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50. 동심으로 돌아간 천사같은 방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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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돌아간 천사같은 방지거

셋째 날,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이 들었지만, 주님께 해드리는 셈치고 방지거에게 밥을 차려 한 술 한 술 떠먹여주었다. 그가 ‘냠냠 짭짭...’ 하며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느꼈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가 없었다. 방지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오른팔이 완전히 오그라져 있었고, 걸음도 거의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조금씩 차도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잘 걷게 되었다. 몸에서 심하게 풍기던 악취도 많이 사라졌고 침도 덜 흘리며 대소변도 잘 본다. 그리고 그는 내가 사랑으로 노래 불러 주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다섯째 날, 그에게 토마토를 주며 “방지거, 이거 먹을 거야?” 하니 “안 무어!” 했다. “음음~”만 하던 사람이 정확히 의사를 표현하니 나도 너무 놀라 “어머! 말했네!” 하며 뛸 듯이 기뻐서 손뼉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그라든 채 잘 움직여지지도 않던 손으로 이제는 입가에 줄줄 흐르던 침까지 닦을 수 있게 되었다.
 
하시고자만 하시면 못하실 일이 없으신 우리 주님의 위대한 사랑 앞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하루가 다르게 참으로 놀랍도록 호전되어 가는 방지거를 보면서 상처가 치유되면 감정도 되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는 지체 장애자요, 행려자로 나에게 왔지만 그는 나의 친구이자 한 형제이며 하느님께 함께 가는 사랑의 동반자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고통을 더 많이 받을지라도 주님께서 그에게 광명의 빛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방지거가 온 지 열흘쯤, 그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아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갔다. 나는 순례자를 만나지 않을 때는 시간이 나는 대로 방지거와 함께 손뼉을 치면서, 나도 그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를 부르곤 했다.
 
또 내가 가만가만 그에게 다가가서 “까꿍!” 하면 방지거도 “까꿍!” 하며 우리는 어린 아가들처럼 사랑을 나누었다. 방지거는 잠잘 때나 나와 함께 하지 않을 때는 우시는 성모님이 바로 보이는 맞은편 가운데 방문을 열어 놓고 성모님만을 계속 바라보면서 앉아있었다.
 
다섯째 되는 날까지는 내가 밥을 떠먹여 주었으나, 이제는 혼자 밥을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부자리도 갤 줄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그는 나에게 너무너무 예쁜 아이와도 같았다. 맨 처음 방지거에게 불러 주었던 노래는 ‘고향의 봄’이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하고 노래를 처음 들려주었을 때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제는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손짓 발짓을 하거나 손뼉을 치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했다. 하루는 비디오 실에서 함께 밥을 먹은 뒤 내가 나오려고 하자 방지거는 계속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여, 내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이내 부끄러워하며 손을 움츠리기에 “내가 싫은가 봐” 하며 내가 일부러 새초롬해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방지거는 질겁을 하여 “앙이-” 하고 크게 소리 지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 나와 악수를 해요. 악수 안 하면 나 안 올 거예요”라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그 불구의 예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악수를 하고 그의 손에 뽀뽀를 했더니 그도 내 손에 뽀뽀를 했다. 그래서 이마에 뽀뽀를 하고 아이처럼 꼭 안아주면서 “이따 또 봐요.” 하고 나왔다.
 
그런데 오후에 방지거가 많이 울고 있다고 하여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엔 늘 나와 둘이 앉아서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율동을 하던 의자가 놓여있던 곳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면, 성모님 앞에 있거나 계속 그곳에 앉아서 내가 머무는 이층 다락방만 안타까이 바라보곤 했다고 했다.
 
나는 급히 뛰어 내려가서 “왜 울어요?” 하고 물어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우는 것이었다. “엄마 보고 싶어요?” “응” “아빠 보고 싶어요?” “응” “엄마, 아빠 어디 계셔요?” 하고 물으니 턱과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어-기” 하는 것이었다. 내가 “방지거씨 하늘에 계신 아빠랑 엄마랑 들으시도록 우리 함께 노래 불러요 응?”
 
그러자 “으~응” 하고 대답하는 그의 눈물 젖은 얼굴에는 금세 예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는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불러 주었더니 또다시 “엉엉” 우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하여 “방지거씨! 이제 내가 가르쳐준 아리랑을 한번 불러 봐요” 했더니 이내 미소 지으며 “아이양, 아이양 아야이요”(아리랑을 이렇게 발음했음) 하고 부르면서 춤을 추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손뼉까지 치며 어찌나 구슬프게 부르던지 우리는 함께 울고 말았다. 그와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교감하면서 영혼의 친교와 함께 흘리는 눈물 속에서 깊은 주님의 사랑과 현존을 느꼈다. 주님 홀로 감사와 영광을 세세 영원 무궁토록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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