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08화. “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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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아짐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 제막식을 위해 마닐라로 떠나기 전, 나는 봉 할아버지께서 내가 없는 동안 드실 음식을 정성껏 장만해 가서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제가 잠깐 외국에 다녀와야 해요. 2주 후에 올 것인데 그때까지 잘 잡수시고 계셔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되물으셨다. “우메, 아짐 그게 무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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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저는 못 와도 가족들이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셔요.” 나의 말에 할아버지는 “그동안 내가 아짐 못 보고 죽으면 어떡하오.”하고 눈물을 훔치며 걱정하셨다. 나는 “아니에요, 할아버지. 안 돌아가셔요. 그동안 할아버지 건강하시라고 기도 많이 할 테니 할아버지도 기도 많이 하세요. 이 딸이랑 같이 있는 셈 치고 조금만 기다리셔요.” 하고 안심시켜 드렸다.
 
당시 나는 할아버지께 세례를 받게 해드리고자 주의 기도와 성모송 등 기도문을 차근차근 가르쳐 드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기도가 어려우시면 하느님 아버지! 성모님! 하고 그렇게라도 부르셔요.” 하고 당부를 남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마닐라로 떠나면서는 친정어머니께 그동안 할아버지를 잘 돌봐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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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일정 내내 나는 눈물로 걱정하시던 봉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무사히 잘 지내시기를 성모님께 끊임없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미용실과 성당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일 밤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고통이 극심할 때는 간혹 늦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했소.” 하고 늘 말씀하셨다.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나를 기다리셨기에, 떠나있는 마음은 더욱 애가 탔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할아버지 댁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신 할아버지는 눈이 퉁퉁 부어 울고 계셨다. “아이고, 아짐! 왜 이제 왔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마음이 아파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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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왜 그렇게 많이 우셨어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아짐, 나는 이제 아짐이 없는 세상은 못 살겄소. 나 하느님한테 ‘아짐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그 기도밖에 못 했소. 묵주 들고도, 밥을 하면서도 ‘아짐 빨리 오게 해주세요.’ 했소.” 할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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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3일간을 못 봐서 아짐 보고 싶어 눈이 짓물러 버리는 줄 알았소.” 하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지 그저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오, 주여! 나의 사랑하는 님이시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보살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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