔어. 그런 상태에서 혹시라도 뭘 먹는다 해도 내보내지를 못하니 더 고통스러울 뿐이지.” 그러자 수간호사가 물었다. “그러면 왜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잡수시고 편히 쉬시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내가 뭐라고 하겠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임종이나 준비하세요.’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인공항문은 전혀 불가능한가요?” “아까 말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어지간하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지. 혈압이 많이 나올 때가 50-40이었어. 이제는 혈압도 잡히지 않잖아.”
 
“맞아요... 아까도 혈압이 아예 안 나와서 이상해서 몇 번을 다시 검사했는지 몰라요.” “거봐, 그래서 큰 병원에 간다 해도 칼을 댈 수가 없어. 그러니 인공항문은커녕 해줄 수 있는 것이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거야.” 나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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