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53화. 어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단 말이요?



어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단 말이요?

깜짝 놀란 원장님은 눈이 휘둥그레져 인상을 쓰며 설명을 이었다.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이건 수술 중 사용되는 거즈에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거즈가 뱃속에서 나왔다는 말입니까? 이것은 맹장을 떼어내고 봉합해 버렸네요. 그래서 장기들에 엉겨서 염증이 생겨 피고름이 같이 나왔군요!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단순히 맹장을 떼어냈을 때는 이렇게까지 긴 거즈를 쓰지 않거든요. 근데 3개월 동안이나 배에 거즈를 넣고 어찌 견딜 수 있었단 말입니까! 세상에!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가 있었으며, 어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단 말이요? 정말 이것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기적이네요.” 하였다.
 
나는 그제야 수술 후 그토록 힘들었던 모든 상황이 하나둘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의사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안타까워하며 말을 이어갔다. “수술하는데 15명씩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들어올 필요가 뭐가 있었겠습니까? 게다가 자궁도 안 떼어내고 맹장만 떼어냈는데요. 그러면 예정보다 시간이 짧아지면 짧아졌지 수술이 지체될 이유가 없습니다.
 


산부인과는 산부인과대로, 외과는 외과대로 아주머니를 놓고 자신들 분야의 것을 실험하고 공부한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두 과의 실험대상이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소요되었겠지요. 그래서 전신마취로 시간이 촉박해지니 빨리 배를 닫아야 하는데, 자기들 과의 것만 신경 쓰기 바빴으니 환자에게 무슨 관심이 있었겠습니까?


분명히 서로 책임을 미루며 무성의하게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 마무리를 급하게 하다 보니 이 거즈를 미처 꺼내지 못하고 꿰매버린 겁니다. 이렇게 많은 거즈를 못 보고 배를 닫기도 힘들 텐데 말이죠. 그래서 그 거즈가 엉겨 배 속에서 장기들이 염증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이렇게나 긴 거즈가 장기들과 3개월이나 함께 있었으니 염증으로 내부에서 피와 고름이 엉겨 곪다가 결국 수술 자리로 뚫고 터져 나온 것입니다. 정말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군요.” 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수술할 때 산부인과와 외과 두 곳의 실험대상이 된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되니 그동안의 고통스러운 일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자기들의 욕심을 채우려다 시간에 쫓겨 그렇게 거즈 제거하는 것을 잊고 그냥 놔두었으니 어찌 가스가 나올 수 있으며, 어찌 물인들 먹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간 왜 내가 속이 가득 차 있는 듯 모든 음식물을 받아들일 수 없이 물만 먹어도 토해야만 했는지, 반듯이 설 수조차 없이 배가 쥐어짜듯 그토록 당기며 아팠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의료과실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나에게 간호사들은 고작 맹장 하나 떼어냈는데 엄살을 부린다고 온갖 학대와 폭행을 일삼았다. 그뿐인가! 수술 후 전신마취로 아이 젖도 먹일 수가 없어 며칠 동안 젖이 퉁퉁 불어 젖몸살로 힘든 나를 침대에서 밀쳐 땅으로 엎어지면서 다친 젖가슴은 또 얼마나 아팠는지?
 

발로 차고, 때리고, 무릎으로 치는 등 온갖 구타까지 하였다. 나는 그토록 당하면서도 그들에게 사랑받은 셈 치고 아름답게 봉헌했다. 그렇지만, 지난날들 동안 받지 않았어도 될 그 무수한 고통은 실로 눈물겨웠다. 의사는 내게 “이것은 명백한 의료사고입니다. 신고하시면 보상받으실 수 있고 치료도 그냥 해줄 겁니다.”
 
하면서 바로 신고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 일도 ‘내가 있었기에 일어난 내 탓’으로 받아들여 얼른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했다. ‘그래, 이왕에 이렇게 된 것, 그들이 나로 인하여 많은 의술을 익힐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그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의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과 유익을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그들의 의술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봉헌했다.
 
처음 쓰러져서 맹장 수술을 받기까지의 시간들과 수술 후 배 속에 거즈를 담은 채 보낸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살아있는 것이 분명 기적이었다. 영암 대성병원에서 3일, 광주 대학병원에서 진료와 입원에 1일, 입원 후 검사 2일, 결과 나오기까지 2일, 각 과에서 서로 수술을 미루며 3일을 지체하여 급성 맹장염을 12일 만에 수술받은 것이다.

 
보통은 맹장염 증상이 시작된 후 3일 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복막염으로 될 수 있고 패혈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영암 대성병원에서는 복막염이 될 위험성이 크다며 빨리 수술하자고 했다. 급성 맹장염이 어찌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위험한 복막염으로 발전하지 않았던 것인지!
 
또 거즈가 3개월간이나 몸 안에서 부패 되고 있었는데도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의사 말대로 이것이 기적이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 나를 지켜주셨음이리라! 원인도 모른 채 보낸 눈물겨운 지난 시간들에 대한 답을 얻은 것만으로도 살길이 열린 것 같았다. 원장은 수술한 대학병원으로 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이곳도 혼자 거의 기다시피 왔는데 어찌 이 몸 상태로 광주 큰 병원까지 꿈이나 꾸어볼 수 있겠는가! 여기서 치료받도록 원장에게 사정을 하였더니 거즈가 터져 나온 자리에 가볍게 소독만 한 채 거즈를 대고 반창고로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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