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34화. 영암 대성병원에서 전대병원으로



영암 대성병원에서 전대병원으로

거센 폭포 속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집으로 돌아와 끝내 쓰러진 나는, 식은땀이 줄줄 나며 배가 견딜 수 없이 너무 아파 어떻게든 군서 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검진해 보더니 “급성 맹장염 같습니다. 여기서는 수술할 수 없으니 어서 영암 대성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했다.

 

나는 너무 힘들었지만 아픈 배를 움켜쥔 채 버스를 타고 바로 영암 대성병원으로 갔다. 영암 대성병원에서도 역시 “급성 맹장염인 것 같습니다. 급성이라 복막염으로 발전되면 너무 위험하니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입원하여 수술할 형편이 못 되니 치료해보다가 안 되면 수술하겠다고 하며 우선은 통원 치료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가 계속 위험하다고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원장님, 저는 아이들이 넷이나 돼요, 그 애들을 돌봐야 하니 우선 통원 치료받게 해주세요. 더더구나 4개월 된 아이 젖을 먹여야 하는데 수술을 어찌하겠어요. 어떻게든지 그냥 치료만 해주셔요. 네?” 하고 통사정했다.


사실 아이들도 그렇지만, 수술하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기에 통원치료를 택했던 것이다. 병원에서는 나의 간곡한 통사정에, 복막염이 되어도 병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게 했다. 내가 서명을 한 뒤에야 그들은 응급조치를 하고 치료하기 시작했다.
 
배가 너무 아파 허리를 펼 수 없었고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지만, 통원치료를 하기 위해 아침에 남편 밥 차려주고 출근시킨 후 집을 나섰다. 직장 때문에 남편이 데려다줄 수도 없었고 택시 탈 돈도 없어, 가다가 주저앉기를 반복하며 차 타고 가는 셈 치며 병원까지 걸어 다녀야만 했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겨우 치료받고 돌아오면 기진하여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하니 쉴 수가 없었다. 아이들 앞에서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통을 감추고 편히 쉬는 셈 치고 봉헌했다. 그리고 엄마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는 길은 너무 힘들어 눈물이 절로 났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사력을 다해 통원치료를 했다. 그러나 통증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3일째 병원에 가던 날, 의사는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치료가 안 되니 수술해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건강한 셈 치고 봉헌하며 그 와중에도 집안일까지 해나갔지만, 고통이 너무나 극심해서 이제 더는 버틸 자신도 없었고,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집에 잘 안 들어오니 나의 고통을 감춰왔으나, 수술하려면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하기에 처음으로 내 상황을 자세히 남편에게 설명했다. 남편은 놀라며 “여보, 그럼 얼른 수술해야지.”라고 했지만, 아이들을 두고 가려니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래서 남편과 의논하여 광주 시댁과 가까운 전대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며칠간 입원해서 수술해야 하는데, 아무도 없는 영암보다는 시댁이 있는 광주로 가는 것이 아이들도 좀 맡길 수 있어 훨씬 낫겠다 싶어서였다. 급한 대로 간단한 짐만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과 친정어머니는 즉시 수술하는 줄 알고 병원까지 따라오셨다. 전대병원 응급실에서도 “너무 위중하니 당장에 수술을 해야 한다,”며 바로 입원하라고 했다.
 
그런데 입원하려고 보니 다인실은 물론 2인실이나 1인실마저 없었다. 의사는 지체할 수 없으니 특실로라도 입원을 하라고 했다. 내가 비용이 너무 걱정되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눈치 빠른 친정어머니는 “아야, 돈은 내가 마련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수술 잘 받고 건강을 회복해야지.” 하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특실로 입원을 했다. 그런데 당장에 수술해야 한다고 했던 진료 결과와는 달리 수술은 하지 않고 검사만 계속 이어졌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군서 집으로 내려갔다. 친정어머니께서도 넷째 아이는 젖을 먹어야 하니 나에게 놔두고, 손주 3명의 뒷바라지를 위해 집으로 내려가셨다.
 
특실에 아기와 단둘이 남겨진 나는, 친정어머니가 안 계시니 나 혼자 아기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그 많은 검사를 다 받아야만 했다. 입원하면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내가 수술하게 되었다고 남편이 시댁에 연락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나는 또다시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어 식은땀을 흘리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때 계속 젖을 먹지 못한 아기가 배가 고파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검사 때문에 금식 중이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젖이 나올 리가 있겠는가? 배가 고파 젖을 찾는 아이는 나오지 않는 젖을 물어 뜯어가며 엄마 배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면서 얼굴이 벌게져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울어댔다.

 
나는 움직일 수도 없이 위중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아픈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 아이가 배고파 숨넘어갈 듯 울고 있는데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엄마의 심정! 가슴이 활활 타오르고 찢어지는 듯 아팠다. 나는 사랑 받는 셈 치며 고통을 봉헌한다 해도, 배고파 우는 아이는 어찌한단 말인가! 그 누구로부터도 도움받을 수도 없고 아이를 안고 달래줄 수조차 없었다.
 
그저 울며 바라볼 수밖에 없던 엄마의 심정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아무도 없는 특실, 나는 누워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울고 있는 아이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아가, 엄마가 젖도 못 줘서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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